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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독재 체제가 가져온 폐해 중 하나는 정보의 차단을 통한 체제유지와 부정부패였습니다. 정보의 차단은 부정부패를 불러왔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주민에게 돌아갔는데요, 최근에는 외부 정보가 끊임없이 북한 사회에 전파되고 투명성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이어지면서 북한의 변화를 앞당기고 있습니다.
<김정일 사망 기획특집>, 오늘은 북한 사회의 정보 통제가 가져온 사회현상을 노정민 기자가 되짚어 봤습니다.
올해 초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몰아친 ‘재스민 혁명’ 반정부 민주화 시민운동으로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과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의 정권이 무너졌을 당시 북한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언론 통제와 주민에 대한 단속이었습니다.
북한 당국은 무바라크 정권의 붕괴 소식을 북한 주민에게 알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상 문화적 침투를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오히려 ‘미국이 이집트를 배반했다’라며 진실을 왜곡했습니다.
카다피 전 국가원수가 시민군의 총에 맞아 숨졌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은 철저히 이 사실에 침묵했고 오히려 리비아에 나가 있는 해외 근로자의 귀국을 허용치 않는가 하면 리비아로 파견될 예정이던 근로자들의 출국도 무산됐습니다.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반정부 민주화 시위에 관한 소식이 북한 내부로 흘러들어 가지 않을까 염려했기 때문입니다.
존 에버라드 전 북한주재 영국대사는 이같은 정보의 차단이 북한과 이집트 또는 리비아와 차이점이라고 지적합니다.
[John Everard] 물론 북한에서도 궁극적으로 시민 혁명이 일어나 북한 정권을 바꿀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이집트나 리비아와 너무 다른데요, 우선 이집트 사람들은 대부분 북한 사람보다 자유롭게 정보를 접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도 외부정보가 들어가긴 하지만 수많은 텔레비전과 휴대전화가 난무하는 이집트와는 비교되지 않습니다.
국제 인권단체 ‘프리덤 하우스’가 지난 10월에 발표한 ‘2011 국가별 언론 자유실태 보고서(Freedom of the Press 2011)’. 북한은 올해도 최악의 언론 탄압국에 선정됐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모든 소통을 차단해 북한 주민이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없게 하고 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본 1천 명 이상의 북한 주민을 체포하는 등 언론의 자유를 전혀 보장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같은 평가는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케린 칼카/프리덤 하우스] (북한은) 독립적인 언론기관이 없거나 아주 적은 데다 그나마 있는 언론도 정권의 나팔수 역할만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주민은 공정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가 매우 제한돼 있습니다.
[뱅상 브로셀/국경없는기자회] 북한은 권력을 잃지 않기 위해 언론을 통제합니다. 비평과 토론을 막고 주민에게 주는 정보를 통제하고 있습니다. 김정일 정권은 언론의 자유가 정권에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통제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가 지난 4월 발행한 ‘세계인권보고서’에서도 북한은 표현과 언론의 통제, 집회와 종교의 자유 박탈 등이 존재하는 최악의 인권국가로 분류됐습니다. 국무부의 마이클 포스너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차관보입니다.
[마이클 포스너] 북한의 인권상황은 암울하고 암울합니다. 북한은 현재 정부로부터 극단적인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탈북자와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보의 차단과 통제가 북한 사회의 부정부패로 연결돼 더 큰 사회문제와 인권 유린을 일으켰다고 지적합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핵심 권력층이 정보를 독점하고 일반 주민은 이같은 정보에서 차단됨으로써 더욱 뿌리 깊은 부정부패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입니다.
[이선화/탈북자] 그 부정부패를 말한다면...아이고... 북한에서는 사람들이 사는 삶 자체가 부정부패죠. 부정부패가 뭔지도 모르고 사는 사람도 많죠. 사람들의 삶이 언론의 자유, 인권의 자유, 출판의 자유도 없고, 세계의 여러 책도 볼 수 없기 때문에 부정부패가 뭔지도 모르고 세상 돌아가는 것도 알 수 없죠.
핵심 권력층을 중심으로 북한 사회에 만연한 비리와 부패가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통해 부당하다는 것이 드러나면 북한은 체제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북한 주민의 눈과 귀, 입을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주민에게 돌아가는데요, 한국투명성기구의 강성구 회장의 말입니다.
[강성구 회장] 부패로 가장 고통 받는 피해자는 가난한 사람입니다. 북한도 마찬가지고요. 가장 사회적 약자이자 가난한 사람들, 이에 항거할 수 있는 어떤 수단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의 고통을 가져오는 것이 부패이기 때문에 부패를 극복해야 할 이유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월,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지수에 북한이 처음으로 평가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북한의 부패지수를 평가할 수 있는 자료조차 확보할 수 없어 매년 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던 북한은 올해 처음으로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기본적인 평가 자료를 갖춘 겁니다. 결과는 10점 만점에 1점으로 조사 대상인 전체 183개국 중 꼴찌였지만 북한 사회의 투명성이 조금씩 개선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 ‘국경없는기자회’는 지난 10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언론과 외부 정보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에도 정보를 전달하려는 외부의 시도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해외 라디오 방송은 물론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담긴 DVD 등이 꾸준히 북한 내부로 유통되고 있다는 설명인데요, 최근 한국 ‘자유북한방송’의 설문조사에서 탈북자 50명 중 48명이 북한에 있을 때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내용은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 주민이 외부 세상에 눈을 뜨고 생각을 깨우치게 하는 수단이 되고 있는데요,
에버라드 전 북한주재 영국대사도 북한 주민이 한국 드라마와 물건을 접하면서 한국의 부유함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말합니다.
[John Everad] 한국이 훨씬 더 발전된 나라라고 생각하는 북한 주민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또 이런 주민층은 한국이 제공하게 될 혜택을 누리고 싶어합니다. 바로 이런 점이 북한 정권에는 큰 도전이 되는 거죠.
올해 9월까지 80만 명을 넘어선 북한의 휴대전화 사용자도 북한 내 정보 공유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100만 명 사용자를 앞둔 북한의 휴대전화는 이미 이집트에서 발생한 민주화 혁명 소식이 북한 내부에 확산하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철저히 고립정책을 펼치고 있는 북한 당국. 하지만 이제 북한의 언론 통제와 고립 정책은 점점 어려워 보입니다. 북·중 국경지역으로부터 휴대전화와 DVD를 통한 정보의 유입이 늘어났고 만성적인 경제위기로 북한 주민을 감시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데다 정보 기술의 발전이 북한 권력층의 통제를 피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국민대학교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의 설명입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 북한에서 컴퓨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 지배계층에서 보면 참 나쁜 소식입니다. 정보를 저장하고 복사하고 전달하는 방법이 좋아졌고 다양해졌는데요, 북한 보위대가 컴퓨터를 감시하려고 하지만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의 권력층이 컴퓨터 기술의 진보를 막을 수 없고 이는 정보의 관리와 확산을 중심으로 하기에 북한 당국에는 이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고 주장하는데요,
실제로 북한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보거나 음악을 듣고 한국 사회를 동경해 탈북을 감행하는가 하면 지금도 휴대전화와 라디오를 통해 외부 정보를 접하고 있습니다.
정보의 차단을 부정부패와 체제 유지의 수단으로 삼았던 김정일 정권. 하지만, 굳게 닫았던 쇄국정책의 문은 외부 세계를 동경하는 북한 주민의 열망과 끊임없이 밀려드는 정보의 물결 속에 조금씩 열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