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핵 전문가인 미국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CNS)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비확산 담당 국장은 북한이 올 들어 핵실험장에서 각종 건설작업을 활발히 이어가는 중이라면서도 가을까진 핵실험을 단행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루이스 국장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기자 : 그 동안 상업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 내 핵시설을 면밀히 관찰해 오셨는데 어떤 활동들이 밝혀졌나요?
루이스 국장 : 우리는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많은 건설 활동을 보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 당국이 2018년 외교 기간 중 취했던 많은 조치들을 올초부터 철회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따라서 북한이 다시 핵실험에 나설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장 내 건물을 재건하기 시작했고, 2018년 폭발로 무너진 터널에 새로운 (갱도) 입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이 핵실험 재개를 위한 준비에 나선 거죠. 북한이 며칠 안에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신호를 볼 수도 있습니다. 혹시 그런 신호를 감지하지 못하더라도 북한은 수년에 걸쳐 핵실험을 수행했던 2018년 이전 상황과 같이 실험장을 재건하고 있습니다.
기자 :최근 언론과 한미 정부 당국에선 북한이 이미 핵실험 준비를 마친 상태로, 김정은 총비서의 최종 결심만 남았다는 평가를 내놨는데요. 이에 대한 의견을 주신다면요?
루이스 국장 :제 생각에 북한에선 많은 도로가 유실되기 때문에 장마철인 여름에는 핵실험을 할 것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이 그 동안 여름에 핵실험을 하는 것을 보지 못했죠. 가을이나 겨울, 봄에 핵실험을 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따라서 최소한 오는 9월까지는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북한 당국은 그 동안 위기가 오거나 서둘러야 하는 등 더 빨리 처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면 곧바로 이를 시행하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터널 입구는 다시 열릴 준비가 됐고, 핵실험장 내 건물이 지어졌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비가 오지 않는 더 건조한 계절에 하길 기다리는 것이지 당장 내일이라도 핵실험을 하는 데 방해될 것은 없습니다.
기자 :만약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징후들을 보게 될까요?
루이스 국장 :여러가지 신호가 있겠지만 가장 직접적인 신호는 실험장의 터널을 살펴보는 겁니다. 산으로 연결된 터널의 존재와 범위 등이죠. 그래서 전통적으로 북한의 핵시설을 감시할 때 터널 굴착이 어느정도 됐는지를 관찰합니다. 또 핵실험을 위해 사용하는 장비를 보관할 장소와 터널에 핵무기를 넣기 전 보관할 장소 등 지원 건물(support building)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현재 북한이 이러한 건물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건축하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또 다른 신호는 핵 실험 직전 터널 속으로 들어가는 전기 케이블의 존재입니다. 또 폭발 현장에 오는 고위 관료들이 탑승한 비행기, 기차 또는 다른 교통수단 등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러한 걸 잘 숨기기 때문에 실제로 자세히 관찰된 적은 없습니다.
기자 :북한이 언젠가 제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이전과 다른 어떤 새로운 핵 능력을 보게 될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루이스 국장 : 북한이 지금 핵실험을 하려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북한 핵 프로그램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사용할 핵무기(탄두)를 계속 개선시키는 겁니다. ICBM에 더 많은 탄두를 넣으려면 크기를 소형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 더 많은 실험이 필요할 겁니다. 북한은 또 다양한 새 전술 핵무기 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개발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북한은 새로운 핵탄두나 실용적인 차세대 핵무기를 개발하려 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 전까진 북한이 무엇을 개발할지 알순 없습니다. 하지만 핵실험 이후 폭발력의 크기에 따라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을 겁니다.
기자 :이렇게 북한이 계속해서 핵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데, 한미 양국이 이에 대응할 충분한 핵 억지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십니까?
루이스 국장 :사람들이 가장 실수하는 부분은 우리의 핵무기가 북한의 핵실험을 상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현실은 우리가 가진 핵무기는 북한의 핵무기와 매우 다른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북한의 핵무기는 미국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가 핵무기를 보유하든, 하지 않든 북한은 미국의 침공을 막으려는 최후의 수단으로서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하려는 것이죠. 미국도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데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론 미국에 대한 핵 공격을 방지하기 위한 겁니다.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의 종류나 수와 관계없이 우리의 핵무기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선택을 결정짓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핵무기 사용에 있어 근본적으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 북핵 위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현재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에게 의견을 주신다면요?
루이스 국장 : 우리는 다른 선택을 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 기회를 날려버렸기 때문에 그 결과에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핵 위협을 안고 사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있었습니다. 과거 기회의 예를 든다면 1994년 북한과의 (제네바) 합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은 지키지 않기로 한 합의에 동의를 하는 데 능숙합니다. 따라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기 전에 합의하는 것이었습니다. 과거 부시 미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한 핵합의를 외면한 것처럼북한과의 합의에서 떠났습니다. 저는 그것이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된 길로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과거 기회는 2018년 북한이 ICBM 능력을 갖게 됐을 때였다고 봅니다. 아직은 능력이 매우 제한적이었고, 거기서 멈출 의향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 바이든 정부 모두 그 기회를 잡지 못했고, 이제 북한이 상당수의 전술 핵무기를 생산할 야심찬 계획을 갖게 됐습니다. 이를 멈추기엔 너무 늦었습니다.
앵커 : 지금까지 김소영 기자가 루이스 국장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김소영,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