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인터뷰] 정은미 통일연 연구위원 “북, 주민 동요 막기 위해 코로나 통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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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 통일연구원 정은미 연구위원은 북한 주민들이 코로나 확산으로 동요하자, 당국이 관영매체를 통해 관련 상황을 신속하게 공개하며 민심 동요를 차단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지정은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통일연구원 정은미 연구위원
통일연구원 정은미 연구위원 (Hyunsuk OH)

기자 : 북한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북한에서 지난 4월 말부터 누적된 발열 환자 수가 벌써 300만명을 넘긴 상황입니다. 현재 북한 내 코로나 확산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정은미 연구위원 : 북한이 우리처럼 확진자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유열자, 그러니까 증상이 있는 사람들의 통계를 발표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여기에는 다양한 병인들에 의한 환자들의 (수가) 섞여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북한 당국이 매일 발표하고 있는 통계를 보면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지만 또 완쾌되는 속도 역시 빠른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통계를 신뢰한다는 전제 하에서 그래도 (북한이 확산 상황을) 비교적 잘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두 가지 측면에서 (코로나가) 북한 주민들에게 미칠 위험을 보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유열자 발생이 주로 평양에 집중적으로 나타났잖아요. 평양에서의 (유열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당이나 국가의 모든 역량이 평양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아무래도 지방에 있는 환자들은 적절하게 적시에 의료 서비스나 영양 공급을 지원받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번째는 방역 조치로 인해 강력한 봉쇄와 격리·폐쇄 조치가 진행이 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대다수 주민들의 경제 소비 활동이 차단되고 있거든요. 이것으로 인해 초래되는 생활 불안정이 주민들을 직접적이고 현실적으로 위협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기자 : 현재 북한에서 코로나 확산으로 식량난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요. 어떠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시나요?

정은미 연구위원 :현재 5월 말, 즉 6월을 앞두고 있는 이 시기가 향후 북한 주민들의 식량 공급에 굉장히 차질을 발생하게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5월은 북한이 모내기를 해야 하는 시기고, 또 6~7월은 밀과 보리를 추수해야 하는 (시기)거든요. 이것이 올해 말과 내년까지의 식량을 책임져야 하는데 (현재) 이 부분이 걸려 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이 앞으로도 계속 가중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예를 들어 북한에서는 모내기 전투라고 할 정도로 굉장히 단기간에 대규모의 도시 인구를 동원해서 농촌에서 모내기 사업을 하거든요. 근데 이게 봉쇄, 격리·폐쇄 조치 때문에 노력 동원이 원활하지 않게 되는 거죠. 이제 때를 놓치게 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농업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겁니다. 그리고 작년 9월에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이제부터 농업생산 구조에서 밀과 보리의 재배 면적을 늘린다는 중요한 농업 정책을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올 초부터 밀, 보리 농사를 많이 지으라고 홍보를 했고 실제로 이렇게 심었는데, 문제는 6~7월에는 이걸 수확을 해야 한단 말이죠. 근데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 되면 수확을 하는데 차질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들이 전반적으로 북한의 식량난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 북한 당국이 현재 관영매체를 통해 코로나 확산 상황을 자세히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상황을 공유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또 이러한 수치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다고 평가하시나요?

정은미 연구위원 : 5월 12일에 당 정치국 회의가 개최됐는데 거기서 굉장히 이례적인 표현을 썼어요. 그러니까 지금 국내 코로나 바이러스(비루스)가 전국적으로 감염 전파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정치국이) 인정한다, '인정한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관영 매체는) 그 다음날 (김정은 총비서가 전날) 비상방역사령부에 방문했을 때 전국 전파 상황을 처음 보고 받았고, 이미 4월 말부터 전국적으로 유증상 환자들이 급증했다고 보도를 했습니다. '인정했다'는 표현과 (보도 내용을) 연결해 보면 아마도 기층 사회에 심각한 동요가 일어났던 것 같습니다. 보도에서 어떤 표현을 썼냐 하면 '비과학적인 공포심이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하면서 이것을 철저하게 차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게 폐쇄 사회일수록 유언비어가 빠른 속도로 퍼지면 그 자체가 위험한 신호가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관영 매체들을 총동원해서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대해서 북한 당국이 스스로 인정하는 공식 통계를 발표하고, 이런 것 자체가 동요하는 기층 사회를 진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북한이 발표하는 통계 수치에 대한 신뢰성은 사실상 우리가 검증할 방법이 없습니다. 다만 이제 사망자 수 같은 경우는 이례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적은 수치란 말이죠. 이것은 어느 정도 북한 지도부의 어떠한 목적이 개입돼서 발표하는 통계 수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기자 :북한 당국이 현재 한국이나 국제사회의 코로나 관련 지원 제안에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러한 지원을 사실상 거절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또 향후 북한이 외부 지원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정은미 연구위원 : 북한 스스로가 (지원을) 수용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굉장히 낮다는 판단이 듭니다. 5월 25일자 노동신문 1면에 사설이 실렸는데, 북한이 '우리 방역의 기본 목적은 이미 침습한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를 안정적으로 억제·관리하는 것, 그리고 감염자를 신속히 치료하는 데 있다, 그리고 지역별 봉쇄나 단위별 격리·폐쇄 조치가 매우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우리가 입증하고 있다'는 표현을 쓰거든요. 이것은 '굳이 우리가 외부의 지원을 받지 않더라도 우리 스스로가 우리식 방역 체계로 극복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설이라고 생각을 해요. 특히 5월16일 이후에 확산세가 조금 꺾이면서 통제가 되기 시작했는데, 5월 17일 이후부터는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에서도 재감염률이 매우 높다, 그래서 백신이 불안정하다' 이런 보도를 하기 시작했거든요. 북한의 보도들을 종합해 봤을 때 단기간에 한국을 비롯해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얼마든지 변이 바이러스가 생길 수 있고 다시 재확산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대비 차원에서 백신(왁찐)이나 치료제, 의료품의 지원을 수용할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도 중국이 (북한에) 조용히 많이 지원을 하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과연 중국 외의 지역에서 이러한 지원을 받을 것인가는 국제 정세라든지 북미관계, 남북관계 등이 종합적으로 맞물려서 결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자 : 코로나19 사태 이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탈북 시도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북한 주민들에게 어떠한 변화가 생겼다고 보시나요?

정은미 연구위원 : 국경 봉쇄와 경비가 굉장히 삼엄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탈북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북한에서 굉장히 생존 위기 수준이 극한 수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역 봉쇄는 물론이고 시장 경제활동 대부분이 허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저장해 놓은 물자 등을 거의 소진한 사람들은 정말 생존 위기를 느끼거든요. 그러면 탈북하는 과정에서 오는 위험과 내가 북한에서 계속 머무르면서 생기는 생계 위험, 두 수준을 비교했을 때 거의 비슷하거나 아니면 북한에 계속 있는 것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할 때 사람들이 탈북 시도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탈북민들이 북에 계시는 가족분들과 통화하면서 나오는 정보를 들어보면 지금 물가가 5배 정도 뛰었다고 하거든요. 그러면 이 구매력을 갖추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식량이나 생필품에 대한 접근권이 매우 제약되는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은 마지막 생존 차원에서 탈출을 시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탈출이 집단적이거나 대규모로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하지는 않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통일연구원 정은미 연구위원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지정은 기자였습니다.

기자 지정은,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