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3인이 보는 ‘북한건축의 현재와 미래’] ③ “첨단 편익성 갖춘 주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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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RFA 봄맞이 특집 " 북한건축의 현재와 미래" 오늘의 주제는 북한주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어떤 건축이 필요한가 입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옥종호 교수, 이가 ACM 건축사 사무소 이종석 사장, 아이에프 건축사 사무소 차상욱 대표가 화상 간담회에 참여 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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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아이에프 건축사 사무소 차상욱 대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옥종호 교수, 이가 ACM 건축사 사무소 이종석 사장.


기자: 당장은 아니라도 앞으로 북한에 지어지는 건축물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겠습니까? 옥종호 교수님부터 말씀해 주시죠.

옥종호: 우선 삶의 질을 담는 주거 공간이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가가 가장 기본적인 관심사가 되겠죠. 그래서 적어도 남한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어떤 괴리감을 느끼지 않는 그런 주거 공간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런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종석 사장: 저는 북한의 미래는 굉장히 희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전제가 경제적 발전을 위해 주변국들과의 협력관계가 더욱 더 원활해지고 산업이 활력을 찾는다면 건축산업은 자동적으로 고도화될 수 있습니다. 또 각 도시에 상업유통 시설과 문화유락 시설, 각종 병원과 교육시설 등이 새로운 모습으로 주민들에게 다가갈 것입니다. 지금은 주거이전의 자유가 제한돼 있어서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도 원하는 곳에 살수도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건축산업이 다양해지기가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가 있습니다만 그 미래에 대해서는 그런 부분이 말끔히 해소될 수 있겠죠. 북한은 그 동안 마치 움츠렸던 개구리가 뛰듯 남한에 비해 미래에는 더욱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또 다른 나라에서 부러워하는 첨단도시의 스마트한 건축물이라든가 첨단물류 이런 것들이 지금 흔히 얘기되고 있는 4차 산업 혁명과 맞물려서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 북한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북한에 대한 미래는 굉장히 밝습니다. 지금 현재는 힘들지만 앞으로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하는가에 따라서 미래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기자: 옥 교수님과 이종석 사장의 얘기만 들으면 뭔가 달라진 모습에 마음이 설레는데요. 차상욱 대표께서는 미래 북한 건축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질 것이라고 보십니까?

차상욱 대표: 네,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 그 중에서 제가 모스크바에서 경험한 페레스트로이카 이후에 달라지는 모스크바 이야기를 하자면 북한주민에게 가장 먼저 공급돼야 하는 시설이 상업유통 시설이 될 겁니다. 물론 평양에도 일부 고급 백화점이 있죠. 하지만 그곳은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일반인은 우리가 옛날부터 자연스럽게 사용했던 장마당과 같은 곳에서 거래를 하면서 살고 있잖습니까? 그런데 장마당의 형태가 아주 체계화된 상업유통 시설로 발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평양의 고급 백화점의 경우 상품의 진열방식이나 유통방식 모두가 구매자 다시 말하면 물건을 사는 사람이나 또는 살 일은 없지만 그냥 방문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설계됐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새롭게 들어설 북한의 상업유통 시설은 북한 장마당을 중심으로 현대화 하는 작업이 시작될 것이고 이때 상인의 편리와 방문자, 구매자의 편리가 최대한 보장되는 건축물로 바뀌는 모습을 북한주민 여러분은 보게 될 것입니다.

기자: 옥종호 교수님, 주민들을 위한 위락시설 건축물들도 지금 보다는 더 많아지겠죠?

옥종호 교수: 네, 위락시설을 말씀 드리기 전에 근린생활 주구. 가까이 살고 있는 내 집 근처의 상황이 변화하는 것을 보자면 방금 말씀하신 것과 같은 큰 백화점 말고라도 소규모의 유통시설 즉 소규모 상가가 많이 들어설 것이란 겁니다. 남한의 경우는 24시간 누구나 어디서나 배가 고프면 라면을 사먹을 수 있고, 빵도 사먹을 수 있고, 물도 사먹을 수 있는데 북한도 마찬가지일 것이란 겁니다. 24시간 동안 편하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편의점이 들어설 것이고 다양한 전문점과 상업시설 등이 활짝 문을 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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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길거리에서 음식을 파는 노점. (Wong Maye-E/AP)


기자: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데요. 이종석 사장은 미래 북한 건축의 변화를 어떻게 봅니까?

이종석 사장: 아무리 좋은 시설이라고 해도 평양과 같은 일부 지역에만 이런 시설들이 들어간다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대도시든 산간 내륙 도시든 그 지역의 특성과 지역 주민들의 기호에 맞는 시설들이 지어져야지 일부 계층만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지금 북한에는 대규모 극장이나 물놀이장, 서커스 극장, 승마장 등이 최고 지도자나 아니면 국가가 주도해 위락시설을 조성해 제공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인민의 기호에 맞는 진정한 인민들의 여가생활을 위한 시설이 들어설 수 있어야 합니다.

기자: 새롭게 제공되는 건축물도 있겠지만 사라지는 건축물도 분명 있을 것 같은데요. 차상욱 대표께서 말씀을 해주시죠.

차상욱 대표: 없애야 할 건물은 굉장히 많습니다. 그 기준은 낡고 위험한 건축물을 먼저 없애야 할 겁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포함할 것이 있습니다. 이 방송을 듣고 있는 북한 주민들 가운데는 반사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래도 미래의 북한 주민이 필연적으로 보게 될 모습을 언급하지 않는 것 또한 우리 건축 전문가의 도리가 아니기 때문에 제가 말씀 드릴께요. 그것은 바로 우상화를 목적으로 세워놓은 엄청난 수량의 동상과 조형물이 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기자: 북한주민에게는 참 민감한 사안이 될 것 같아서 조심스러운데요. 이종석 사장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종석 사장: 저 역시도 사실 사회주의 국가에서 건축을 한 것이 아니고 자유민주주의 세계에서 살아왔고 교육을 받고 또 자유로운 생각을 갖고 건축을 해왔던 사람이기 때문에 북한 체제에서의 건축물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건축이란 것은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방금 차상욱 대표가 말한 그런 상징적인 건축물이라든가 조형물들이 과연 각각의 인민들의 행복에 어떤 영향을 주고 행복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앞으로 우리가 통일을 하든 변화에 따라 남북한이 통합을 이뤄내는 그런 시대가 올 때는 좋은 자리 즉 가장 눈에 잘 띄고 볕이 잘 받는 자리에 놓인 상징물 보다는 인민들을 위한 공공시설이나 휴식을 위한 위락시설이 더 맞지 않는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기자: 옥종호 교수님, 건축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니 미래 북한의 건축 멋진 청사진이 그려지는데요. 이런 것이 현실화 되려면 해결돼야 하는 문제가 많아 좀 머리가 복잡해 집니다.

옥종호 교수: 대한민국에서는 교육이든 의료든 주거든 이 시설에 대한 것은 전부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한 시장경제 논리에 의해 공급됩니다. 그래서 설계하고 시공하고 공급하고 또 유지관리 하는 업체가 생겨나고 합니다. 북한의 체제가 변해서 통행, 통상, 통신이 가능하고 남한과 원활한 교류가 된다면 북한이 그 동안 가지고 있었던 인민들을 위한 무상의 서비스 그런 관념을 반영한 그러나 시장경제 논리에 의해 돌아갈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야겠죠.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 보면 뭔가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자: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미래의 북한 건축 구제적으로 무엇이 변하게 되는지 차 대표님이 정리를 해주실까요?

차상욱 대표: 이것은 대답이 굉장히 간단 명료합니다. 분명한 것은 미래의 북한 주택은 겨울에는 훨씬 따뜻할 것이고 여름에는 시원할 겁니다. 그리고 주부의 입장에서 보면 장작 또는 석탄을 쓰지 않고도 가족을 위해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게 될 텐데 이 시간이 굉장히 즐거워 진다는 것입니다. 그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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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연시 인민병원 모습. 백두산 기슭에 세워진 이 병원은 엑스레이실과 복부초음파, 심전도, 위내시경 검사가 가능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원격진료 시스템도 갖춰 환자들이 중앙병원 의료진의 진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연합뉴스


기자: 남한도 대도시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아파트 입니다. 현재 평양에도 대규모 살림집 건설이 한창인데요. 앞으로 북한에도 아파트가 더 많이 들어서게 된다. 그런 모습을 상상하면 되겠습니까? 이종석 사장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종석 사장: 저는 남한에서 자라서 남한에서 살고 있는데 지금 살고 있는 집도 만족스럽지 않아요. 남들은 이런 고층집에 사는 것을 보고 성공했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똑같이 지어진 아파트란 공간에서 사는 자체가 저는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다시 말하면 남한도 주거 정책에는 사실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저는 북한이 미래에 만약 건축적인 발전을 이룰 수만 있다면 북한주민들이 개성 있고 각자의 취향에 맞는 재료를 사용해서 예쁜 건축물들을 지어가면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제발 북한의 건축만큼은 남한의 신도시처럼 고층 아파트로 가는 일이 안 생겼으면 합니다.

기자: 이제 마칠 시간이 됐는데요. 옥종호 교수부터 정리를 좀 해주시죠.

옥종호 교수: 네, 좀 전에도 말씀 드린 바와 같이 건축을 단편적으로 놓고 논의 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건축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에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가 결국 건축적인 모습으로 드러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좀더 우리가 넓은 시각으로 이야기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요. 우리가 언젠가는 교류를 해야 하고 한민족으로 동질성을 유지 하면서 살아가는 시점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마음으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건축은 결국 삶이다. 이런 얘기죠.

기자: 이종석 사장님

이종석 사장: 지금 북한이 힘든 때 입니다. 그러다 보니 오늘 드린 말씀이 북한 체제에 사는 분들께는 아마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지금은 부득이 현재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고 해도 우리 건축계는 남한정부를 통해서 대북정책에 우리 북한주민들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그런 노력을 충분히 전개해 나갈 겁니다.

기자: 차상욱 대표님

차상욱 대표: 분명히 저희가 한 목소리를 내고 싶은 것은 건축계에 몸 담은 사람들이 남북 건축이 지닌 차이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그 차이를 줄이고 또 건축을 통해서 북한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키는 아주 멋진 역할을 할 날이 오리라고 확신 합니다.

기자: RFA 봄맞이 특집 "북한건축의 현재와 미래" 세 차례에 걸쳐 북한건축의 문제점과 앞으로 예상되는 변화된 모습에 대해 진단해 봤습니다. 지금까지 화상 간담회에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옥종호 교수, 이가 ACM 건축사 사무소 이종석 사장, 아이에프 건축사 사무소 차상욱 대표였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