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김정은 체제10개월을 맞아 그 동안 북한이 추진해온 외자 유치전략과 경제 살리기 움직임을 심층 보도합니다.
그간 북한이 중국과 협력을 통해 경제 성장을 위한 종자돈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핵 문제와 남북관계 악화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수개월 동안 북한에서 시도되고 있는 김정은식 경제강국 건설이 어디까지 왔는지 오늘부터 2차례에 거쳐 특집으로 방송합니다.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김정은식 외자유치 실체는 무엇인가?”를 보내드립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8월 중순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이끄는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김정은 체제가 시동을 건 경제강국 건설에 절실히 필요한 외화를 끌어들이기 위한 북중간 경제협력을 토의하기 위해섭니다.
이윽고 중국과 나선특구 개발, 황금평과 위화도를 공동개발, 공동 관리하는 북중 공동관리위원회를 출범시킵니다.
외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전담 부서로 출범한 북한 합영투자위원회는 북한 내 특구개발과 노무 계약, 즉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까지 모두 주관하고 있습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의 한 고위층 탈북자는 “현재 북한의 외자는 대외경제를 책임진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주관하고, 리수용 노동당 부부장과 리광근 합영투자위원회 위원장이 움직이고 있다”면서 “이들은 비록 내각 산하라고 하지만, 김정은 직속으로 외자유치를 전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외신들은 지난 4월초, 북한과 중국이 4만 명의 북한 근로자들을 산업연수 방식으로 중국에 취업시키는 데 합의했고, “앞으로 10만명에 달하는 북한 근로자들이 중국에 파견될 것”이라는 대북 소식통들의 전언도 나왔습니다.
한국이 서독에 광부들과 간호사들을 대거 파견해 근대 산업화에 필요한 외화를 벌어들였던1960~1970년대 상황과 비슷해 보입니다.
북한의 외자 유치 전략은 내수 경제를 활성화 하기 위한 합영 합작 형태로도 진행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북한의 투자설명회가 중국 창춘과 단둥 등지에서 잇따라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어 중국 기업들이 나선 특구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는 북한 매체들의 보도가 나오고, 비행기를 통한 금강산 관광길이 열렸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국제전화와 인터넷도 북한 전역에서 개방할 것이란 의지를 보여, 외부에서는 북한이 개혁개방을 위해 전향적인 궤도수정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의 외자 유치전략은 미국과 서방세계를 배제한 채 중국과 러시아 등 일부 나라에 치우쳐있어 한계가 있을 것으로 한반도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정영태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입니다.
정영태: 중국의 경우 다다익선, 즉 많이 들어오면 좋다는 기본적인 마인드가 있었지만, 북한의 경우에는 김정은 세습체제가 흔들리지 않게끔 통제하는 그러한 것은 적극적인 외자 유치방법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체제 변화가 두려워 북한이 소극적이고 제한적인 외자 유치 활동에 그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경제특구로 지정된 나선지구와 황금평, 위화도 지구를 보더라도, 북한 주민의 발길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여기에 중국 기업들을 끌어들여 외화를 번다는 전략입니다. 현재 북한은 중국에 나진항과 청진항의 일부를 30년 장기 임대 방식으로 넘기고 있습니다.
김광인 북한전략센터 소장의 말입니다.
김광인: 지금 밖에서 보면 북한에서 여러 조치들이 나오고 있는데, 나진항이나 청진항을 중국 쪽에 개방하는 것은 대외개방이랑 상관이 없고, 장성택이 방중하면서 약간 논의가 있었는데 북한이 요구하는 것에 대해 중국이 반기는 입장 아니 예요.
중국 등 공산권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외자 유치 활동을 벌이는 북한과 달리, 중국은 개혁개방 초기 외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무역대상국을 미국과 서방 국가들로 확대했습니다. 결국 나라 밖의 돈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국가 지도자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고든 장 변호사의 견해입니다.
고든 장: 1978년 중국에는 경제적으로 엄청난 개혁을 하고자 의지를 가진, 그리고 중국에 새 물결을 일으키고자 하는 지도자 덩샤오핑이 있었습니다.
중국은 외국자본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도록 법을 대폭 손질하고, 행정체계도 개혁했습니다. 결과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1978년 미화 약 1억 5천 달러에서, 2011년에는 3조 달러로 급증하며 세계 1위의 외환보유 국가로 거듭났습니다.
중국이 외자 유치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민족자본 활성화, 즉 화교자본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입니다.
정영태: 화교라는 것은 같은 민족이라는 개념이 있지 않습니까, 중국 당국도 그런 화교들의 자본이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습니다.
중국정부는 화교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공산정권 수립 당시, 그리고 문화대혁명 시기 범한 오류를 시정하고, 여러 지역에 화교 자본이 발 붙일 수 있도록 경제특구를 건설했습니다.
적대적인 태도를 버리고 협력하면 서로 득이 된다고 생각한 중국 정부의 타산이 맞아 떨어진 셈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는 다르다고 정 연구원은 분석합니다.
정영태: 화교자본이 중국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것과 달리, 북한의 경우는 통제체제, 폐쇄정책을 유지하다 보니 재일동포들의 외자를 끌어들이는데 실패했습니다. 많은 노력을 했으되, 실패했다, 이것이 좀 다릅니다.
현재 북한은 중국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필요한 외자 유치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북한 합영투자위원회 관계자와의 인터뷰에서 “남부럽지 않게 사는 사회주의 강성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외자를 유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재 북한이 보여주고 있는 체제변화 우려와 소극적인 대외개방 움직임은 상당한 모순을 동반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합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의 말입니다.
동용승: 개방을 하지만, 개방을 통해서 북한체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철저히 차단하는 상당히 모순된 영향을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북한은 지난달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평양과 라선시에 국제통신센터를 정비하고, 전국적으로 3세대 휴대 전화망을 구축해 세계의 모든 지역과 통화는 물론 이메일을 통한 통신도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외신들은 “국제전화가 일반 주민들에까지 즉시 확산될 가능성은 적지만 투자 안내 자료의 설명대로 실현된다면 외자 유치에 주력하고 있는 김정은 새 북한 체제의 과감한 개방 조치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의 말입니다.
김흥광: 평양과 나선특구 사이에서 자유로운 통화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나진과 평양 사이는 유선으로 가고, 하지만 북한 전체에 국제전화를 개방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저는 봅니다.
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적대적 갈등과 남북관계 악화는 북한이 안고 있는 외자 유치의 한계입니다.
성공적인 외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베트남도 지난 2000년 미국과 무역협정을 맺은 데 이어 2006년에는 세계무역기구(WTO)에 150번째로 가입하는 등 국제관계 개선에 힘을 쏟았습니다.
그 결과 베트남의 국민총생산(GDP)은 2010년 기준으로 1천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한 베트남과 달리 북한은 여전히 핵 보유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이용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북한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국제 금융권을 쥐고 있는 미국의 지지를 얻기 어렵습니다.
스테판 해거드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의 말입니다.
스테판 해거드: 북한은 일본이나 유럽, 미국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으려면 핵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합니다.
체제 유지와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북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미 자본주의에 익숙해진 중국에 예속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기획특집, “김정은식 경제강국 건설이 어디까지 왔나?”
첫 번째 순서를 마칩니다. 내일은 두 번째 순서로 “김정은식 새로운 경제체제 과연 현실성 있나?”를 보내드립니다. 여러분의 많은 애청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