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의 핵개발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른 유엔대북제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북한 주민들의 치열한 삶의 투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은 북-중 국경지역에 대한 현지 취재를 통해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생한 소식들을 다섯 차례에 거쳐 방송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세 번째 순서로 “헐 값에 팔리는 북한 예술품”을 보내드립니다.
북한 화가 선우영:
그러기에 작품은 반드시 본 창작가로부터 구입된단 말이예요.
북한 예술 작품은 한국 사람이나 외국인들 속에서 관심이 높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폐쇄성으로 인해 북한 작가들이 그린 그림들의 진위여부가 문제되고 있습니다. 또한 작가가 제값을 받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실정입니다.
북한 예술 작품에 대해 알아보려고 단동의 그림 가계를 찾은 것은 취재 4일째. 단동에서는 북한 예술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중국 단동시의 한 거리>
단동시내 중심에 자리 잡은 한 건물. 상가 입구에 들어서자, 낯익은 북한 우표와 그림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6.15 남북정상회담을 형상한 우표며, 옛 북한 화폐들도 눈에 띕니다. 상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바로 옆에서 낯익은 북한 그림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
이 그림들은 어디서 그린 것인가요?
판매원:
조선에서 그린거지요.
기자:
사진 아닌가요?
판매원:
아니지요. 그림이에요.
기자:
이런 그림보고 무슨 그림이라고 하나요?
판매원:
조선화. 천에다 그린 조선화요.
50대 초반의 한 중년 부인은 상냥한 북한 말투로 거침없이 응대합니다.
[대형 수예작품 앞]
수십 마리의 기러기를 형상한 길이 4m, 높이 2m의 대형 수예가 방 한 벽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금방 날아오르는 듯한 기러기의 모습은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기자:
수예는 확실히 한국보다는 조선이 나은 것 같아요.
판매원:
음. 이 수예보다 더 큰 것도 있어요. 길이 8m에 높이 4m짜리도 있는데, 회의실 같은데다 걸어놓을 수도 있어요.
기자:
이것은 얼마나 합니까?
판매원:
(중국 돈)3만원이요. 이전에는 5~6만원씩 했는데, 지금은…내렸어요.
판매원은 북한에서 그림을 직접 들여온다면서 자신들은 정부의 공식 허가를 받아 판매한다고 말합니다.
판매원: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어요. 주문만 하면요.
한 때 한국이나 미국 등 외국에서 북한의 미술품들이 훌륭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예술 작품을 전문 경매하는 한국의 포털아트도 북한의 정창모, 선우영 등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인터넷에 올려 경매해왔습니다. 그러나 북한 작가들이 직접 판매할 길이 막히고 브로커들이나 북한 당국의 손을 거치면서 창작자들의 저작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동영상 대화 녹취>
한국인:
이거 다 인터넷에 전 세계적으로 한국을 포함해서 선우영 선생님의 작품이 다 나오는데 이런 일이 자꾸 벌어져서는 안 된단 말이 예요. 한 두 작품도 아니고, 선우영 선생님 생각하기에 어떻습니까.
선우영:
그건 나도 막을 수 없습니다. 글씨가 엉터리지요. 그러기에 작품은 반드시 본 창작가로부터 구입해야 된단 말이예요.
<거리의 소음>
북한에서 그림과 수예를 들여와 한국에서 팔고 있는 조선족 김철민(가명)씨. 그는 북한 그림 한 점에 한국 돈 13만원, 미화 100달러가량 받고 팔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들에는 창작자의 인장(도장)이 있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없습니다.
기자:
이것은 얼마나 받아요.
철민:
내가 13만원에 넘겨줘. 액자까지 넣어서 액자만 해도 3만원인데,
철민:
거저지. 거지.
기자:
조선에서 해온 것인가요?
철민:
북한에서 해온 것이지. 여기 봐 ‘동백과 꾀꼴새’.
기자:
여기 지금 이름은 없지 않아요.
김철민 씨는 이런 작품들은 대부분 작가들이 몰래 제작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즉, 북한 작가들이 국가에서 배급과 월급을 받으면서 일하지만 요즘 배급도 잘 주지 않고 또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 때문에 월급 가지고는 생활이 어려워 밤에 부업으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런 작품들은 상품으로 가치는 있지만, 작품으로 인정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면 작품이 해외에 나가 팔릴 경우, 북한 당국이 조사를 벌일 수 있기 때문에 작가들은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 합니다. 이런 약점을 이용해 한국의 일부 구매상들은 북한에 주문할 때 작품에 인장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하고 사들인 다음 다른 이름을 넣어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단동의 판매원은 말합니다.
판매원:
어떤 사람들은, 어떤 그림은 아주 좋은데 자기 이름을 넣으면 외국에 나가면 걸릴가봐 두려워 하며 밝히지 못하는데 그 그림은 그 사람 그림이란 말이예요.
이러한 문제는 앞으로 저작권 문제로 비화될 여지가 충분합니다.
<2층 상가 소음>
내부 장식을 하느라 한산한 2층 골동품 상가. 한 중국 골동상인이 가게 앞 침대에 누워 전화를 걸고 있습니다.
기자:
청자기가 있습니까,
상인:
보세요. 이게 있잖아요.
기자:
이건 얼마입니까,
상인:
싸게 싸게 줄게요.
손님:
싸게 준다지 않아요.
골동품을 사려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던지 상인은 금방 태도가 달라집니다. 상가에는 진품으로 보이는 골동품이 한 점도 없어 보입니다. 진짜라면 수만 달러에 팔렸을 고려청자가 중국 돈 300원, 미화로 50달러에 흥정됩니다. 그 상가를 나와 모퉁이를 돌아가니, 한 무리의 중국인 상인들이 모여 주패(포커)를 치고 있습니다.
[주패 치는 중국 상인들의 목소리]
다른 골동품 상가. 동창태(同昌泰)라고 쓰인 골동품 상가도 한적하기는 마찬가집니다. 취재팀이 문어귀에 나타나자 골동상인이 마주 나옵니다.
상인:
조선제, 조선제,
기자:
이것도 조선제인가요? 오리요.
이 상가 역시 고려청자라고 부르는 북한 골동품을 헐값에 팔려고 합니다.
기자:
이건 무엇입니까,
상인:
등잔이요.
한때 골동품은 북한에서 일확천금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지방은 골동품 투기꾼들의 관심지역으로 되어있었습니다. 한 밤중에 고관대작의 무덤을 도굴하고 진짜 골동품을 팔아 팔자 고쳤다는 우스갯소리가 세 살 난 애들도 알만큼 널리 퍼져 많은 북한 주민들이 골동품 수집에 발품을 팔았습니다.
아마 이 상가를 거쳐 팔린 북한 골동품도 여러 점 있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골동품 상가들은 한산하기 그지없습니다.
중국 골동 상인은 북한 골동품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가짜가 많이 나온다고 말합니다. 이 골동 상인도 한때 북한에서 고려청자, 백자, 병풍 등을 들여와 한국 사람들에게 팔아 쏠쏠한 수입을 올려봤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에서 들여오는 골동품 중에 진짜보다 가짜가 더 많아 진짜를 팔아먹기도 어렵다고 터놓습니다.
[골동상인 푸념]
손님:
요즘 장사가 어떻습니까?
골동상인:
장사가 아주 어려워요. 지금은 진짜가 없어요. 가짜가 진짜로 변하고, 진짜가 가짜로 변하고…
북한에서 골동품을 전문 모조하는 기관은 만수대 창작사라고 골동품 장사를 했던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한때 한 점만 잘 팔아도 신세를 고쳤다는 골동품. 그러나 지금은 진품이 고갈되어 위조된 가짜들이 텅 빈 중국의 골동가계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나마 진짜로 팔린 골동품은 한국이나 일본 등 전문 골동수집가들의 손에 넘어가고 있습니다.
경제가 어려우면 나라의 국보도, 훌륭한 예술인들의 자존심도 지킬 수 없다는 씁쓸한 생각을 하면서 골동품 상가를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중국 단동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