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인터뷰] 김진아 한국외대 교수 “북, 우크라 사태 통한 ‘무력으로 현상변경’ 선례 원해”

이 사진은 지난 13일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NR) 러시아 주재 대사관에서 올가 마케예바 DNR 대사가 신홍철 주러 북한 대사로부터 독립 승인증을 받는 모습.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은 지난 13일 자칭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을 북한이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 사진은 지난 13일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NR) 러시아 주재 대사관에서 올가 마케예바 DNR 대사가 신홍철 주러 북한 대사로부터 독립 승인증을 받는 모습.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은 지난 13일 자칭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을 북한이 인정했다고 밝혔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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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 국방연구원 출신 한국외국어대학교 언어·외교(LD:Language and Diplomacy)학부 김진아 교수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공화국들을 독립국으로 승인한 데는, 이번 사태를 선례로 삼아 향후 한반도에서 무력에 의한 현상변경을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또 우크라이나와의 단교가 북한에 큰 영향은 주지 않겠지만 북러관계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지정은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 북한이 지난 13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내 친러시아 세력인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을 독립 국가로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인정한 북한의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북, 우크라 사태 통한 ‘무력으로 현상변경’ 선례 원해” 김진아 한국외대 교수 “북, 우크라 사태 통한 ‘무력으로 현상변경’ 선례 원해” 김진아 한국외대 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김진아 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김진아 교수

김진아 교수 : 다들 짐작은 하실 것 같은데요. (북한이) 러시아에 지금 편승을 하고 있잖아요. 그런 움직임의 일환이라고 볼 수가 있을 것 같고요. 아무래도 외교적으로 러시아에 힘을 실어주는 그런 상황에서 아마 이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에 이 지역의 독립을 일단 승인한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도 선택의 여지는 없어 보이고요. 게다가 (북한은) 지금까지 유엔 총회에서도 러시아에 대한 결의를 (채택)할 때 반대했던 5개 국가 중 하나였잖아요. 결국 북한이 선택했던 전략적인 이익이라는 것이 안보리에서 북한 문제가 새롭게 나왔을 때 반대급부로 방어를 받으려는 게 분명히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볼 때 만약 이 독립을 인정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비용과 인정할 때 얻는 비용을 비교했을 때 분명히 이익이 크다고 판단을 했을 거에요. 흥미로운 점은 많은 학자들이 북한도 러시아처럼 앞으로 공세적으로 무언가 한반도의 현상변경을 시도할 것인가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요. (북한이)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러시아 세력권으로 편입하려는 시도를 한 것을 보고서, 북한 (입장에서도) '국제법 위반을 하더라도 무력 사용을 통해서 현상변경이 가능하다'는 부분을 계속 강조하고 인정하는 노력이 앞으로 필요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우크라이나 사태를) 선례로 만들어 가지고 만약에 북한이 '한반도에서 현상변경을 해도 이게 아주 예외적인 상황은 아니야'라고 얘기를 하려면 결국 우크라이나 사태로 초래된 이 이상한 상황을 이상하지 않은 걸로 만들어야 돼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도 그런 부분을 분명히 고려를 했을 텐데, 하지만 한반도에서 이런 똑같은 상황을 만들기는 어렵거든요. 현실적으로 크림반도나 동부 지역 여기는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있는 지역이라 그런 것들이 가능했을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 지역은 민족 자결권을 내세울 수 있는 상황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당성을 획득할 수는 있지만 한반도 상황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요. 북한이 이런 것을 앞으로 시도한다고 해도 그렇게 유효성은 없을 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기자 : 북한이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독립을 인정하면서 우크라이나는 북한과 단교를 선언했는데요. 이로 인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조치 등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김진아 교수 :저는 그렇게 크게 차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이미 북한은 러시아 중심의 세력권에 속해 있다는 걸 다 알고 있거든요. 이미 친러로 편승한다는 시그널링(신호)을 아주 강력하게 했기 때문에 모르는 국가도 없고, 그렇기 때문에 그로 인해서 잃을 것도 없고 외교적인 파장도 크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우크라이나 같은 경우에는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를 지지하는 국가 중에 하나였거든요. 그리고 북한에 파견된 우크라이나 대사, 또 우크라이나에 파견된 여러 가지 (북한) 공관도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외교관계도 정상적이지 않았고요. 그리고 한국이 지금 우크라이나와 관계를 강화하는 상황에서는 북한으로서도 반대편에 서야지 선택지가 없어요. 최근에 (한국이) 나토 정상회의에 우크라이나와 함께 초청받으면서 지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상황에서,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관계를 유지한다고 했어도 얻을 것이 상당히 없거든요. 마찬가지로 이것도 (우크라이나와의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얻는 이익, 단교를 함으로써 초래되는 비용 모두 다 크지가 않아요. 그러면 단교를 함으로써 러시아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또 찾아야 되는 거죠.

기자 : 북한이 지난 2013년과 2015년 우크라이나에서 신형 여객기를 총 2대를 인수했는데요. 우크라이나가 북한과 단교를 선언하면서 여객기의 관리 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여객기 문제 등 북한이 단교로 인해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분야가 있다고 보시나요?

김진아 교수 : '진짜 과거처럼 우크라이나 여객기 수요가 큰 상황인가'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고려항공이 (우크라이나) '안토노프'사 신형 여객기를 인수했던 건 그 당시에 관광 산업에 열을 올리던 상황이었고요. 근데 지금은 코로나 시국에 교통 운송에 대한 제재가 엄청나게 강화된 상황에서 항공기 운행 수요가 크지는 않을 것이고요. 또 두 번째는 '대안이 그렇다면 없는가' 그것도 아니죠. 우크라이나 이전에 북한은 러시아가 생산했던 비행기를 많이 구매했었거든요. 북한이 지금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중에서 러시아 국영 항공회사가 사용하고 있는 '일류신'도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수입 루트(경로)를 다시 러시아로 돌리면 대안이 분명히 있는 것이고요. 그 이외에 앞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분야가 있을까, 글쎄요. 우크라이나로부터 지난 몇 년간의 수입품들을 보면 2013년이나 2015년 (도입한) 항공기를 제외하고는 콩, 밀, 농산품이 거의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리고 우크라이나 총수출에서 북한이 차지하는 비율이 1%도 안돼요, 총수입도 1%가 안되고. 그렇기 때문에 서로 상호 교류가 별로 없는 상황이고 그래서 뭔가 앞으로 불이익을 받을까 이건 조금 퀘스천(질문)이 있는 것이고요. 만약 문제가 있다고 하면 북한이 특히 유령회사를 통해서 우크라이나로부터 여러 가지 전략 물질을 공수해 간 적은 있어요. 하지만 이것 또한 공식적이 아니고 비공식적으로도 얼마든지 들여올 수가 있기 때문에 국교가 단절된다고 해서 못한다고 볼 수도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기자 :주북 러시아 대사가 최근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향후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에 파견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들간 경제협력이 가능하다고 평가하시나요?

김진아 교수 : 노동자 문제는 이게 해외 송출이 제재 위반이라서 문제가 되는 건데 위반을 했다고 해서 유엔이 강제할 건 없어요. 다만 미국이 양자 제재로 대응을 할 수는 있겠죠. 2020년에 러시아 기업을 제재했던 것처럼 미국 내에 있는 자금을 동결하거나 아니면 미국 금융시장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거죠. (하지만) 만약 돈바스 지역 공화국에서 미국에 회사를 설립하지 않으면 상관없어요. 동결할 자산이 없는 거니까요. 그리고 미국이 아니라 러시아랑만 거래를 한다고 하면 그것도 상관이 없어요. 그리고 만약 (러시아가) 편법을 쓴다고 하면 북한인들에게 노동자 비자가 아니라 학생 비자 이런 걸 발급해서 우회를 할 수도 있고요. 무엇보다도 이 모든 제재들이 유엔 회원국에 적용이 돼요. 돈바스 지역 공화국은 국가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로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따라서 유엔 회원국도 아니기 때문에 회원국에 대한 책임도 없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제한도 없는 거고, 그래서 (북한 노동자 파견을) 강제하거나 금지하거나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기자 : 이처럼 북한과 러시아가 더욱 밀착하는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김진아 교수 : 현 상황에서 북한과 러시아는 서로 이익을 챙겨가는 상황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전략적인 연대를 지금은 하고 있는데 저는 '언제까지 (이를) 지속할 수 있을까' 이것도 좀 고민을 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러시아는 북한의 핵 보유를 원천적으로 인정하지 않아요. 하지만 서구에서 시끄러운 상황이 진행되는데 극동지역에서 북한이 불안정 상황을 만드는 것도 원치 않아서 (북한을) 너무 압박하지 않는 거거든요. 이걸 북한도 모를 리가 없고, 그 한계를 알면서 적절한 선에서 러시아와 협력을 하는 거라고 봐요. 문제는 이제 한미가 우크라이나 사태가 빨리 종료되도록 국제 공조를 계속해야지 이(북러 간) 연대가 빨리 깨질 수 있을 것이고, 그리고 북한을 '불법을 저지른 러시아를 편든 국가다'라고 외교적으로 계속 압박하는 데 현재의 국제 정세를 이용할 수 있겠죠. 이런 부분에 외교적으로 힘을 실어줄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앵커 :지금까지 한국외국어대학교 김진아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지정은 기자였습니다.

기자 지정은,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