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대생의 미국 여행일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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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 대학생들에게 영어 공부와 현장실습 그리고 여행을 통해 능력을 계발하고 세계인들의 감각을 체험하는 WEST(Work, English Study, Travel)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올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탈북여대생 김명희씨는 8개월동안 미국인 가정집에 머물면서 미국인 가족들과 생활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미국인 가족과 함께 떠난 여행일기를2회에 거쳐 소개해 드립니다.

6월 25일 맑음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온지도 벌써 6개월이 되었다. 일년의 절반을 미국에서 보내고 있다.

그 동안 나는 내가 머물고 있는 미국인 집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미국 집 아주머니와 아저씨 그리고 아들 Carsten, 딸 Lucy는 나의 서툰 영어에도 불구하고 나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고 또 틀린 영어 표현도 친절하게 잘 가르쳐 주었다

이런 미국 주인집 가족들과 함께 스케이트를 타고, 소풍도 가고, 각종 파티에도 참여하고,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하면서 머리 색 갈은 노랗고 눈이 파란 미국인도 나랑 같은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어느덧 뜨거운 태양이 쏟아지는 휴가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우리 가족 모두는 여름 휴가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김명희 안녕'

회사 앞까지 데리러 온 미국 집 가족들은 모두가 동시에 한국어로 인사를 해 나를 감동시켰다. 얼마나 다정한 인사인가, 아마 활달하고 명랑한 미국 집 맘의 아이디어 인 것 같다.

북한에서는 어느 집 아주머니, 아저씨를 부를 때는 그 집 자녀의 이름을 붙여 "명희 어머니, 명희 아버지" 라는 호칭을 사용하지만 미국에서는 그냥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나는 아직도 이런 문화에 익숙지 않지만 그래도 미국 집 아주머니는 "Mom" 즉 엄마, 아저씨는 "Daddy" 아버지라고 부른다.

걸어서 20분이면 갈 수 있었던 청진 동해 해변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맡아오던 고향 바다 미역 냄새와 황금 빛 백사장이 그립다는 나의 말에 미국 집 가족은 이번 여름 휴가를 미국 동부에 있는 애서티그(Assateague Island Beach) 해변으로 가기로 했다.

애서티그 해변은 야생동물보호 지역으로서 자연 그대로 보존된 곳이기에 고동 소리가 울리는 배도 없고 항구도 없다. 단지 미국인들이 휴양지로서 수영도 하고 낚시도 하면서 두세 사람이 함께 쓸 수 있을 만큼 큰 양산을 펼치고 앉아 휴식을 하는 곳이다.

어린 아이마냥 무척 신이 난 나는 녹색 새 운동화를 구입하고 햇볕에 얼굴이 타지 않게 보호해주는 화장품(선 크림)도 준비하면서 완전 여행 분위기에 들떠 있었다.

차는 점점 해변을 행해 달려가고 있다. 달리는 차창너머로 보이는 미국 워싱턴의 거리는 길게 늘어선 나무들로 시원함을 주지만 빼곡히 들어선 차들로 다소 길이 막히고 있었다. 그러나 푸른 잔디밭이 있고 꽃들이 피어나는 학교 운동장만큼 넓은 정원에 삼각형 형식의 2, 3층짜리 미국 식 단독주택들은 단아하고 품위 있어 보였다.

특히 여행을 하면서 놓칠 수 없는 것 또한 그 지역의 역사다. 미국 집 딸 Lucy는 애서티그 해변의 명물 야생 말에 관한 "Misty the Wonder Pony"라는 책을 읽어 주었다.

미국 집 딸 Lucy: What I wanted was a warm bran mash. And that's just what I got! Then I buckled my knees and sank down into the straw. My new mistress sat beside me. I dropped my head into the cradle of her hands. And so I slept.

내가 원했던 따듯한 겨 짚을 나는 바로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발목을 굽히고 짚에 앉았습니다. 나의 새로운 여주인은 내 옆에 앉았고 나는 나의 머리를 그녀의 손바닥 요람에 묻고 곧 잠이 들었습니다.

1925년부터 약 87년간 미국 동부 버지니아 주 애서티그섬에 서식하는 포니종, 조랑말 들이 해 마다 수영을 해서 다른 섬까지 이동하는 미국 전통의 '포니 스위밍', 조랑말 수영 대회가 열리고 있다. 포니 종 말은 1998년에 한 마리에 7천달러에 낙찰될 정도로 희귀 종으로 승마용 혹은 관상용 말로 인기가 많다.

미국 집 가족은 어디를 가나 늘 그 지역의 역사나, 건물, 유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는데, 이는 미국 문화를 이해하고 적응해 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

조금 전 까지 재잘거리던 미국 집 딸 Lucy는 어느새 머리를 끄떡이며 졸고 있었다. 갑자기 미국 맘이 창문을 활짝 열라는 소리와 함께 눈을 뜬 Lucy와 나 그리고 미국 집 아들 Carsten, 우린 눈앞에 펼쳐진 푸른 바다와 하얀 백사장 경치와 바다 냄새에 함성을 질렀다.

미국 집 딸 Lucy: Myeonghee, Myeonghee

다 같이: 와우! 와우! 와우!~~~~

아! 신선하면서 미역과 해산물 냄새가 어울려지는 자연 그대로의 이 독특한 바다 냄새는 내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고향 바다의 내음이다. 어린 시절 고향 바다에서 조개 껍질 주우며 뛰어 놀던 잊을 수 없는 고향 추억에 정신 없이 사진기에 이 풍경들을 담고 있는 사이 우리는 여행지에 도착했다.

미국 집 아저씨가 숙박 수속을 하는 동안 미국 맘과 아들 Carsten은 야외 수영장 앞에 앉아 팔씨름을 한다. 이럴 때 보면 꼭 한국인이나 별로 다른 점이 없다. 특히 미국 맘은 내가 만들어 주는 냉면과 김밥, 그리고 소고기 장조림, 오이 김치를 무척 좋아한다. 세계 여행을 많이 다닌 미국 가족은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이 없다.

올해 8살 된 Lucy는 벌써 10여 개가 넘는 국가를 여행했다고 한다. 와우! 정말 부럽다. 나는 사실 어린 시절 북한에서 살 당시 나서 자란 고향 말고는 딱 한 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어머니와 함께 어머니 고향 황해도를 다녀온 것이 전부이었다.

그때 함경북도에서 황해도까지 기차로 24시간, 하루면 도착할 거리를 보름 동안 갔었는데, 애서티그 해변은 미국 워싱턴 버지니아에서 해안을 따라 60Km 떨어진 거리로 자동차로 3시간 이면 도착할 수 있다.

계산을 해보니 60km를 3시간이면 한 시간에 20km 속도로 달린 것인데, 함경북도 청진에서 황해도까지 보름 동안 걸렸으니 시간으로 360시간, 그러니까 한 시간에 1.8km정도씩 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것 조차도 기차와 자동차 속도 차이를 따지면 아예 계산을 할 수 없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유리가 다 깨져서 창문도 없는 기차를 타고 보름 동안 갔으니, 쌀쌀한 초 가을철이어서 얼어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물론 호텔이나 리조트라는 개념도 몰랐다. 리조트(Resort)는 휴양지라는 뜻으로 주로 놀이기구나, 수영장, 골프장 그리고 취사가 가능한 주방 시설이 갖추어진 숙박시설을 말한다.

나와 미국 가족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가 드넓게 펼쳐지고 야외 수영장이 있는 아담한 숙박시설에 짐을 풀고 해변으로 갔다.

미국 집 아들과 딸은 해변에 도착하기 바쁘게 파도타기(서핑:Surfing)을 하면서 즐기고 있었다. 파도타기는 파도타기 널을 사용해 파도의 표면을 타는 운동이다. 3살 때부터 수영을 했고 지금은 수구 선수인 미국 집 아들과 딸은 시퍼런 파도에도 두려움이 없다.

미국 집 아들 Carsten: Lucy come here, This one.

미국 집 맘: Oh, Good one! Oh, that was nice one!

미국 집 아들Carsten: It's really cool, where is daddy, he try it.

미국 집 맘: Hey Lucy, Carsten come out here, We will take a picture.

나도 용기 있게 미국 집 아들 Carsten의 파도타기 널을 이용해 파도타기를 시도해 보았지만 파도 한 면도 타지 못하고 바다 물에 빠져 짠 소금 물만 엄청 많이 마셔서 올챙이 배가 되었다.

서로 팔을 끼고 다정하게 해변가를 걷는 연인들, 낚시하는 사람들, 모래 성을 쌓고 있는 어린이들, 백사장에 누워서 태양 빛으로 몸을 건강미 넘치게 태우고 있는 사람들 등 각양 각색의 사람들이 해변에서 여름 휴가의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미국 집 아저씨는 가족을 위한 파티 준비로 땅을 파 가마를 걸어 놓고 장작불을 피우느라 일손이 바빴다.

붉은 노을이 지는 해변에서 모락모락 피워 오르는 모닥불 앞에 옹기종기 모인 가족은 신이 나서 포도주와 음료수에 소시지를 구워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미국 집 아들 Carsten은 올 봄 중학교부 농구 챔피언에 이어 이제 곧 있을 수구에서도 챔피언이 되고 싶다고 자신의 포부를 얘기하고 있었고 미국 집 딸 Lucy는 말 키우는 법과 말 타는 법을 배우는 여름방학 현장 학습이 무척 기대된다며 들떠 있었다. 미국식으로 완전 동화되어 가고 있는 나는 미국 맘이 만들어준 빵과 구운 소시지에 토마토 즙을 발라 먹으며 포도주를 홀짝 홀짝 마셨다.

어쩌다 일요일 날 언니와 친구들과 함께 바다에 소풍 간다고 어 죽을 쑤어 먹을 쌀 한줌과 쟁개비(냄비)를 준비하고, 펑펑이를 간식으로 챙기면서 들떠 있었던 어린 시절, 그때가 엊그제 같다.

지금은 미국 동부의 이 아름다운 해변에서 유난히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들을 하나 둘 세어보며 미국 가족들과 함께 한 여름 밤을 보냈다.

탈북 여대생의 여행일기 제작, 진행에 인턴기자 김명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