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북한은 왜 정찰위성을 발사하려는 걸까?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지난해 12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 단계의 중요 시험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지난해 12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 단계의 중요 시험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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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 준비를 마치고 곧 발사에 나설 태세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위성전문가들과 북한의 위성 기술을 미국의 정부, 상업 위성 기술과 한번 비교해봤는데요. 북한은 이들에 비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으로 평가됐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된다고 미국의 위성 전문가들은 진단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박재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군사정찰위성 1호기’가 완성됐다며 계획된 시일 내 발사하라고 지시함으로써 북한의 첫 정찰위성 발사가 임박했습니다.

북한은 왜 정찰위성을 발사하려는 걸까? 북한은 왜 정찰위성을 발사하려는 걸까?

그간 북한의 위성 발사는 이를 명분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발을 지속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는 분석이 나오곤 했습니다.

(북한 위성 발사는 ICBM개발을 위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

그러나 이같은 분석은 단편적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윌 마샬(Will Marshall) 플래닛랩스(Planet Labs) 최고경영자와 제프리 루이스(Jeffrey Lewis) 미들베리 국제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교수와 2대 1 인터뷰를 진행했고, 미 연구기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조셉 버뮤데즈(Joseph Bermudez) 선임 연구원,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 위성사진분석 전문가인 데이비드 쉬멀러(David Schmerler) 선임연구원, 미 군사 전문 연구기관인 ‘글로벌시큐리티’의 찰스 빅(Charles Vick) 박사과 각각 북한, 미국 정부 및 상업용 정찰위성과 관련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가 ICBM 개발을 넘어선 목표와 동기가 뚜렷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쉬멀러 연구원 : 2017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우주 프로그램은 ICBM 기술 개발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2017년 북한은 두 차례 ICBM 미사일 발사를 시험했고, 그 이후에도 계속 시험 발사를 했습니다. 물론 올해도 발사 시험을 했구요. 이 때문에 더이상 인공위성발사가 ICBM 시험을 위한 위장 발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현재 정기적으로 ICBM 미사일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ICBM 기술을 시험하기 위해 인공위성 발사 시험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루이스 교수 : (북한이) 다른 국가들이 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우주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능력을 원한다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유용한 군사적 능력이 목적이지만,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능력이기도 합니다. 어느 나라든 기술적으로 뒤처지기를 원하지 않으며 북한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찰위성 발사는) 북한의 우주 산업이 우주 이용에 대한 진지한 열망을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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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하고 "4월 현재 제작완성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계획된 시일안에 발사할 수 있도록 비상설 위성발사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종준비를 다그쳐 끝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TV가 19일 보도했다. / 연합

버뮤데즈 연구원 : (정찰위성 발사의) 목적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입니다. 관측용 위성을 가지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입니다. 구글 어스를 보거나 해외에서 위성사진을 구매하면 더 나은 해상도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북한의 경우) 꽤 제한이 있습니다. 만약 북한만의 정찰 위성을 가지고 있다면, 한반도에 날씨 요인에 따라 매일 하루 또는 이틀에 한 번씩 자료를 모을 수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수집은 그들이 괌, 오키나와, 필리핀에 있는 한국, 일본 미군, 공군 기지에 있는 항공기의 수, 항구에 있는 잠수함의 수에 대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게 해줄 것입니다.

빅 박사 : 북한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활용할 수 있는 높은 해상도를 갖춘 위성사진의 이점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따라잡고 싶어합니다. 요점은 북한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불리한 입장에 있습니다.

특히 버뮤데즈 연구원은 북한은 이미 정찰위성 발사와 향후 운용과 관련해 조직을 개편했다며 구체적인 준비가 돼 있으며 특히 이를 위해서 그간 검증된 미국의 방식을 따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버뮤데즈 연구원 :지난 1년 동안 북한이 인공위성에 대해 발표하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실제로 소속 조직 개편을 하고 인공위성 생산에 대한 정보를 공개했다는 것입니다. 북한 국방과학원이 위성 자체 개발, 설계 및 생산에 주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에 속하는 북한의 국가우주개발국(NADA)은 실제 발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정찰총국이 이를 총 감독하고 발사가 되면 지시나 통제를 내리게 됩니다. 또 북한은 최근 비상설 위성 발사 준비 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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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같은 북한의 포부에도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 북한에서의 기술 개발에는 한계가 뚜렷합니다.

루이스 교수 : 과학과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한 국가차원의 노력 일환으로 북한은 김책 공업종합대학교를 포함한 대학들을 설립했습니다. 그러나 그 활동의 규모는 미국에서 보는 것과 전혀 다릅니다. 예를 들어, 김책공대가 북한판 MIT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은 여전히 북한의 MIT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북한은 매우 작은 나라이고, 제한이 있고, 제재가 있고, 자원이 부족합니다. 또 양질의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도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우리가 서양에서 가지고 있는 자원에 접근할 수도 없습니다.

쉬멀러 연구원 :이전에 북한은 위성 발사로 위성을 궤도에는 올려놓았지만, 위성 운용에 있어서는 실패했습니다. 우리는 우주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봐야 합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다면) 우리가 과거에 보았던 것과 같은 오래된 우주 발사체를 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는 것 이상으로 어려운 장애물들이 있습니다. 북한이 이번 발사에서 증명해야 할 것은 제어와 통신 기술입니다.

현재 북한의 기술은 미국 정부는 물론 상업용 위성 기술에도 한참 뒤처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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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닛랩스 콘퍼런스의 모습. /RFA

먼저 미국 상업용 위성 기술에 대해 한번 들여다보겠습니다.

오늘날 대표적인 위성사진을 공급하는 미국 상업 위성 기업은 세 기업으로 대표되는 데 이들은 이 대부분의 높은 해상도 사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 픽셀에 30cm~50cm 사진을 생성할 수 있는 맥사(Maxar)가 있고 약 50cm~3m의 해상도까지 제공하는 플래닛랩스(Planet Labs), 그리고 30cm~1.5m까지의 사진을 제공하는 에어버스(Airbus)가 있습니다.

쉬멀러 연구원 : 플래닛랩스가 매일 지구 전체의 육지를 촬영하는 사진 해상도 3m 를 활용하면 건물을 볼 수 있고, 군사기지 작업과 큰 차량들이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건물에 불이 나면 그 피해를 볼 수 있고, 선박의 움직임도 추적할 수 있습니다. 30cm~50cm의 해상도 사진부터는 30명 이상의 사람들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그림자까지 알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작은 차의 움직임을 알 수 있고, 화물차를 통해 어떤 물건들이 오가는지 알 수 있고 군사 장비를 구분해 낼 수 있습니다.

각 회사들은 목표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위성 사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이들 중 ‘플래닛랩스’ 컨퍼런스 즉 대규모 발표회 행사를 찾아 취재했습니다.

플래닛랩스는 해상도는 낮지만 위성을 200개 정도로 대규모 군집으로 운용해 약 120만장의 위성사진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 회사가 운용하는 ‘도브’ 위성은 식빵 한 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작은 크기로 약 3m 해상도로 지구 표면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

마샬 경영자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기자회담에서 플래닛랩스는 미국이란 거대한 산업규모 안에서 정부와 민간 부분의 협업으로 지금의 기술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샬 경영자 :미국이 가진 인공위성 기술 개발의 노하우는 다른 상업기술들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전자공학 등 민간 기술들을 활용해 더 많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기술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더 어려울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산업 규모에 있어 미국과 서구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더 앞서 나갈 수 있다고 보고 이것이 기술과 능력에 큰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마샬 경영자는 정찰위성 발사를 천명한 북한이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 것 같느냐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마샬 경영자 :아닙니다. 저는 이 분야에서 북한과의 경쟁이 걱정되지 않습니다 (No, I am not worried about competition from North Korea in this domain.)

다만, 미국 연방정부는 국토원격감지정책법(Land Remote Sensing Policy Act)에 따라 상업용 위성사진의 해상도에 대한 규제를 해왔고 현재는 해상도를 25cm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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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소련의 달탐사발사장을 찍은 미국 정부의 정찰위성 사진의 모습. /NASA 홈페이지

그렇다면 미국 정부 정찰 위성 기술은 어떨까요?

미국 정부, 즉 위성 정보수집 기관인 국가정찰국(NRO)의 정찰능력은 우주에서 지상을 관측했을 때 뉴욕타임스를 읽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고, 사람 얼굴도 구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알기 위해 자유아시아방송은 NRO, 전직 NRO 국장들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민감한 정보’ 때문인지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과 논의를 통해 미국 정부의 기술 수준을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1960년대 개발된 KH7은 최초의 미국 고해상도 정찰위성으로 1968년 찍은 소련의 달 탐사발사장의 상당히 구체적인 모습이 담겼습니다.

빅 박사 :미국 스쿨버스 규모 정도의 미국 KH7 정찰위성이 소련 달 탐사발사장 루나7 공사장 모습을 공개한 것으로 봤을 때 미국 정부 능력을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당시 이 사진에서는 배관, 배선, 케이블 등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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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맘 호세이니 국립우주센터를 찍은 미국 정부의 정찰위성 사진. /트럼프 전 대통령 트위터

50년이 더 지난 지금 미국 정부의 정찰위성 능력은 이를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돼 2022년까지 새롭게 발사된 KH11 정찰위성은 가장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2019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에 의해 그 기술이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쉬멀러 연구원 :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북동부 셈난주 이맘 호메이니 국립우주센터 로켓 발사대에서 실패한 이란 우주 발사의 모습을 트위터에 올린 위성 사진이 있는데요. 우주발사체의 잔해가 연기에 휩싸이는 장면이 찍혔습니다. 이 사진의 해상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았습니다. 제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공개된 위성 사진입니다. 스크린샷이 아니라 더 확대됐다면 해당 위성 사진에서 더 자세히 알 수 있었을 겁니다. 정부가 가진 세부사항과 우리가 가진 세부사항의 정도를 비교해 볼 때 충격적이었습니다.

고화질 위성 사진은 기상변화 등에 따라 탐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미국 정부는 이 기술 말고도 열 적외선, 신호정보 능력 즉 시긴트 등의 능력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버뮤데즈 연구원 : 다른 국가들과 미국의 정찰위성 능력과는 비교가 안 됩니다. 우리가 공공 영역에서 알고 있는 수준에서 봤을 때도 미국정부가 일년에 발사하는 위성과 그 다양성은 참 놀랍습니다.

다만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1990년대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초기 수준이라고 무시한 뒤 사실상 현재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달성했듯이 북한의 정찰위성 기술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위협적이 될 수 있습니다.

루이스 교수 :북한이 궁극적으로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원격 감지 위성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높은 수준의 투자로 북한이 이러한 일들 중 일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이 일을 잘 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버뮤데즈 연구원 : 북한은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미국, 러시아, 중국의 초기 위성들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위성을 발사하는 경험들이었습니다. 직면하는 도전으로부터 배우는 것은 아마도 그들이 현재의 길을 계속 간다면 더 나아질 것입니다.

북한의 위성발사는 ICBM 발사 기술과 동일하단 이유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안 위반행위입니다.

기자 박재우,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 , 영상 유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