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8세로 세상을 떠난 안 기자는 지난 10여 년간 태국 현지에서 동남아 지역사회 소식과 한국과 미국 등으로 가기 위해 태국에서 대기 중이던 탈북자 소식을 보도해 수많은 특종을 남겼습니다.
태국 현지에서 신변안전을 위해 '이동준'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해 온 안 기자는 지난 해 말부터 신장암과 싸우면서도 기사를 송고하는 열정을 보였습니다.
서울에서 정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에 위치한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안주현 기자의 3일장 빈소를 찾는 조문객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영전 좌우편에는 그를 추모하는 화환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태국을 거쳐 온 탈북자 일동"이라고 쓰인 화환도 있습니다.
태국에서 안 기자의 도움을 받았던 탈북자들이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보낸 화환입니다.
안 기자는 2001년부터 자유아시아방송 태국 지국에서 활동하면서 태국과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 지역사회 소식과 탈북자들의 실상을 보도해왔습니다.
태국이 주요 탈북 경로로 부상한 2000년대 초부터 안 기자의 취재 대상은 주로 중국과 라오스를 거쳐 태국으로 밀입국한 탈북자들이었습니다.
[뉴스] “10대 중반 탈북자 소녀와 30대 엄마가 그 주인공입니다. 본부 수용소에서 조기 석방을 위해 단식투쟁을 하다 지방 이민국으로 강제 이송되기도 했던 이 모녀는 지난달 본부로 다시 이송된 지 1개월 이상 매 주일 미국으로 간다며 바람을 잡던 당국자들을 생각하면서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안 기자가 생전에 쓴 마지막 기사도 태국 이민국 수용소에 머물던 탈북 여성 3명이 미국으로 가게 됐다는 단독 보도였습니다.
안 기자가 항암 치료와 투석을 받으면서도 서울에서 태국 현지를 취재해 지난 4월 29일자로 방송한 이 기사는 그가 남긴 마지막 특종이 돼 버렸습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태국 현지에서 성공한 기업인이기도 했던 안 기자는 탈북자 관련 기사만 쓰는 데 그치지 않고 태국 이민국 수용소 내 탈북자들을 위한 선행도 남몰래 지속했습니다.
2007년 태국 이민국 수용소에 수감된 탈북자들에게 전염성 안질과 피부병이 번지자 안 기자는 수용소 당국과 협의를 거쳐 자신이 고용한 의사와 함께 수용소 내부를 돌며 탈북자들을 돌봤습니다.
당시 그를 ‘안 집사’라는 호칭으로 기억하는 한 탈북자는 안 기자의 영면을 기원했습니다.
“좋은 분이신데 힘든 길을 오던 탈북자들을 많이 도우시던 분이신데 이렇게 뜻밖에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까, 탈북자들의 마음도 착잡합니다. 특히 태국을 경유해 온 탈북자들의 경우에는 그러한 섭섭함이 더한 것 같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싶습니다. 하늘나라에 가서도 잘 지내고 편안하게 지내기를 바랄 뿐입니다.”
안 기자는 유언으로 화장해 줄 것을 부탁했고, 유족인 두 딸과 아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10일 서울시립승화원에서 마지막 길을 떠났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