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생모 고영희의 뿌리를 찾아서]① 김정은의 모친은 재일동포

0:00 / 0:00

MC:

북한의 언론매체가 김정은의 생모인 고영희를 ‘평양 어머님’이라고 표현하는 등 우상화 작업을 본격적으로 재개할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 외교관 출신인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전략정보실장과 함께 북측의 고영희에 대한 우상화 가능성을 세 번에 걸쳐 점검해 봅니다.

오늘은 첫 번째 편으로 고영희의 출생 배경을 살펴봅니다.

제주국제공항에서 차를 타고 동남쪽으로 30분 가량 달려 도착한 곳은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에 있는 중산간 지역입니다.

멀리 남서쪽으로 한라산이 보이고 아래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주변에는 묘지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북측 지도부도 주목할 곳”이라고 박성우 기자와 동행 취재에 나선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전략정보실장은 지적합니다.

기자: 실장님, 여기 묘가 굉장히 많네요.

고영환: 여기가 북한의 후계자 김정은의 어머니인 고영희의 친할아버지 고영옥이 묻힌 곳으로 추정되는 곳입니다. 행정구역으로는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입니다.

2006년 12월22일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고영희가 제주도 출신 고경택의 딸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입수한 제주고씨 영곡공파 족보에 따르면 고경택은 고영옥(高永玉, 1876년생)의 아들로 1913년 8월14일에 태어났습니다.

제주고씨 영곡공파종문회 고시홍 회장은 족보책의 기록을 근거로 고경택이 살았던 곳이 조천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고시홍: 조천 지역의 와흘리에 선영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요. 또 근방에서 면장까지 한 분이 계신 걸로 봐서는 (고경택이 살았던 곳이) 현재 조천읍 지역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도 태생의 고경택은 1929년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전해집니다. 당시에는 고 씨처럼 고향인 제주도를 등지고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이 많았습니다.

재일동포들이 북송선을 타게 된 배경을 연구한 테사 모리스-스즈키(Tessa Morris-Suzuki)는 “1930년대 한국인의 유입이 절정에 달했을 때에는 제주도민의 약 4분의 1이 일본에서 살았다”고 자신의 저서 ‘북한행 엑서더스(Exodus to North Korea)’에서 기술했습니다.

도청 공무원 출신의 사업가인 제주도 토박이 김용찬 씨는 그 원인이 복합적이라고 설명합니다. 김용찬: 그 당시 우리의 삶이 궁핍했잖아요. 생활고를 탈피하기 위해서 외부로 나간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에서 학업을 하고 싶다는 이유도 있고요. 또 한 가지는 그 당시 일본 사람과 어떤 연이 있어서 그걸 계기로 출국한 사람이 많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일본으로 건너간 고경택이 정착한 곳은 오사카. 이곳에서 고영희가 태어난 건 1952년 6월26일입니다. 당시 고경택은 재봉소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 씨 가족은 고영희가 10살 때인 1962년 10월21일 제99차 ‘귀환선’을 타고 북한으로 간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처럼 김정은의 모친인 고영희는 재일동포 출신이고 그 뿌리가 제주도에 있다는 걸 아는 북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고영환 전략정보실장은 설명합니다.

고영환: 북한에서 김정일 집안에 대한 모든 것은 다 극비 사항입니다. 김정일 집안의 자식 관계나 부인 관계에 대해 말한 사람들은 모두 관리소로 보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김정일 가문에 대해 아는 건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한 고영희가 재일동포 출신이라는 걸 북한 사람들이 알게 되면 “많이 놀랄 것”이라고 고영환 실장은 추정합니다.

고영환: 재일동포에 대해서 북한 사람들이 좋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에 많이 놀라리라고 생각합니다. 재일동포를 ‘재포’라고 부르는데요. 이 말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북한이 살만해지니까 잘 살던 일본에서 넘어와서 고생을 안 한 사람들. 그리고 재일동포들이 일본에서의 생활을 북한에 와서 많이 소문을 퍼뜨리면서 이들이 관리소로 많이 잡혀갔습니다. 그러면서 이들 중에 남조선 간첩이나 일본 간첩이 많다고 생각하게 됐고요. 그래서 이 사람들을 좀 멀리하는 감정이 있었죠. 전반적으로 ‘2등 국민’ 취급을 좀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후계자의 어머니가 재일동포라고 하면 소스라치게 놀라겠지요.

고영희는 북한 만수대예술단에서 무용수로 활동하다 1970년대 후반 김정일의 눈에 띄었고, 2004년 사망하기 전까지 김 위원장과 동거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은 정철과 정은, 그리고 여정이고, 이 중 정은이 권력을 잡은 겁니다.

재일동포 출신 무용수였던 고영희. 이제 그의 아들이 권력을 승계한 이상 북한 당국은 고영희에 대한 우상화를 본격적으로 시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그 작업은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고영환 실장은 평가합니다.

고영희는 김일성의 모친 강반석이나 김정일의 모친 김정숙과는 너무 다른 경력과 출생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영환: 북한은 강반석을 ‘조선의 어머니’라고 불렀고 김정숙을 ‘혁명의 어머니’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고영희는 재일동포 출신이거든요. 정확히 말하면 오사카에서 출생했으니까 ‘오사카 어머님’이라고 불러야겠지만, 그렇게는 안 하겠지요. 백두혈통을 쭉 이어왔다는 걸 이야기해야겠는데, 이걸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겠죠. 왜냐면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지금까지 조작을 많이 해 왔기 때문에 충분히 조작할 가능성은 높다고 생각합니다.

고영희는 2004년 8월 프랑스 파리에서 유선암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고, 고 씨의 시신은 고려항공 특별기편으로 평양으로 운구돼 김 위원장을 비롯한 가족과 핵심 측근들이 참석한 가운데 극비리에 장례를 치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제 그의 아들 김정은이 권좌에 올라앉은 가운데, 북한 당국이 재일동포 무용수 출신 고영희를 강반석과 김정숙의 반열에 올려 놓으려 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취재에 박성우 기자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전략정보실장, 진행에 이예진, 그리고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울지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