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RFA 자유아시아 방송은 허울뿐인 자력갱생의 구호아래 가짜가 판을 치는 북한의 현실을 취재한 최민석 기자의 중국 단동 현지 취재를 22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보내드립니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외화 난에 쪼들리는 북한, '왕달러'의 출처는 어디인가?"를 보내드립니다.
최민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미국을 가장 미워하면서도 미국 돈을 가장 좋아하는 나라"로 외부에 알려져 있습니다.
인민의 평등을 주창하는 북한 고위층들이 달러를 풍족히 쓰고 있고, 또 이 달러를 '국가 차원'에서 불법 제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중국 취재에서 유난히 눈길을 끈 것은 중국의 한 대북 무역업자가 보여준 100달러짜리 위조 지폐였습니다.
평소 북한 무역일꾼들과 거래하고 있는 중국 무역업자 송씨는 100달러짜리 지폐, 즉 북한에서 '왕달러'로 통하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사진이 있는 고액권을 보여주었습니다. 송씨는 "작년에 조선에서 나온 사람에게서 얻은 가짜 지폐"라고 말했습니다.
얼핏 보기엔 실제 지폐와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가짜라는 것이 드러납니다. 위폐방지를 위해 부각시킨 워터마크(water mark), 즉 오른쪽 종이 속에 새긴 프랭클린의 초상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진짜 지폐는 불빛에 비춰봐야 사진의 초상이 어렴풋이 나타나지만, 위폐는 자연 상태에서도 쉽게 구분이 된다고 송씨는 덧붙였습니다.
송씨는 "작년 초에 북한 쪽에서 갑자기 달러가 많이 나온 적이 있었다"면서 "당시 북한 무역업자들은 위조 지폐가격을 진품 가격의 60% 선에서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복수의 대북 소식통들은 "지난해 2월경에 신의주를 비롯한 국경지역에서 당과 군부, 특수기관들이 저마다 100달러짜리 지폐를 중국 돈과 금으로 바꾸어 갔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북한에서 달러 '방출 사태'가 벌어진 배경은 대략 이러했습니다.
미국 재무부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지난해 4월21일(현지시간) 위폐방지 기능을 대폭 강화한 100달러짜리 지폐 도안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그동안 미국은 자기들의 100달러 짜리 지폐가 국제 위폐 제조범들의 표적이 되어 왔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나름의 대안을 마련하던 단계였습니다. 이렇게 위폐제조를 막기 위해 새로 디자인 된 100달러짜리 지폐는 지폐를 흔들면 그 속의 그림과 숫자가 일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따라서 북중 국경지역에서 나타난 '달러방출' 현상은 북한이 가지고 있던 10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처리하기 위해 급히 풀었다는 추측이 우세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이렇게 북중 국경지역에 달러를 대량 유통시킨 장본인으로, 노동당 대남공작 부서와 국방위원회 산하 정찰총국을 꼽았습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한 소식통은 "미국이 100달러짜리 지폐 도안을 새로 바꾼다는 정보를 입수한 노동당 대남공작 부서와 인민군 정찰총국이 대량 보유하고 있던 달러를 급히 처리할 수 없게 되자 국경지역에 풀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당시 위조 달러가 너무 많이 풀리자, 국경일대에서는 달러 가치가 1/5로 뚝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화폐개혁 직후에 미화 100달러당 북한 돈 20만원에 거래되던 것이 달러가 갑자기 많아지면서 4만 원대 뚝 떨어졌다고 현지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미국의 대북제재가 가동되고 있는 조건에서 화폐도안이 갑자기 바뀌면 북한 권력기관이 차고 있던 위조 달러를 더는 쓸 수 없게 될까 봐 국경에 풀었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이 이처럼 국가차원에서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폐쇄성과 미국의 경제 봉쇄를 타개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방편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북한 전문매체인 데일리NK의 신주현 편집국장은 말합니다.
"북한처럼 마약, 위조담배, 위조달러 등을 국가차원에서 판매한 나라는 매우 드뭅니다. 북한이 이렇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은 폐쇄국가이면서도 이런 것들을 정책적으로, 외화벌이 수단으로 근 20년 동안 추진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외교관들에게도 이런 것들을 밀매하라고 시키기 때문에 범죄의식이라든지, 소극화 되기는 어려울 거라고 봅니다."
북한 외교관들은 위조지폐를 외교행랑에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바꾸려다 적발되어 추방되기까지 했습니다.
북한은 최근 들어 가짜 달러 제조를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역시 미국이 새로 디자인해 발권하기로 한 100달러 지폐의 사용을 잠정 연기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북한이 앞으로 위폐제조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신주현 국장은 내다봤습니다.
"현재 상태로 본다면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이 달리 없고, 북한당국의 도덕성이 순식간에 개선된다는 징후가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변종의 슈퍼노트를 제작해서 유통시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보여집니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위조지폐와 가짜 담배 제작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변함없이 신임하고 있고, 또 현재 이러한 위법행위는 오극렬의 아들 오세원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세원 역시 북한판 태자당인 '봉화조'의 지도급 인물로 최근 후계자로 등장한 김정은의 통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위폐제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할 것이라고 대북소식통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일간지 워싱턴 타임스(WT)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진한 오극렬 대장과 그 일가가 미화 10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제작하고 유통시키는 핵심 인물들로 지목한 바 있습니다.
중국 단동에서 RFA자유아시아방송 최민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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