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장기 독재에 항거하는 거센 민주화의 바람이 중동 전역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세계인들은 중동을 넘어 중국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는 민주화의 불길이 북한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합니다.
자유아시아방송에서는 ‘중동에 부는 민주화 바람과 북한’의 특집보도를 오늘부터 사흘간 전해 드립니다.
오늘은 1편으로, 수십 년 이어온 독재를 수십 일 만에 종식 시킨 ‘중동 민주화 시위의 배경과 현황’을 김진국 기자가 살펴봅니다.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에 이어 오만, 예멘, 바레인까지 민주화의 불길은 중동 전역으로 거침없이 번지고 있습니다.
(시위 현장음)
수백만의 시민이 도심에서 자유와 빵을 달라며 독재자의 퇴진을 요구합니다.
독재정권은 무장 경찰이나 군대를 동원해 막아보지만, 시위 규모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무력 진압을 중단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까지 더해지며 결국 독재자들은 하나둘씩 권좌에서 물러나고 있습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넘어 중국까지 확산 중인 민주화 불꽃의 발화점은 유럽과 가까운 북아프리카의 튀니지였습니다.
튀니지에 13년간 살았다는 한국교민 이은영 씨는 아랍권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민주화 시위로 대통령이 물러난 지난 1월 15일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은영: 어린아이가 하루에 빵 한 조각 겨우 먹는데 영양실조로 피부가 다 일어나서 만질 수 없을 정도입니다. 대부분 사람이 하루 두 끼 정도 밖에 못 먹을 정도였습니다. 튀니지 사람들이 그동안 말은 못하고 살았지만, 결국 눌렸던 것이 이번에 폭발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무력으로 정권을 잡고 23년 동안 독재정권을 유지한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이 시민의 힘에 굴복하자 독재자의 장기 집권이라는 비슷한 상황의 이웃국가에도 민주화의 바람이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특히 북아프리카 최대의 아랍국가인 이집트의 독재자인 호스니 무바라크가 시민봉기로 물러나자 언론과 전문가들은 1989년 독일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동유럽 공산권이 일시에 무너졌던 것처럼, 무바라크의 몰락으로 중동 지역 독재의 장벽이 연쇄적으로 무너질지 주목합니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30년 독재를 끝낸 민주혁명의 시초는 튀지니와 마찬가지로 국민에 빵을 주지 못한 무능한 독재정권에 대한 시민의 분노였습니다.
(시위 현장음 “무바라크 물러나라” “우리는 자유와 직장을 원한다”)
이집트의 첫 민주화 시위가 열린 지난 1월 24일부터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하야를 발표한 2월 11일까지 약 20일 동안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드 광장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로 가득했습니다.
인구 8천만인 이집트 인구 가운데 열 명 중 네 명은 하루 2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절대 빈곤층입니다. 실업자의 90%는 전체 인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30세 미만의 청년층이었습니다.
정보화 능력이 높은 젊은 세대가 시위를 주도한 것이 수 십 년간 이어온 철권통치를 불과 수십일 만에 끝내는 원동력이 됐다고 한국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의 정상률 연구교수는 분석합니다.
정상률: 젊은 세대는 사회적 유동성이 높고 외부 접촉이 상대적으로 많아서 외부 사회를 알고 현 정권에 대한 저항의식이 높습니다. 전체 인구의 60%에 해당하는 젊은이들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을 중심으로 인터넷을 활용한 시위 조직과 반정부 구호 전파 등을 주도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압력도 독재정권의 퇴진을 앞당겼습니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 2월 6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에서 이집트 집권세력에 권력을 포기하라고 압박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평화적인 권력 이행을 지지합니다. 이행 과정은 투명하면서도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잇는 이집트의 민주 혁명의 영향은 컸습니다.
실업률이 높고, 절대 빈곤 비율이 높은 리비아, 알제리아, 수단 등 북아프리카 국가들과 경제적 불만보다는 민주화의 열망이 큰 오만, 예멘, 이란, 바레인, 요르단, 시리아 등 중동 국가들까지 독재를 반대하는 민주화 시위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뉴스전문 방송국인 CNN은 1일까지 중동 지역에서 민주화 시위가 진행 중인 나라는 17개 라면서 쿠웨이트와 모로코, 모리타니, 지부티, 이라크,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등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시위 상황을 소개했습니다.
국제사회도 중동의 민주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나섰습니다.
유엔은 지난달 26일 전투기까지 동원해 무차별 사격으로 1천여 명의 사상자를 낸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에 대한 제재 결의를 채택했습니다.
40년 동안 독재를 한 카다피 국가원수와 핵심 측근들의 해외자산을 동결하고 리비아에 무기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미국은 지난달 28일 약 300억 달러에 달하는 리비아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고 카다피의 해외 망명을 거론하면서 압박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습니다.
수십 년간 굳건하던 독재정권이 평화로운 민주화 시위에 연이어 붕괴하는 이유는 독재 군사정권의 본질적인 취약성에 있다고 중동연구소의 정상률 교수는 설명합니다.
정상률: 압제로 철권통치를 이어가는 권위주의 정권은 안정적인 것 같지만,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간단하게 무너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중동의 독재국가 국민도 그동안 불만이 있었지만 집단적 저항이라는 실천으로 옮기지 못했는데, 비슷한 환경의 튀니지에서 성공하니까 자신감을 가졌고 폭발적인 민주 시위로 발전했습니다.
튀니지에서 점화된 민주화의 불길은 이집트를 기점으로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민주화의 불길은 사막을 건너 중국에까지 옮겨져 지난달 20일부터 중국의 주요 도시에서는 매주 일요일 오후 민주화 시위가 열립니다.
튀니지에서 시작한 민주화 시위가 요원의 불길처럼 중동 지역을 휘감고 있지만 민주화를 완성하기까지는 아직 먼 길이 남았습니다. 일단 중동은 종교적 원리주의 세력이 강하고 민주화에 필수적 요소인 시민사회가 성숙돼 있지 않고, 경제도 엉망입니다.
그러나 자유와 민주를 외치는 국민의 힘으로 이 모든 난제를 점진적으로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독재를 무너뜨린 시위 참가자들은 자신합니다.
1990년대 초반 동유럽 공산권의 몰락을 가져온 베를린 장벽의 붕괴처럼 2011년의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불붙은 민주 혁명이 북한을 비롯한 전 세계 독재체제를 무너뜨리는 도화선 역할을 할지 주목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진국입니다.
MC: 자유아시아방송의 특집보도 ‘중동에 부는 민주화 바람과 북한’ 1편, ‘중동 민주화 시위의 배경과 과제’였습니다. 내일은 2편 ‘탈북자와 북한 주민이 보는 북한’ 편이 방송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