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됐습니다. 탈북민으로서 집권 여당의 지도부에 입성하는 것은 태 의원이 최초입니다. 태 의원은 평양국제관계대학과 베이징외국어대학 영문학부를 졸업한 뒤 덴마크와 스웨덴 그리고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했고 2016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로 있다가 한국으로 망명했습니다. 이후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서울 강남에서 당선돼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주로 의정활동을 펴왔습니다. 태 최고위원은 북한 정권의 4대 세습이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자세한 내용 한도형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탈북민 최초로 한국의 지역구 국회의원이 된 데 이어 탈북민 최초로 집권 여당의 최고위원이 되셨습니다. 이번 당선이 한국 사회에는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요?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한국 사회에서 탈북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유리창이 하나 또 깨지게 됐구나 라는 걸 느꼈고 대한민국이 정말 포용적이고 다양화된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는 그런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북한이나 중국 같은 나라는 상무위원직에 올라간다는 것은 최고 중 최고의 자리에 올라갔다는 것이잖아요. 근데 제가 선출직으로서 들어갔다는 것은 정말 이 구조를 아는 사람에게는 대단한 것이죠. 패배의식, 비관에 빠져있던 탈북민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의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기자 :태영호 최고위원님의 당선을 바라보며 김정은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김정은이 매일 통일전선부로부터 한국의 정치 상황, 경제 상황 등을 다 보고 받거든요. 김정은이 이 소식이 북한 내부로 들어오면 큰일 나겠네 생각하고 엘리트층에서 더 많은 이탈이 생길까봐 걱정했겠죠. (북한 주민들에게는) 아마 당장 알려지지 않겠지만 지금은 인터넷 시대이고 해외에 많은 북한 사람들이 나와서 핸드폰이나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조만간 다 알려질 겁니다.
기자 :집권 여당의 최고위원으로서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실 계획이신가요?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우선 저는 외교 및 대북 안보 전문가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대북 정책을 어떻게 하며 또 외교 안보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이냐 이런 문제들이 대단히 중요하거든요. 합리적이고 현실성 있는 주장들을 냄으로써 우리 안보를 튼튼히 다지는 것이 윤석열 정부 안에서 해야할 저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은 계속해서 핵ㆍ미사일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속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또 여기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하나는 핵을 발전시켜서 한국을 핵으로 완전히 제압하려는 그런 목적이 하나 있고 다른 하나는 미국이 북한과의 핵 협상에 나와서 북한이 바라는 대로 핵 군축 협상에 응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일단 우리가 이번에 확장억제력에 기초한 자유의 방패(FS)라는 한미연합군사연습을 크게 하거든요. 김정은이 꿈쩍한다면 이러한 거대한 재래식 무력으로 바로 북한 정권의 종말이 들어선다는 것을 알리고 다른 하나는 우리도 한시적 핵무장을 해야 합니다. 북한은 핵을 가지고 있고 한국은 핵이 없고 미국은 핵을 가지고 있고 그러니까 북한은 핵과 핵을 가진 나라들끼리 핵 군축 협상을 하자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있으면 당당히 핵 협상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이 생깁니다.
기자 :책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제네바 핵 합의는 북한의 시간끌기용 기만극이었다"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최고위원님 말씀대로 한국이 한시적 핵보유를 하고 북한과 핵 협상에 들어간다고 하면 과거 협상과 달라지기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일단 단번에 다 없애자 이건 안 될 거예요. 단계적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상호 검증에 의해서 ICBM을 없애자 다음 단계로서는 가령 잠수함에서의 미사일(SLBM)을 없애자 이렇게 러시아와 미국이 하는 식으로 단계적으로 핵 군축을 하면서 신뢰를 쌓고 그 과정을 통해서 비핵화로 가는 길을 우리가 열어야 됩니다.
기자 :한국의 핵무장론에 대해 국제사회 제재가 이뤄질 것이고 한미동맹이 약화될 것이라는 등 일부 비판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의견은 어떠하신가요?.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우리는 미국과 군사동맹 관계에 있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독주를 할 수는 없어요. 반드시 미국과 끊임없는 논쟁과 협상을 통해서 우리는 가야 됩니다. 앞으로 북한ㆍ중국ㆍ러시아 사이의 핵 군사동맹이 더 심화되면 미국도 결국 한반도에서 또 중국의 앞인 대만에서 두 개의 전쟁이 동시에 가능할지 면밀히 따져보는 그런 단계가 올 겁니다. 이러한 단계를 예상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미국과 협상하고 논의해야 돼요. 이러한 목표를 정하지 않고 미국과 협상도 안 해보고 우리 스스로 포기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기자:미국과 대화가 되면 국제제재 문제도 자연히 풀려나가는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이실까요?) 그렇습니다. 미국만 동의하면 되는 겁니다. 우리가 자체 핵무장을 해서 북한과 핵 균형을 이루는 것이 결국 미국을 위해서도 이득이라는 것을 납득시켜야 됩니다.
기자 :내년부터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됩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 박탈에 대한 의견은 어떠하신가요?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이건 대단히 잘못된 겁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전된다면 간첩 잡지를 못해요. 간첩들이 북한으로부터 지령을 받고 또 간첩 보고를 하는 게 다 제3국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제3국에 그런 IO(정보관ㆍIntelligence Officer)들이 없어요. 아직 잡아내지 않았지만 국정원이 계속 물증 확보를 하고 있는 그런 간첩단들도 많습니다. 극도의 보안이 유지되는 업무입니다. 그런데 국정원에서 하던 일을 저쪽에서 넘겨받아서 업무를 이관받아서 한다는 것은 정말 위험천만한 일이기 때문에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이것은 반드시 백지화해야 됩니다.
기자 :북한 정권의 4대 세습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저는 북한 체제는 김주애 4대까지 절대 못 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최근 김정은이 들어와서 북한 체제가 지난 10년 동안 대단히 불안정하고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너무나 많이 나아갔어요. 김정은이 정말 초조함이 생겼구나 오죽했으면 저렇게 10살짜리 미성년 딸아이를 후계자를 시키려고 저렇게 야단법석일까 이런 생각도 들고요. 또 다른 하나는 최근에 보면 북한 군부도 그렇고 북한 지도부가 일 년을 넘기질 못해요. 부단히 선수 교체를 하고 있습니다. 결국 김정은과 그를 둘러싼 지도자들 사이에 공감대라든가 연대 의식이 없기 때문에 불신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에 저렇게 부단한 인사 교체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지금 북한에서 자라고 있는 청년들, 젊은 MZ세대는 북한 체제에 대한 그 어떤 충성심도 없고 오직 현실만을 중시하고 좀 더 개방적이고 잘 사는 그런 나라를 꿈꾸고 있다고 봅니다. 이들이 앞으로 더 자라서 40대, 50대가 되어서 북한의 중추, 골간이 되었을 때는 저는 김정은 시스템은 반드시 무너질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기자 :일부 전문가들은 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과연 (아들이 아닌) 딸한테 김정은이 정권을 넘길까 이런 생각도 있어요. 이 가능성보다도 다음 후계 구도는 나한테도 자식이 있으니 4대까지 갈 것이다 이런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만약 김정은이 지금 건강상 불안하다면, 가령 오늘 병고를 당했다고 생각합시다. 그러면 대체자로 김여정이 뜰 수밖에 없어요. 일정 정도 김여정이 통치하겠죠. 그러면 영원히 김여정이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김정은의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는 북한 주민들한테 무조건 우리 아이들에게 정권을 넘겨줘야 한다는 것을 미리 각인시키려는 그런 권력 투쟁의 일환이 아닐까 이렇게도 저는 생각됩니다.
기자 :배우자이신 오혜선 님께서 최근 내신 책 '런던에서 온 평양 여자'를 보면 태 최고위원님은 북한에 계실 때 정말 열심히 일하셨던 것 같습니다. 책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는 영국에서 탈북하는 순간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고 하셨는데 이때 느끼신 감정을 좀더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두 가지 감정이 교차했는데 하나는 지금 이 나이에 탈북을 하는 걸 생각해 보면서 내 인생에서 너무 오랜 기간 헛된 그런 시간과 삶을 살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고 다른 하나는 그럼 이제부터 어떤 삶을 살 것이냐 어차피 이제 북한을 떠나서 한국에 오는데 내 남은 생은 정말 이 자유 민주주의와 또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서 정말 마지막까지 바치겠다 이런 다짐이 이제 생겼습니다.
기자 :지금도 북한 주민분들이 RFA 자유아시아방송을 듣고 계십니다. 직접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북한에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정말 북한에서 힘들고 어려운 생활들을 지금 하고 계시는데요. 여러분들이 한국과 같은 그런 자유로운 삶, 또 다른 나라 국민들과 같은 그런 인간다운 삶을 살려면 반드시 김정은 정권을 뒤엎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김정은 정권이 무너지는 날, 여러분들이 인간다운 삶을 찾는 날입니다.
기자 :지금까지 탈북민 최초로 한국 여당 최고위원에 당선된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