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특집: 김정은 식 경제 살리기의 허와 실]② 새 경제조치 현실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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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김정은 체제10개월을 맞아 그 동안 북한이 추진해온 외자 유치전략과 경제 살리기 움직임을 심층 보도합니다.

그간 북한이 중국과 협력을 통해 경제 성장을 위한 종자돈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핵 문제와 남북관계 악화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수개월 동안 북한에서 시도되고 있는 김정은식 경제강국 건설이 어디까지 왔는지 오늘부터 2차례에 거쳐 특집으로 방송합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김정은식 새로운 경제조치 현실성 있나?"를 보내드립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체제가 내건 민생 경제 발전 구호는 '지식경제강국건설'로 대표되고 있습니다.

지식산업에 기반을 둔 경제강국을 건설해 "인민들이 남부럽지 않는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주겠다", 이것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목표로 요약됩니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이 인민경제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우선 외자를 유치하고, 그 돈을 종자돈 삼아 신경제 체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김광인 북한전략센터 소장의 말입니다.

김광인: 당면한 가장 큰 문제가 먹는 문제를 해결해보자, 그래서 농업 쪽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제일 중요한 것이 작업반을 폐지하고 농산물을 자유롭게 사고 팔게 가닥을 잡은 것 같습니다.

김 소장은 북한이 농업개혁을 통해 내수 생산력을 활성화 시켜 농민들도 살리고, 군대나 보안기관에도 배급을 넉넉히 주어 체제 생존 능력을 높이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고 풀이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새로운 경제조치는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당초 10월초부터 실시될 것이라던 신경제 개선조치는 장마당 물가 폭등으로 시작부터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서재평 북한민주화 위원회 사무국장의 말입니다.

서재평: 북한이 어려운 것은 말도 아닌데, 지금 쌀 값이 1kg에 8천원하고, 중국 돈 100위안이 10만원이 된 지 벌써 두주가 넘었어요.

서 국장은 김정은 정권이 야심 차게 추진해오던 내부 경제개혁이 자금 부족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중국으로부터 외자 유치가 사실상 잘 되지 않고, 장마당에 몰려있는 돈을 국가가 은행으로 끌어들여야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어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올해 북한을 강타한 태풍도 북한의 경제조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습니다.

서재평: 단천 같은 데는 철길이 다 마비돼가지고 아직도 복구 중에 있어요. 그 만큼 태풍 피해가 심각하고 복구가 다 안 됐어요.

지난 8월말 북한 내륙을 관통한 태풍 15호 '볼라벤'의 영향으로 북한의 전역에서 농토가 유실되고 곡물이 묻히는 등 피해가 컸습니다.

평안북도 지방의 북한 주민들은 "경제조치가 취해진다면 농촌에서부터 먼저 시작되어야 하는데, 한해 농사가 끝난 지금도 아무 소리 없다"면서 "이러다간 경제조치도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위구심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25일 평양에서 진행된 최고인민회의에서 경제조치와 관련한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정작 발표되지 않은 이유도 북한이 경제조치를 추진할만한 충분한 준비가 안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2009년 화폐개혁 때 힘들게 번 돈을 한 순간에 잃어버렸던 기억이 있는 북한 주민들은 앞으로 중앙에서 어떤 조치를 취할 지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북한 김정은 정권이 민생경제를 살린다고 하지만, 정작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것은 경제개발에서 성공한 다른 나라들과 다른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김광인 북한전략센터 소장입니다.

김광인: 북한은 거시적으로 계획경제인데, 국가계획위원회에서 계획을 세워 집행하는 체계인데, 고난의 행군이 후에 사실 계획이 없었다, 계획 없는 계획경제였다, 그 동안에 그런 계획이 없는 경제를 해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김일성 시대에 발표되던 경제개발 계획은 김정일 시대에 사라졌고, 김정은 시대에도 여전히 경제개발 계획이 없다는 분석입니다.

개혁개방에서 성공을 이룬 중국의 경우, 경제발전 전략을 3단계로 정했습니다.

우선 1단계 목표로, 1980년부터 10년 동안에 국민들이 먹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며, 2단계 목표는 1990년부터 10년 동안 샤오캉(小康) 사회, 즉 중국 사회를 중산층 사회로 만들며, 3단계는 2000년부터 21세기 중반까지 1인당 국민 소득을 발전된 중진국 수준으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중국은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5년짜리 경제 계획을 12차례나 수행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근대 산업화에 성공한 한국도 경제발전 계획을 세우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의 박정희 대통령은 1962년부터 시작해 모두 5차례에 거쳐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행했습니다. 1970년에 박 대통령이 제창한 '새마을운동'은 한국 근대화의 원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한국은 근 40년 동안 단계적인 경제 성장을 이뤄 현재 세계 10위권 내의 경제부국으로 성장했고, 한국 국민의 연간 소득은 2만달러 시대를 돌파했습니다.

이와 달리 북한에서는 외화가 산업기반 건설에 대한 투자되는 것이 아니라, 특권계층을 위한 유희시설과 수령 우상화에 막대한 재화가 투자되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에서는 평양시 건설과 유희장 건설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북한 중앙 TV: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만경대 유원지를 현지지도……

지난 7월 평양에 건설된 릉라인민유원지 운영과 관련해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릉라도와 개선청년 공원에 최신 유희기구를 설치하는데 막대한 외화를 썼다"면서도 "릉라유원지 입장료는 20원, 놀이기구 타는데 300원 가량 낸다"고 보도했습니다.

평양에 있는 유희장이 특권층을 위해 일방적으로 봉사되고 있다는 소립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릉라도 인민유원지를 무려 4차례나 현지지도 했고, 내각에 유원지만을 관리하는 유원지 관리총국을 신설했습니다.

북한에서 놀이공원과 우상화 건설에 막대한 재화가 투자되면서 산업기반 건설이 지장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 벌목공으로 파견됐던 탈북자 조명진씨의 말입니다.

조명진: 해외 노동자들 피땀 흘려 번 돈을 국가에서 착취해서 다 그런 부분에 들어가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아무리 해외에 노동자들 많이 파견해도, 경제 활성화시키고 자본 마련하고 그런 게 아니라 김정은 자신 생각대로 누가 굶어 죽든 상관이 없죠.

이는 근대 산업화의 토대를 닦은 한국이 취했던 방식과 다른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미국으로부터 받은 개발원조 자금 1억 5천만 달러와 일본과의 국교정상화를 통해 받은 대일 식민지 청구권 5억 달러를 경부 고속도로와 포항제철소를 건설하는데 투자했습니다.

또, 최근 북한에서는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 건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만수대 동상과 인민무력부에 김 부자 동상이 세워진 데 이어 자강도 강계시에도 세워졌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 작업에 막대한 재화가 투입되면서 북한의 산업기반 건설이 외면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고든 장 변호사의 말입니다.

고든 장: 물론 북한이 경제 개혁의 조짐을 보이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실제 행동보다는 말 뿐이고 크게 달라진 점이 없습니다. 1978년의 중국과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북한에서는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경제건설 구호로 "생눈길을 헤쳐가는 정신으로"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습니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인민생활 향상과 주민 복지를 표방하면서도 내부적으로 공안 통치를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는 지난 6일 국가안전보위부를 찾아 "어리석게도 딴 꿈을 꾸는 불순적대분자들은 단호하고도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려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동용승 삼성경제 연구소 연구위원의 말입니다.

동용승: 앞으로 북한의 공안기관의 힘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열면 열수록 공안기관의 힘은 더 커진다. 이제는 통제 쪽으로 가는데 초점이 맞추어지면서 힘이 더 세지 않겠나 생각됩니다.

인민들이 바라는 것은 개혁개방. 하지만, 김정은 정권의 공포정치 속에 개혁개방에 대한 기대가 과연 실현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