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인터뷰] 이정훈 북인권증진위원장 “한국판 NED·납치문제대책본부 설립해야”

이정훈 통일부 북한인권증진위원회 위원장.
이정훈 통일부 북한인권증진위원회 위원장. (/RFA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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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 북한인권법의 핵심기구인 북한인권재단이 법 시행 7년여가 지났음에도 출범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통일부가 지난 3월 재단 출범 준비 등을 위한 북한인권증진위원회를 설립했습니다. 이정훈 북한인권증진위원장은 자유아시아방송(RFA)와의 인터뷰에서 증진위의 역할 중 하나로 미국의 민주주의진흥재단(NED)과 일본의 납치문제대책본부를 벤치마킹(참고)한 한국의 정부 조직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중국 내 탈북민 문제 해결을 위해 유엔난민기구를 압박해야 한다는 견해도 내놨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이정훈 위원장을 만났습니다.

한국 통일부 장관의 자문기구로 지난 3월 발족한 북한인권증진위원회(증진위)의 이정훈 위원장은 향후 증진위의 역할에 대해 북한인권재단이 출범했을 때 즉시 관련 사업과 운영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정훈 북한인권증진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북한인권재단을 향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권운동 절실한 희망에 대한 화답 - 이정훈 북한인권증진위원장 인권운동 절실한 희망에 대한 화답 - 이정훈 북한인권증진위원장

이 위원장은 미국의 민주주의진흥재단(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 NED)을 벤치마킹해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미국 NED가 한국 내 북한인권, 탈북민 단체들의 활동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향후 북한인권재단도 이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NED는 1980년대 출범한 미국의 초당적인 기구로 국제적으로 민주주의를 확산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재단입니다. 이정훈 위원장의 말입니다.

이정훈 북한인권증진위원회 위원장 : NED가 북한 인권과 관련한 사업을 하는 많은 시민단체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범위에서 300~400만 달러 정도 규모의 재정적 지원을 미국 내 단체들과 (한국의) 탈북민 단체에 하고 있습니다. 이런 NED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한국 기관이 당연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저는 그게 북한인권재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위원장은 재단이 인권 단체뿐 아니라 탈북민에 대한 지원을 통해 수많은 탈북민 성공 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탈북민들의 성공사례가 북한으로 유입되면 북한 주민들은 많은 희망을 갖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이 위원장은 북한인권재단의 역할에는 대북인도적 지원 사업과 북한과의 인권 대화 등도 포함돼 있다고 강조하며 재단 출범을 위해 한국의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증진위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연구·정책 과제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차원에서 납북 및 억류자, 국군포로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기구 설립의 필요성을 제안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일본인 납북자 12명의 송환을 위해 각 부처의 담당자들로 구성된 범정부 조직인 납치문제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은 납북자 규모가 일본보다 큼에도 전담 기구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겁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내 생존 국군포로는 500여 명, 귀환하지 못한 전후 납북자는 516명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전시납북자의 경우 10만 명 내외로 추산됩니다. 여기에 지난 2013년부터 한국인 6명이 북한에 억류돼 있는 상황입니다. 이정훈 위원장입니다.

이정훈 북한인권증진위원회 위원장 :일본은 법무부, 외교부, 수사당국 등에서 파견근무를 합니다. 납치문제 해결 인력만 50명이 넘습니다. 12명을 위해서요. 한국 정부, 여당이든 야당이든 지난 수십년 동안 많은 국민이 납치돼 있고 억류돼 있는데 제 역할을 했나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증진위가 일본 납치문제대책본부를 벤치마킹해서 한국 실정에 맞는 범정부 조직 설립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며 이 같은 생각이 구체화되면 통일부 장관 등 정부에 제안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위원장은 중국 내 탈북민들의 인권 개선을 위한 정책적인 방안 마련의 필요성도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중국 내 유엔난민기구(UNHCR)가 적극적으로 탈북민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설 수 있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위원장은 “유엔과 중국이 지난 1995년 체결한 특별협정에 따르면 탈북민에 대한 UNHCR의 접근이 허용돼야 하는데 중국 당국의 제재로 이 협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이럴 경우 UNHCR이 제3자에게 중재를 요청할 수 있는데 이 같은 요청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정훈 북한인권증진위원회 위원장 :유엔난민기구가 (중국 내 탈북민 문제와 관련해) 왜 중재 요청을 하지 않고 있는지 등에 대해 세상 사람들이 잘 모르지 않습니까. (중국 내 유엔난민기구가) 제 역할을 안 하고 있다는 연구도 진행해서 중국 당국뿐 아니라 유엔난민기구, 유엔 사무총장 등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항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북전단금지법, 즉 지난 2021년 개정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는 상식의 수준을 벗어난 법률이라고 혹평했습니다. 대북전단금지법으로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가 침해됐고 북한 내 인권 유린 상황을 외부로 알릴 통로도 차단됐다는 평가입니다.

이에 따라 한국 내 여론을 대상으로 해당 법률 개정을 위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지난 3월 출범한 통일부 북한인권증진위원회는 북한인권재단이 출범할 때까지 재단 출범 준비와 함께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연구 및 정책과제 발굴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총 12명으로 구성된 1기 증진위원들의 임기는 1년이며 이들은 분기당 1회의 정례 회의와 그 외의 수시 회의를 통해 북한 인권과 관련한 사안을 논의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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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통일부 북한인권증진위원회 위원장. /RFA PHOTO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

기자 :지난 3월 통일부 북한인권증진위원장직을 맡으셨는데요. 앞으로 증진위가 다뤄야 하는 핵심 사안, 활동 목표 등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정훈 통일부 북한인권증진위원회 위원장 (이하 이정훈): 북한인권법은 여야가 합의해서 만든 법안이고 행동 규정들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법에 따라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해) 북한 인권과 관련된 시민단체들을 지원하는 것인데요. 이를 못하고 있죠. 그래서 답답한 나머지 북한 인권증진위원회라는 일시적인 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재단이 출범했을 때 바로 업무가 개시가 될 수 있도록 기초를 닦는 등 관련된 준비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그래서 증진위가 출범하게 된 것입니다.

재단의 가장 중요한 사업은 북한 인권을 다루는 국내, 또 해외 시민단체들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지난 5년간 지원이 대폭적으로 줄어들었죠. 끊기기도 하고요. 재단이 단체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재단이 출범할 때까지 증진위가 어떤 단체들을 어떤 기준으로, 어떤 활동을 위해 지원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준비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북한인권재단을 출범하지 못하게 재단 이사를 추천하지 않고 있는데요. 사실 납득이 잘 안 가는 부분입니다. 재단은 북한 인권의 책임 추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적 지원 부분도 같이 다뤄야 하거든요. 재단의 목표인 인권 대화와 인도적 지원 등은 아무래도 야당 측에서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부분인데 재단 설립 추진이 안 되고 있습니다.

기자 : 증진위의 역할이 많을 것 같습니다.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연구 및 정책 과제 연구, 발굴도 주요 기능인데, 이와 관련해 증진위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뭐가 있다고 보십니까?

이정훈 : COI(북한인권조사위원회) 출범이 올해로 10주년입니다. COI 보고서의 권고 사항이 유엔에서 발표된 것도 9년이 됐고요.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전혀 진전 사항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하는데요. 중국에는 아직도 상당히 많은 수의 탈북민들이 있습니다. 난민이죠. 탈북민이라고는 하지만 이분들이 안전하게 한국이나 또 본인들이 선택하는 체류지로 갈 수 있도록 도울 방안들을 우리가 계속 모색을 해야 됩니다. 중국 당국에만 맡겨놓고 방치 상태로 놔두는 것은 무책임한 거죠. 중국 내에 유엔난민기구가 있습니다. 사실 유엔난민기구가 제 역할을 하면 문제가 없겠죠. 유엔난민기구와 중국 당국 간 1995년에 체결한 특별협정이 있습니다. 그 협정에 의하면 유엔난민기구가 탈북민들에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접근을 해야 이 사람이 난민인지 아닌지 판별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유엔난민기구가 이 사람은 강제북송되면 탄압받는다, 고문을 당한다고 판단했을 경우 난민으로 결정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난민으로서 보호를 받는 것이지요. 그런데 중국 당국이 이 같은 접근을 못하게 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는 특별협정에 의해 유엔난민기구가 제3자에게 중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가 중국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데 제재가 있다라는 등의 내용에 대해 중재요청을 하는 것이죠. 그러면 중재자가 탈북민에 대한 유엔난민기구의 접근을 허용해야 된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문제는 유엔난민기구가 이 요청 자체를 안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를 하지 않는 이유는 결국 중국 당국으로부터 제재나 퇴출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내에서의 가장 큰 이슈가 난민인데요. 중국 당국이 제재를 가한다고 해서 해야 할 역할을 안 하면 직무유기죠. 중국 내 유엔난민기구 역할이나 유엔난민기구가 왜 중재 요청을 안 하는지 등에 대해 세상 사람들이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유엔난민기구가 제 역할을 안 하고 있다는 등의 연구를 진행해서 중국 당국뿐만 아니라 유엔난민기구,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우리가 강력하게 항의를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 지난달에 증진위원회 첫 번째 회의가 열렸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 논의하셨는지요.

이정훈 : 통일부 장관과 증진위원들 간의 상견례 차원의 미팅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제가 위원장 차원에서 증진위원들에게 의견 수렴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증진위가 재단이 출범할 때까지 할 수 있는 영역과 역할이 무엇일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아이디어들은 많습니다.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내용들을 수렴해서 정리를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미국의 NED(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 민주주의진흥재단)라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1980년대 출범시킨 초당적인 기구죠. 미국 주도로 전 세계의 민주주의 확산을 위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이 재단이 민주주의를 위해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 연구소, 대학 등을 엄청난 규모로 지원해왔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NED가 북한 인권 단체들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에서 지원을 하고 있어요. 제가 알고 있는 것만 따지자면 최소 300~400만 달러 규모의 지원을 미국 내 단체, 탈북민 단체들 등에 하고 있습니다. 증진위는 이런 NED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이 한국에 당연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저는 그 역할을 북한인권재단이 할 수 있다고 보고요. 그래서 우리가NED를 벤치마킹하고 이를 통해 북한인권재단이 출범하면 북한 인권 개선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자 : 북한 내 한국인 억류자 문제, 중국 내 탈북민들의 강제 북송 및 한국 입국 문제 등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증진위가 제언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이정훈 : 3명의 선교사를 포함해서 억류돼 있는 6분이 계시고 오랜 숙원 사업이지만 전시납북자, 전후납북자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 일본의 예를 잠깐 들고 싶은데요. 일본도 납북자 문제라는 게 있잖아요.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만 17명입니다. 5명 귀환했고 나머지 12명의 문제가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남은 12명의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납치문제대책본부라는 기구를 만들었습니다. 총리 직속으로요. 그 본부에는 법무부, 외교부, 경찰 등 여러 단체와 정부 기관에서 파견된 사람들이 근무를 합니다. 50명이 넘습니다. 12명을 위해서요. 총리도 납치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고요. 물론 진전은 없지만 일본 총리나 외무상은 유엔이든, 정상회담이든, 어디서든 반드시 납치 문제 언급을 합니다.

한국은 전시납북자가 거의 10만 명입니다. 전후 납북자도 3835명 정도였는데 아직도 500여 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군 포로도 있지 않습니까. 500명 정도라면 지금 생존자는 얼마나 될까요. 생존자는 200~300명은 되지 않을까,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일본 납북자 12명에 대한 일본 정부의 역할을 봤을 때 과연 한국 정부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지난 수십 년 동안 많은 국민이 납치가 돼 있고 억류돼 있는데 역할을 제대로 했나 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봅니다. 납북자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그래서 법무부, 통일부, 외교부, 경찰 다 참여해야죠. 그래서 납치된 한국 국민들을 한 명이라도 어떻게 더 데리고 올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증진위가 관련된 구상, 조직도라든지 이런 부분을 일본을 벤치마킹해서 한국에 맞게,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하자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기자 :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정부가 국내외에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개선 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 자체가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는데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정훈 : 글쎄요.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제가 북한인권대사를 4년동안 하면서 유엔에서 많은 활동을 했습니다. 그래서 북한 당국이 인권 문제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도 봤고요. 북한이 2006년 1차 핵실험을 했죠. 지금까지 여섯 번 핵실험을 했고 수도 없이 미사일을 쏴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미 10여 개의 대북 제재 결의를 내놨죠. 경제 제재를 하는 것인데 북한은 아주 당당합니다. 북핵에 있어서 만큼은 권리라 생각하고 위축 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2013년 COI,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출범하고 2014년에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그 결과가 획기적이었죠. 왜냐하면 북한에서 반인도 범죄가 저질러지고 있다라는 결론을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국제법상 가장 최악의 범죄가 전쟁 범죄, 대량학살, 반인도 범죄입니다. 최악의 국제법 위반 사안으로 면책 사유가 없습니다. 반인도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에 대해서는 시효가 없다는 거죠. 반드시 법정에 서야 하는 겁니다. 또한 김정은을 포함한 책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 ICC에 회부를 해야 한다는 내용도 나왔는데, 이 부분이 파격적이었습니다. 특히 북한 외교관들에게는 충격적이었다고 합니다.

2014년 유엔 총회 즈음 제가 뉴욕 유엔 본부에 있었는데 마르주키 다루스만 당시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식사를 했습니다. 다루스만 보고관이 북한에 초청을 받았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조심하라고 했는데 이미 안 갈 결정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물론 다루스만 보고관 본인은 무척 가고 싶어했죠. 하지만 방북에 조건이 있었습니다.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는 내용을 2014년 유엔 총회 북한인권결의안에서 빼달라는 거였어요. 당시 결의안에는 COI 보고서 내용이 반영됐죠. 이에 다루스만은 자신의 권한 밖이라면서 거절했습니다. 조건 없이 초청했으면 당연히 갔을 겁니다.

또한 그 당시 3명의 미국인들이 억류돼 있었습니다. 케네스 베, 토드 밀러, 제프리 파울이 억류돼 있었는데 풀어주더라고요. 일종의 유화 제스처였던거죠. 여기에 리수용 당시 외무상이 15년 동안 유엔 총회에 온 적이 없었는데 그 해에 오더라고요. 아주 급했던 거죠. 그래서 그 때 당시 북한 인권 하는 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아킬레스건을 찾았다며 굉장히 고무됐었습니다. 계속 압박해야 되겠다고 느낀거죠. 대북제재로 전혀 통하지가 않았는데 인권 얘기가 나오니까 민감한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유엔 안보리에서 실제 김정은, 북한 지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를 했다고 칩시다. 그렇다고 해서 바로 체포되지는 않겠죠. 하지만 그런 뉴스가 북한 전역에 퍼진다고 생각해 보세요. 북한 주민들이 최고 존엄인 지도자가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돼서 범죄자로 취급을 받는다고 알게 되면 이는 어마어마한 파급 효과가 있는 겁니다. 북한 당국이 그런 것을 굉장히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기자 : 통일부가 입법 예고한 북한이탈주민법 개정안에 외교부 장관의 탈북민 한국 입국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중국과 제3국에 있는 탈북민들에 대한 정부 차원이 지원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시나요.

이정훈 : 지금 나온 얘기는 기본적으로 탈북민 이송을 위한 것입니다. 이에 대한 관련국은 중국이겠죠. 결국 제일 중요한 건 국제난민기구의 역할이겠죠. 이런 기구와 지속적으로 협력이 필요합니다. 이제 실행 단계로 어떻게 진행될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안이 나오겠죠. 그런데 발상 자체가 시의적절하고 너무나도 바람직합니다. 외교적 활동을 통해 탈북을 더 안전하게, 신속하게 할 수 있는 방안들을 위해 외교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다만 결국 핵심은 중국 정부와 유엔난민기구입니다. 중국 정부는 말을 잘 안 듣겠죠. 우리가 단 한 번이라도 중국 당국에 대해 강제 북송에 대해서 아주 강한 항의를 한 적이 있었나요? 없었어요.

우리가 못할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 유엔난민기구에도 우리는 훨씬 더 적극적으로 항의를 해야 합니다. 탈북민에 대한 접근과 그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데 있어서 소극적으로 나서는 부분을 분명 알려야 하고 그리고 시정을 할 수 있도록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도와야 합니다.

기자 : 지난 한국 정부 당시 개정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이정훈 : 대북전단금지법은 만들어졌을 때 국제사회에서 난리가 났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몰상식한 법안을 만들 수가 있나 라고 말이죠.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거든요. 대북전단을 풍선으로 내보내는 게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굉장히 상징적인 것입니다. 더 효과적인 방안은 디지털 정보 유입이겠죠. 그 정보 유입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북한처럼 폐쇄된 사회는 지구상에 없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 기근,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난민 문제 등과 관련해 안젤리나 졸리와 같은 할리우드 셀럽(유명인사)들이 많은 활동을 하잖아요. 제가 예전에 북한인권대사로 임명되고 제일 먼저 한 것 중 하나가 30명 정도의 할리우드 스타들한테 북한 인권 실태과 관련한 CD를 만들어서 편지를 보낸 것입니다. 내가 1000시간 얘기하는 것보다 당신들이 10초 얘기하는 게 훨씬 더 파급 효과가 있으니 한 마디만이라도 공식 석상에서 말해달라고 말이죠. 답이 없더라고요. 이유가 뭘까요.

아프리카 같은 곳은 최소한 기자들이 들어갈 수는 있어요. 어린 아이들의 팔이 젓가락 같이 뼈만 남아 있고 영양실조로 배는 불룩하고 엄마 젖을 빠는데 젖은 안 나오고, 그러다 죽죠. 아이들의 이런 실상들이 동영상에 담기는 거예요. 그러니까 지구촌 사람들이 다 볼 수가 있는 거죠. 그런데 북한 인권하면 머리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뭡니까. 정치범수용소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다 증언이잖아요. 사진이 없어요.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머리에 떠오르는 게 없는 거죠. 그러니까 하루 빨리 그런 이미지가 만들어질 수 있게 접근이 돼야 하는데 지금 접근이 완전히 차단이 돼 있잖아요. 그래서 정보 유입이 중요한 겁니다.

점차적으로는 역으로 북한 내에서 그런 인권 탄압, 유린 정보가 증언을 넘어서 동영상, 사진 등으로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계기를 막아버리려고 하니 이건 범죄 행위죠. 입법부가 그걸 만들어 버렸는데, 이와 관련해 국민 여론을 좀 일깨울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법이 얼마나 잘못된 법인지 말이죠. 정보 유입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뭔가를 알린다는 것이 꼭 김정은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왜 한국 드라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정보 등까지 차단돼야 합니까. 관련 법 개정 등과 관련해 방법이 있다면 강구를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