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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로는 최초로 한국에서 ‘가’급 고위 공무원이 된 분이 있지요. 지난 7일 통일교육원장에 임명된 조명철 박사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 분은 김일성 종합대 교수 출신이기도 하지요. 조명철 원장은 ‘일관성있고 균형을 갖춘 통일교육 구조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조명철 통일교육원장을 만나봤습니다.
지난 28일 서울에 있는 어느 학술회의장. 본행사에 앞서 조명철 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습니다.
전날 밤에는 집에서도 서류를 챙겨보느라 서너 시간밖에 쉬지 못했다는 조 원장. 바쁜 일상이 계속되다 보니 평소보다 얼굴이 핼쑥해 보입니다.
하지만 청중의 대부분이 탈북자여서 그런지, 조 원장은 좀 더 밝고 힘차게 말하려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학술회의가 끝난 뒤에도 조 원장은 인사를 받느라 바쁩니다. 요즘은 말 그대로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다”는 조명철 원장이 북한의 청취자들을 위해 자유아시아방송 서울 지국 스튜디오에 잠시 들렀습니다.
박성우: 통일교육원장에 임용되신 게 지난 7일이었습니다. 20일이 좀 더 지났는데요. 참 많이 바빠지신 것 같습니다. 축사는 오늘 처음 하신 거라고 들었습니다.
조명철: 그렇습니다. 축사를 할 시간적 여유도 없고요. 제 코가 석자라서 남의 행사에 가서 축사를 할 여유와 시간이 안 됩니다. (웃음)
박성우: 통일교육원장은 1급, 그러니까 ‘가’급 공무원이 임용되는 자리입니다. 탈북자로는 최초로 고위 공무원이 되신 건데요. 이건 한국에 정착한 2만1000명이 넘는 탈북자들에게도 큰 뉴스였지만, 북한에 계신 분들도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계실 것 같습니다. 시간은 좀 흘렀지만, 소감을 안 들어볼 수가 없는데요. 한마디 부탁 드립니다.
조명철: 이번에 대통령님, 통일부 장관님, 우리 정부와 대한민국 국민의 두터운 신임에 의해서 제가 공무원 최고위직인 ‘가’급 통일교육원장에 임용됐습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사실은 능력이나, 자질이나, 경험이나, 정보나, 대인관계나, 사회관계를 볼 때 저보다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 이 자리가 저에게 온 거니까 지금 어안이 벙벙할 정도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진짜 나에게 준 자리가 아니라, 우리 2만명 이상의 탈북자들에게 준 자리이고, 그들에게 희망과 기대를 표시한 사건이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합니다. 좀 더 나아가면, 2천3백만 북한 국민들에게 대한민국은 이렇게 희망을 주는 곳이고, 차별하지 않고, 동등한 권리와 환경 속에서 미래로 같이 나아가는 걸 보여줌으로써 북한 주민들이 희망을 갖게 하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통일교육원은 무엇을 하는 곳입니까? 북한에 계시는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부탁 드립니다.
조명철: 네. 북한을 제대로 알아야 올바른 대북정책, 올바른 안보정책, 올바른 통일정책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현실을 그대로 국민들에게 알려주고, 국가 기관의 공무원에게 알려주고,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에게 알려주고, 다양한 계층에게 알려주는 교육이 첫 번째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자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됩니다. 국가의 가장 큰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하자면 제대로 된 안보관, 제대로 된 안보 정책을 가져야 된다는 거지요. 이런 것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을 갖도록 하는 교육이 두 번째입니다. 세 번째는 통일 교육입니다. 통일은 북한 국민들과 함께 그리고 만들어 가야 합니다. 통일의 준비, 통일의 방식 등과 관련한 다양한 논의와 준비를 해나가야 하는 과제를 국가는 갖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교육을 우리 통일교육원이 하는 거지요.
박성우: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일하시다가 통일교육원장 공개모집에 지원하신 건데요. 지원하신 동기는 무엇이었습니까?
조명철: 많은 분들이 여쭤보는 질문인데요. 저는 일상생활에서 갖고 있는 특이한 감정이 하나 있습니다. 저는 독재사회를 뿌리치고 이곳으로 온 거잖아요. 그곳이 싫어서 내가 다른 길을 택한 건데요. 다른 길을 택한 내가 잘 돼야 하지 않겠어요? 내가 잘 돼야 한다기 보다는, 내가 간 길이 정당했다는 걸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저는 항상 내가 택한 길이 옳았다는 점을 북한에 자꾸 보여주려 하는, 남이 갖지 않고 있는 심리를 하나 안고 살아요. 그래서 내가 한국에 왔을 때부터 남보다 두 배 세 배 일도 더 했단 말이죠. 또 열심히 일을 하다 보니 성과가 나고, 성과가 나니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인정을 받으니 스스로 성장하게 되고, 이런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더라고요. 어느 날 통일교육원장 공모가 난 걸 봤어요. 대한민국에 얼마나 훌륭한 전문가들이 많습니까? 그래도 내가 북한에 대한 실상도 잘 알고, 이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많이 활동도 했고, 업적도 있고, 그러니 이걸 토대로 해서 교육 쪽에서 뭔가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통일 교육에서 가장 기초 인프라가 돼야 할 북한의 실상에 대한 부분엔 제가 좀 강점이 있겠다, 이런 생각에 공개모집에 응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건 내가 잘 되자는 게 아니라, 내가 잘 되는 걸 통해서 북한에 자랑하고 싶었던 겁니다. 대한민국이 이런 나라다, 차별하지 않는다. 제대로 하면 누구나 성공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금 억압받고 핍박받는 2천3백만 국민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거지요. 내가 원장이 돼서 개인적으로 누리는 그 상황을 이야기하고 싶은 게 아니고, 원장이 됐다고 하는 그 형식을 빌려서 우리 대한민국 정부, 대한민국 국민, 대한민국 사회가 이렇게 차별하지 않고, 믿어주고, 기대하고, 성공시켜 준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겁니다.
박성우: ‘통일은 도둑같이 올 것이다. 항상 준비해야 한다’라고 이명박 대통령께서 최근에 말씀하셨습니다. 통일교육원장의 일이 많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2년 임기가 끝나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조명철: 우리 통일 교육은 전 국민을 상대로 합니다. 전 국민이 참여해야만 성공합니다. 제 꿈은 이런 겁니다. 통일 교육이 어떠한 정권이나 어떠한 시대상황이나 어떠한 분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균형을 맞춰가며 일관성을 유지하는, 그래서 시비 당하지 않는 통일 교육, 누가 보더라도 ‘이건 맞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균형되고, 조화되고, 일관성이 있고,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통일 교육의 구조를 제가 한 번 만들어 보겠다는 겁니다. 시대가 변했다고 해서 교육을 변화시키고, 정권이 변했다고 해서 교육을 변화시키고, 또 성향이 다른 사람이 왔다고 해서 통일 교육을 변화시키고, 그러면 안 됩니다. 북한, 안보, 통일 교육에 균형을 맞춰서 확실히 하겠습니다.
박성우: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한다면 ‘꿈이 크다, 이룰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을 텐데요. 그런데 북한 출신이신 조명철 박사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니까 수긍할 수 있네요. 임기 안에 그 희망이 꼭 이뤄지길 바라겠습니다.
조명철: 고맙습니다. 많이 도와주십시오.
박성우: 감사합니다.
조명철 원장은 1959년 평양 출생으로, 김일성 종합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던 중 중국에 교환교수로 갔다가 1994년 7월 제3국을 거쳐 한국으로 귀순했습니다. 이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으로 일하다 지난 7일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 원장으로 임용됐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성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