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생모 고영희의 뿌리를 찾아서]③ 고영희 우상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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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봉개동 산중턱에 위치한 4.3평화공원. (RFA PHOTO/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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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언론매체가 김정은의 생모인 고영희를 ‘평양 어머님’이라고 표현하는 등 우상화 작업을 본격적으로 재개할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 외교관 출신인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전략정보실장과 함께 북측의 고영희에 대한 우상화 가능성을 세 번에 걸쳐 점검해 봅니다. 오늘은 마지막 편으로 박성우 기자와 고영환 실장의 대담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지난 2월7일 제주도에는 이례적으로 눈이 내리고 바람이 거셌습니다. 봉개동 산중턱에 위치한 4.3평화공원. 한라산이 가까워서 그런지 강풍이 몰아칩니다.

기자: 바람이 굉장히 많이 부네요.

고영환: ‘바람부는 제주도’라고 하더니만, 눈보라가 치고, 한라산은 보이지 않는데, 어쨌든 한라산의 느낌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기자: 저기 제주4.3평화기념관이라고 있네요. 한 번 들어가 보시죠.

1947년 3.1절 발포 사건을 계기로 1948년 4월3일 벌어진 4.3사건은 7년 7개월 가량 지속됐고, 이로 인해 2만5천에서 3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4.3평화기념관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08년에 개관했습니다.

기자: 지금 밖에는 눈도 엄청나게 오고요. 그래서 실내로 들어왔습니다. 우리가 지금 와 있는 곳은 제주시 봉개동 237-2번지에 있는 제주4.3평화공원입니다. 북한 사람들도 4.3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지요?

고영환: 북한 사람들도 4.3 ‘봉기’, ‘민중항쟁’ 등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이승만 괴뢰정부가 단독정부를 세우려는 걸 반대해서, 통일정부를 세우기 위해 제주도 주민들이 봉기를 했고, 관공서와 경찰서를 습격해 봉기의 불길을 올렸다’는 식으로 선전하죠. 북한 사람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 당국이 김정은의 외가에 대해서도 이제 우상화를 시도할 텐데요. 뿌리를 찾다보면 외할아버지 고경택의 고향이 제주도라는 점에 주목하지 않겠느냐는 추정이 있습니다. 그리고 고경택과 4.3 사건을 연관지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겠느냐는 건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에서는 ‘백두 밀영에서 시작된 혁명이 한라산에서 끝나야 조선 혁명이 마무리되는 것’이라는 교육을 받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고영희의 아버지 고경택이 제주도에서 출생했기 때문에 4.3사건, 제주 한라산 혁명과 연결시키려는 시도를 틀림없이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김일성이 백두 밀영에서 시작한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서 고영희의 아버지가 제주도 한라산에서 혁명을 하다가 일본으로 갔다’고 하면 아주 좋은 그림이 되겠지요. 그런데 고경택은 1929년에 제주도를 떠나 오사카로 갔고, 제주 4.3사건은 1948년에 발생했습니다. 그러니까 1929년에 떠난 사람이 1948년에 있었던 4.3사건을 지도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지요.

기자: 그렇다면 북측이 김정은의 외가를 우상화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무엇일까요?

고영환: 고영희는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고, 평양에 가서 무용수로 일했고, 그 가족이 미국이나 서유럽으로 망명했습니다. 그러니까 우상화를 하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조작해야 하는 거죠. 제가 선전선동부나 당 역사연구소의 간부라면 정말 머리가 아플 것 같습니다.

기자: 김정은 외가에 대한 우상화가 힘들다면, 이건 강반석에게서 김정숙으로 이어진 전통이 깨진다는 뜻이군요?

고영환: 그렇죠. 강반석, 김정숙, 고영희로 연결돼야 하는데, 이게 깨질 수밖에 없는 거죠. 강반석과 김정숙도 조작은 됐다고 하지만, 혁명가계와 혁명전통을 잇는 걸로 포장이 잘 됐거든요. 그런데 고영희의 경우는 혁명가계도 아니고 혁명전통을 이어온 것도 아니죠. 그러니까 무용수에게, 재일동포 출신에게 혁명을 갖다붙이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고 무리가 되는 일이죠.

기자: 북한 당국의 머리가 아픈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영환: 그렇죠. 북한이 제주도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방 이후 정부 수립 과정에서 좌우 이념갈등이 유혈사태로 번진 민족사의 가슴아픈 사건인 4.3사건을 (북측이) 다시 우상화에 이용하려 한다는 것 자체가 현대사에 대한 왜곡입니다. 이런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김정은이 권력을 물려받으면서 그의 모친인 고영희에 대한 우상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미 북한 매체는 그녀를 ‘어머님’이라고 부르는 등 우상화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출생지가 일본이라는 점에서부터 오빠와 여동생의 망명에 이르기까지, 고영희를 우상화하기엔 숨겨야할 내용이 너무나 많아 보입니다. 그래서 북측 당국은 제주도에서 발생한 4.3 사건을 매개로 이른바 ‘혁명’의 역사를 다시 쓰고 싶은 욕구를 느끼고 있을 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1913년에 태어나 1929년에 일본으로 건너간 고경택을 1948년에 발생한 4.3사건과 연결시키기 위해선 사실관계를 넘어서는 또다른 창작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취재에 박성우 기자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전략정보실장, 진행에 이예진, 그리고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울지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