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특집] ➀ 은둔의 나라에서 THE (더) 은둔의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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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이진서) 코로나 비루스 세계 대유행의 여파로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이 크게 변했다. 출근 대신 각자 집에서 일하며, 통신 연결망인온라인을 통해 화상 대화를 나누고, 물건을사고, 음식을주문한다. 주문된음식은 먹기 좋은 온도로 빠르게 집으로 배달된다.미국과 한국, 유럽 등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이제 위드 코로나 즉 코로나와 함께 간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 비루스 발생 3년을 지나며 북한의 변화에 대해 RFA 자유아시아방송 기획팀의 정영, 홍알벗, 김진국 기자가 정리한다.

<배경 음악>

(양윤정 ) RFA 기획특집, 코로나로 바뀐 북한 오늘은 첫번째 순서로 '은둔의 나라에서 THE (더) 은둔의 나라로' 입니다.

<배경 음악>

(나레이션/이진서) 2022년 9월 RFA 자유아시아방송 기자들이 방송국 녹음실에 모였다. 먼저 정영 기자가 최근 취재 내용을 전한다.

(정영 ) 중국과 북경 상황이 안 좋습니다. 함경북도 주민들과 연락하고 있는 탈북 여성 이영화씨인데요. 녹취를 들어보시죠.

(이영화 ) 들어오라고 해도 못들어간다고 세관이 막혀 있어 가지고. 엄마가 나온지 이제 3년이 되었지 지금은 들어가고 싶어도 못 받고 못 들어가지 사람들이 코로나 병균 퍼트리면 안 되니까, 외국 사람 다 막았는데 들어갈 수가 없잖아요.

(정영 )네, 지난 8월 20일 통화한 내용인데요. 코로나 이전에 함경북도 무산군에서 중국 길림성으로 친척 방문 나왔다가 코로나 때문에 3년째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 정부가 코로나를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사실 북한은 코로나 초기 코로나 전염병을 마치 죽음의 흑사병처럼 선전했습니다.

(나레이션/이진서) 국제 상황을 예의 주시하던 홍알벗 기자

( 홍알벗 ) 한국에 주둔한 미군의 총책임자인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이 북한의 국경 통제가 강화 됐다면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는데 들어보시죠.

( 로버트 에이브럼스 / 주한미군사령관 ) 북한이 중국과의 국경 1~2km에 완충지대를 설치했습니다.

(정영)주한 미군도 코로나 비루스 전파에 대한 북한 당국의 대응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확인을 했었는데 김진국 기자도 기억하죠?

“쳐다만 봐도 걸린다” 과도한 두려움과 오해로 시작된 철통 봉쇄

(김진국)남한에 정착했던 20대 탈북자가 2020년 7월 19일 임진강을 헤엄쳐 월북한 사건이 발했는데 당시 북한 김정은 노동당 비서는 코로나 비상방역 체계를 최대 비상 방역체제로 전환시켰습니다. 코로나는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처음 확인되고요. 중국의 다른 도시로 무섭게 번졌고 급기야2020년 1월 8일 코로나 의심 환자가 한국에서도 처음 확인되면서 한반도에도 코로나 위기가 확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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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Photo 합성 그래픽 / 김태이

북한은 2020년 2월 공항, 철도, 도로 등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통로를 막으며 코로나 철통 봉쇄를 단행했고, 아직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북한의 코로나에 대해 두려움이 컸고 잘못된 인식을 가졌다고 말했습니다.

(권태진 GS&J 북한동북아연구원장)코로나가 워낙 전염성이 강하기도 했지만, 북한으로서는 약간의 편향된 시각도 가지고 있는거 같아요. 그냥 쳐다보기만 해도 옮긴다는 식으로 굉장히 코로나의 전파 과정을 잘못 파악해서 무조건 차단과 봉쇄만 고집했다고 봅니다.

(김진국) 치료약도 없고 백신 주사 같은 예방약도 없는 북한으로서는 코로나라는 전염성이 강하고 정체 불명의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무척 컸다고 생각됩니다. 북한의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과 잘못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코로나는 흑사병이다"라는 말인데요. 홍알벗 기자가 미국의 공중 보건의료 담당자에게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죠?

(홍알벗)미국은 2020년 1월 21일 중국 우한시를 방문하고 돌아온 사람이 코로나 확진자로 처음 확인되면서 빠르게 확산됐고 그해 4월 말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게다가 5월에는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으면서 두려움도 컸는데요. 기억하시겠지만 이때부터 미국의 주요 기관과 회사, 학교 등이 문을 닫고 집에서 일하고 공부하고 생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됩니다. 쉽게 말해서 접촉에 의한 전염을 막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나레이션/이진서) 코로나 비루스의 빠른 전파는 미국 대통령도 피해갈 수 없었다.

11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예방과 치료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습니다. 보이지 않고 강력한 질병과의 전쟁은 2020년 연말부터 전세가 바뀝니다.

(김진국)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홍알벗)예방주사인 백신이 공급된 덕분이었습니다. 백신 공급에 집중해서 지금은 대부분의 미국인이 3차례 또는 4차례 코로나 예방주사인 백신을 맞았습니다. 1942년 생으로 올해 여든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올해 7월 코로나에 걸렸지만 곧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미국 메릴랜드주 몽고메리카운티 보건국의 이수연 카운셀러는 백신의 보편화로 코로나가 불치병이 아닌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는 병 정도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메릴랜드주 보건국 이수연 카운셀러)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예방접종을 맞잖아요. 그러다보면 다시 (코로나) 변종을 일어날 수 있고 또 거기에 대한 다른 예방접종이 개발돼야 되고 그 예방 주사를 맞으면서 병을 이겨나가는 면역을 키워가는 겁니다.

(나레이션/이진서) 예방접종을 했다고 해서 코로나 비루스에 안 걸리지 것은 아니다. 다만 무방비 상태로 비루스에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 몸이 대비를 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 된다.

(홍알벗) 정영 기자도 백신 접종했죠?

(정영 )저는 모더나로 3차까지 접종했습니다. 제 주변에 코로나 걸린 사람들이 있었지만, 아직 저는 걸린 적이 없습니다. 증상없이 저도 모르게 지나가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홍알벗 ) 저도 3차까지 접종했습니다. 하지만 얼마전 열이 있고 음식 냄새를 맡지 못해서 검사를 했더니 코로나에 확진됐다고 나왔습니다. 목이 아프고 기침이 심하긴 했지만 감기처럼 지나갔습니다.

(김진국 ) 저도 3차까지 예방접종을 했고 저도 지난 7월 중순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우연하게 검사해서 확인했지 증상은 없이 그냥 지나갔습니다.

(홍알벗) 그러니까 우리 여기 모인 3명의 기자도 모두 코로나에 직간접적으로 걸렸거나 또는 무증상으로 상황을 넘겼는데요. 코로나 비루스가 세상에 처음 알려졌던 때와는 달리 많이들 일상생활에 복귀하면서 진정 국면을 맞은 것 같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어차피 코로나와 함께 갈 수 밖에 없는 시대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위드 코로나'입니다.

(배경음악)

은둔의 나라에서 더 (THE) 은둔의 나라로

(나레이션/이진서) 피할 수 없다면 함께 간다는 뜻의 '위드 코로나' 그렇다면 북한은 어떤 방식으로 코로나에 대처하고 있는지? 정영 기자가 말한다.

(정영) 북한은 2020년 하반기 국가방역체계를 최대 비상체제로 전환하면서 일체 주민들의 이동을 막고, 장마당을 통제하기도 했습니다. 인민들의 생활이 더 힘들어졌다는 말인데요. 특히 북한은 국가 코로나 방역기관을 국가비상방역사령부라는 군사체계로 만들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질병관리가 아닌 군사작전과 같이 코로나에 대응하고 있는 겁니다. 북한 개혁방송 김승철 대표의 설명 들어보시죠.

(김승철 북한개혁방송 대표 )코로나로 전 세계가 지구가 멸망하는 것처럼 선전하면서 자기들이 봉쇄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보도하는데요. 그렇게 전 세계적으로 북조선처럼 완전히 봉쇄를 하는 나라는 북조선 밖에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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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Korea's leader Kim Jong Un encourages health workers and scientists struggling with the coronavirus disease (COVID-19) pandemic in Pyongyang North Korea's leader Kim Jong Un encourages health workers and scientists struggling with the coronavirus disease (COVID-19) pandemic in Pyongyang, North Korea, in this undated photo released on August 10, 2022 by North Korea's Korean Central News Agency (KCNA). KCNA via REUTERS ATTENTION EDITORS - THIS IMAGE WAS PROVIDED BY A THIRD PARTY. REUTERS IS UNABLE TO INDEPENDENTLY VERIFY THIS IMAGE. NO THIRD PARTY SALES. SOUTH KOREA OUT. NO COMMERCIAL OR EDITORIAL SALES IN SOUTH KOREA. (KCNA/via REUTERS)
김정은 총비서가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방역 및 보건부문 일꾼들과 과학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Reuters

(김진국)그런데 갑자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8월 10일 평양에 수 천명의 주민들을 모아놓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전에서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했습니다. 이 말은 어떻게 이해 해야 할까요?

(정영)코로나를 극복했다는 북한의 주장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연설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여정 부부장 : 우리는 비루스는 물론 남조선 당국 것들도 박멸해버리는 것으로 대답할 것입니다.

(정영)지금까지 코로나로 인해 피해를 받은 것이 남한에게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그 예로 남한에서 탈북자 단체가 인도적 차원에서 물자를 메달아 북한에 보내는 대북풍선을 통해 비루스를 전파 했다고까지 말한 겁니다.

(홍알벗) 북한에서 코로나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주장하는 배경은 뭘까요?

(정영 )외부세계에 알려진 것처럼 북한의 식량부족과 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는 겁니다. 김승철 북한 개혁방송 대표말을 다시 들어보시죠.

(김승철 대표 ) 코로나 정치죠. 코로나를 지금 주민 통제에 아주 확실하게 써먹고 있죠. 요즘에는 또 북한이 유열자가 지금 0명이라고 그랬잖아요. 지금 중국이 지금 국경을 안 열어주니까 우리 코로나 환자가 없다.

( 홍알벗 ) 코로나는 사람 사이의 접촉을 통해 공기 중에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겁니다. 세계 각국은 이동을 통제하고 코로나 백신 접종을 통해 면역을 키우는데 최선을 다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어느 나라도 코로나 전염에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이런 때 북한이 '코로나 완전 박멸'을 선포한다는 게 생뚱맞게 들립니다.

국경 봉쇄가 북 어린이 미래도 봉쇄

( 김진국 )홍알벗 기자가 말한 것처럼 코로나 같은 전염병은 국경이 없기 때문에 전 세계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하는거잖아요. 그런데 북한은 동참 하지 않아서 정확한 북한 내부 상황을 알 수는 없습니다.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북한의 이런 태도를 참 안타깝다고 하더라고요. 문제는 북한이 봉쇄를 고집하면서 국제사회의 인도주의 지원 길도 막고 있는데, 코로나 예방 접종은 물론이고 어린 시절 반드시 맞아야 할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등도 접종을 하지 못해2022년의 국경 봉쇄가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까지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는 있는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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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North Korean woman puts her hands on her child suffering from malnutrition in a hospital in Haeju EDITORS NOTE: PICTURES TAKEN ON A GOVERNMENT CONTROLLED TOUR FOR REUTERS ALERTNET A North Korean woman puts her hands on her child suffering from malnutrition in a hospital in Haeju, capital of the area damaged by summer floods and typhoons in South Hwanghae province September 30, 2011. Isolated North Korea has appealed for food aid following the disasters and years of mismanagement. In South Hwanghae province, which traditionally produces about a third of the country's total cereal supply, officials say a savage winter wiped out 65 percent of the barley, wheat and potato crops. Then summer floods and storms destroyed 80 percent of the maize harvest, according to the province's governing People's Committee, and may have an impact on the October rice harvest. Only 30 percent of a U.N. food aid target for North Korea has been met so far. The United States and South Korea, the North's two biggest donors before sanctions, have said they won't resume aid until they are satisfied the military-led communist regime will not divert the aid for its own uses and progress is made on disarmament talks. Picture taken September 30, 2011. REUTERS/Damir Sagolj (NORTH KOREA - Tags: HEALTH SOCIETY POVERTY) (Damir Sagolj/Reuters)
황해남도 해주시의 한 병원에서 한 북한 여성이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아이에게 손을 얹고 있다. /Reuters

(정영)북한이 코로나를 죽음의 흑사병처럼 선전하면서 주민통제를 하다가 중국과의 교역을 다시하고 싶고, 정권의 안정을 위한 정치적 선택으로 '코로나 환자가 한명도 없다'고 선포했다는 것이네요.

(김진국)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이 대립하던 시기 소련을 철의 장막, 중국을 대나무로 둘러싼 '죽의 장막'으로 고립의 상징 국가로 표현했고 가까이의 북한에 대해서는 대외 활동이 전혀없는 은둔의 나라(Hermit Kingdom)로 불렀습니다. 이제는 과거 은둔의 나라에서 더욱 심하고 더욱 고립된 '더 은둔의 나라' (THE Hermit Kingdom)가 되는 셈입니다.

(양윤정)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기획 특집 <<코로나가 바꾼 북한>> 제1편, "은둔의 나라에서 더(THE ) 은둔의 나라로"를 보내드렸습니다. 진행 제작에 RFA 기획팀이었습니다.

기자 김진국, 정영, 홍알벗,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