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학올림피아드 12위 북한, ‘실망’, ‘낙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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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대표팀 단장․학생들 부진한 성적에 큰 낙담
- 매우 어려웠던 3번과 6번 문제, 북한은 거의 '0'점으로 전멸
- 스스로 생각하는 수업 아닌 경직된 교육 과정과 분위기가 한계일 수도
- 평양 제1중학교에 모인 수학 영재, 재미교포가 구해준 한국 교재로 공부


지난 16일 아르헨티나에서 폐막한 제53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회. 올해 6년 연속 참가하며 역대 최고의 성적을 기대한 북한은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로 종합순위 12위라는 부진한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전원 금메달을 획득하며 대회 사상 처음으로 종합 1위를 차지했고, 중국이 2위, 미국이 3위, 러시아가 4위, 캐나다와 태국이 5위 등을 차지한 것과 비교되는 저조한 성적입니다. 특히 올해는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 등이 북한을 앞섰는데요, 최근 5년간 10위 안에 들며 수학 강국의 면모를 보여준 북한이 올해 대회에서는 왜 부진한 성적을 보였을까요?

한국 대표단의 단장인 인하대학교 송용진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송용진 교수] 하루에 3문제씩 시험을 봅니다. 첫째 날은 1번, 2번, 3번 문제, 둘째 날은 4번, 5번, 6번을 보는데 3번과 6번 문제가 매우 어렵게 출제됐습니다. 글쎄요, 내년에 더 잘할 수 있겠지만, 이것이 북한의 한계라고 느꼈습니다. '3번과 6번 문제가 어렵게 출제됐는데 이렇게 어려운 문제에서는 북한이 힘을 못 쓰지 않는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제로 북한 학생은 3번과 6번 문제에서 거의 0점을 받았습니다. 한국과 중국 학생 가운데 3번과 6번 문제에서 7점 만점자가 나온 것과 대조적입니다. 한국과 중국은 두 문제에서 총 44점을 받았지만, 북한은 고작 4점에 불과했습니다.

[송용진 교수] 북한이 올해 부진했을 수도 있지만 3번, 6번 문제가 너무 어렵게 나와서... 그런 점에서 전멸한 것 같고요.

북한 학생이 이처럼 어려운 문제를 풀지 못한 데는 경직된 교육과정과 정답을 강요하는 분위기 등 북한의 교육제도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수학올림피아드대회를 위해 2~3년간 북한 학생들을 집중교육 하는 과정에서 빠른 발전을 보였어도 어느 수준 이상의 문제는 풀 수 없는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에서는 전국의 각 도에서 선발된 수학 영재들이 평양 제1중학교에 모입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학생도 모두 평양 제1중학교 출신입니다. 이들은 수학올림픽지도위원회의 집중교육을 받고 수학올림피아드대회 준비에만 전념하는데요, 재미교포를 통해 얻은 한국 교재로 공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김일성종합대학의 교수 출신인 함용철 북한 대표단 단장도 국제수학올림피아드대회를 위해 평양 제1중학교로 배치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열심히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했지만, 성적이 부진하자 북한 대표단은 크게 실망했다고 합니다. 늘 활발하던 북한 학생들도 올해는 우울해 보였다고 하는데요,

[송용진 교수] 분위기가 매우 침울했죠. 북한은 총력을 기울이는 입장이고, 경제도 좋지 않은 때에 어렵게 대회에 나왔고, 준비도 많이 한 것 같더라고요, 학생들의 훈련 정도가 좋아서 기대하던데요. 결과가 안 좋아 매우 낙담하더라고요.

- 1등을 하셨는데, 북한의 축하는 받으셨습니까?

[송용진 교수] 네, 축하한다고 말했지만, 표정은 안 좋죠.

한편,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위원회의 이사인 서울대학교의 김명환 교수는 이번 대회에서 북한이 특별히 잘못한 원인은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도 지난해 대회에서 13위를 기록한 것처럼 어느 나라든 대표팀이 약할 때가 있고, 여러 가지 상황이 잘 안 따라주는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 팀의 단장이 매우 실망한 것 같다고 김명환 교수는 덧붙였는데요,

올해 비록 부진한 성적을 거뒀지만, 북한의 수학실력은 세계가 인정하는 수준급입니다. 2007년에 8위, 2008년에 7위, 2009년에 5위를 기록했고 2010년에는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었지만 너무나 완벽한 답안 때문에 실격 처리될 만큼 남다른 수학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내년 콜롬비아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해보는데요,

한국과 미국, 중국, 러시아가 수학 강국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태국과 싱가포르, 이란, 터키 등의 수학실력이 급격히 상승하는 추세라고 전문가들은 덧붙였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