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테러가 오는 11일로 10주년을 맞습니다.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은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에 걸쳐 ‘9.11테러와 북한’이란 주제로 특별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그 마지막 시간으로 탈북자가 본 테러에 대해 살펴봅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10년 전 미국에서 일어난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에 대한 911테러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시 북한에서도 테러관련소식과 장면들이 짤막하게나마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외부와의 연계가 차단된 북한에서는 일반주민들은 물론 간부들도 911테러와 관련된 구체적 사실은 지금도 잘 모르고 있으리라 봅니다.
세계에서 미국을 가장 적대시하는 북한에서 오랫동안 교육받고 살아온 저로서는 당시 테러장면을 목격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어, 저게 사실이야? 비행기가 건물가운데를 어떻게 통과하지? 비행기에 사람이 탔나? 탔으면 몇 명이나? 충돌한 비행기가 왜 안 보이지? 건물이 그렇게도 큰가? 비행기가 충돌했는데 건물은 어떻게 서있을 수 있지?’
마치도 상상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현실이라니, 그리고 그렇게 크고 높은 건물과 보잉기도 현실 속에서 접해보지 못했으니 감도 잘 안 잡히고, 그저 누군가가 상상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았나 할 정도로 믿기지 않았습니다.
다음에 들었던 생각은 또 이런 것이었습니다. ‘어, 저걸 어떻게 실시간으로 촬영하지? 누가 24시간 촬영기를 들고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아무리 카메라가 많다고 해도 순간에 벌어진 일일 텐데 어떻게 충돌장면까지 촬영이 가능하지?’
외부세계에서 매순간 일상이 된 핸드폰과 사진기, 고정감시카메라(CCTV)같은 장치들과는 우리들의 삶이 너무도 격리되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때 또 들었던 생각은 구체적인 정보나 자료를 모르기 때문에 궁금증에 해외에 나가면 꼭 이 자료들을 찾아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테러소식에 금융시장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해외자금관리를 하던 나는 외국거래은행과의 텔렉스 외환거래를 하면서 테러로 인한 금융시장의 충격과 그 지속성에 대해 간단히 묻기도 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서 또 하나 기이한 것은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북한인데도 조직적으로, 그리고 반공개적으로라도 911테러에 대한 평가나 입장표명을 적극 하지 않은 것입니다.
물론 일부 간부나 강사들은 ‘침략과 전쟁의 원흉, 미국이 큰 공격을 당했다,’ ‘미국이 본토공격을 당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미국은 역사의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하면서 이를 반미교육에 이용하였습니다.
혹시 ‘적의 적은 나의 친구다’라는 말도 있듯이 ‘적의 불행과 희생은 나에게는 플러스다’는 생각으로 강 건너 불 보듯 한 개인이나 정부 관료들도 많이 있었을 겁니다.
3,000여명의 무고한 희생자를 낸 911테러는 그때부터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항구적 자유’의 이름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시작하였습니다. 알 카에다 훈련소들이 제거되고 탈레반 정권이 붕괴되었으며 전쟁은 이라크로 확대되었습니다. 독재자 사담 후세인은 결국 사형에 처해지고요.
911테러의 주도자 오사마 빈 라덴은 얼마 전 파키스탄에서 미국특수부대의 작전으로 사살되어 바다에 수장되었습니다.
그러나 테러와의 전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자생적 극단주의자들은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미국은 물론 영국, 독일, 스페인, 이라크,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세계 많은 지역에서 끊임없는 테러와 공포,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적대적 관계로 강 건너 불 보듯 했던 911테러! 또 일부는 속으로 ‘잘 코사니’ 했을 911테러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마 이들에게 테러 당시의 사망자, 실종자들의 마지막 통화내용을 들려준다면 어떤 반응을 할까요?
‘여보 사랑해, 뭔가 엄청난 일이 일어난 거 같아, 근데 나는 아마 살수 없을 것 같아, 여보 사랑해, 아이들 잘 부탁해.’
‘사랑해, 월드 트레이너 센터에 있는데 이 빌딩이 지금 뭔가에 맞은 것 같아, 내가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 여보 당신을 정말 사랑해, 살아서 당신을 다시 봤으면 좋겠어. 안녕.’
‘엄마, 우린 지금 납치당했어. 저기에 세 명이 있는데 폭탄을 가지고 있대. 엄마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여보, 나 브라이언이야. 내가 탄 비행기가 피랍됐어. 그런데 상황이 아주 나쁜 것 같아. 당신을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어. 만약 그렇게 안 되면……. 여보, 인생은 즐겁게 살아야 돼. 최선을 다해서 살고!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거 알지? 나중에 또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