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청소년의 남한 살이] ④ 미래를 향한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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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2009년 현재 한국에서 일반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탈북 청소년은 대략 1,200여 명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가을 개편을 맞이해 이들의 한국 생활을 집중 조명해 봤습니다.

오늘은 마지막인 네 번째 순서로 탈북 청소년들이 대안 교육 시설을 디딤돌 삼아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며 한국사회에 적응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살펴봤습니다.

서울의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에 있는 한겨레중고등학교.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널따란 들판이 자리한 곳 입니다. 공기도 상쾌합니다.


학생:

다 산이라서 (공기가) 너무 좋아요.

기자:

서울에서 여길 오려면 차가 막혀서 힘들긴 한데...


학생:

단점이 있다면 저희가 (서울로 자주) 나가질 못하는 거죠. (웃음)

2006년에 문을 연 이 학교에서 현재 탈북 청소년 240여명이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의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이 학교는 탈북 청소년을 위해 국가에서 재정을 지원하는 공교육 기관입니다. 탈북 청소년을 교육하는 다른 민간 교육시설과는 달리 이 학교의 곽종문 교장은 “학생들 누구를 만나 봐도 좋다”며 탈북 청소년과의 인터뷰를 허용했습니다.


곽종문:

앉아서 편안하게 이야기 하면 되요. 수학 질문 같은 건 안 한데요. (웃음)

이름은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만난 3명의 탈북 청소년들. 모두 밝게 웃으며 기자를 반깁니다. 이들은 처음 보는 낯선 기자의 질문에도 자신의 생각을 스스럼없이 밝힙니다. ‘한국에서 싫은 게 뭐냐’고 물어도 대답에 막힘이 없습니다.

여학생1:

저는 한국에 와서 싫은 건, 공기가 나빠서 적응이 잘 안됐어요. 북한은 공기가 좋잖아요.


남학생:

같은 아파트에서 살면서도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몰라요. 엘리베이터에서 봐도 그냥 모르는 사람처럼 지내잖아요.


여학생2:

한국 사람들이 좀 많이 차가워요. 너무, 진심이 아니라 그냥 앞에서만 웃고 뒤돌아서면... 그런 거 있잖아요. 무관심하다고 말해야 하나요.

이야기하는 방식도 자유롭습니다. 특히 ‘미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학생들은 다양한 대답을 내놓습니다.

남학생:

(저는) 북한에 있을 땐 아주 나쁘게 생각했죠. ‘미제 침략자’라고 생각했는데요. 저는 솔직히 미국을 많이 좋게는 보지 않아요.

기자:

아직도 그래요?


남학생:

네. 왜냐면 미국이 자기만 생각하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도 강대국이니까 존경하긴 해요. (웃음)


여학생1:

백인이 흑인을 많이 못살게 굴고, 지금도 그런 게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좀 그런 게 많은 거 같아요. 남을 깔보는 게 좀 있는 거 같아요. 그런데 미국에 가고 싶어요. (웃음)

기자:

왜 그런가요?

여학생1:

우선 영어가 좋고요. 미국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살잖아요. 그러니까 미국에 가면 다양한 문화를 알 수 있고, 많은 다른 민족과 만날 수 있는 거 같아서요.

이 같은 자유분방한 답변은 한겨레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안정감을 갖고 생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곽종문 교장은 말합니다.


곽종문:

우리 학교의 장점이, 똑같은 처지의 먼저 온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학생들이) 빨리 안정을 찾습니다. 몇 달 후, 몇 년 후 나의 모습을 미리 보고 안정을 빨리 찾고요. 동질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위안을 갖지요.

학생들은 모두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합니다. 국어나 수학 같은 정규 교과목만 배우는 게 아니라, 연극과 음악, 그리고 미술을 이용한 심리 치료도 받습니다.

이곳 학생들은 또 한국의 일반 학교와 자매결연을 통해 교류 활동을 하거나 일반 가정집에서 잠시 머물며 남한 생활을 익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남한 친구도 많이 사귈 수 있다고 학생들은 말합니다.

여학생:

학교에서 진행하는 홈스테이 같은 행사가 있어요. 거기서 선생님들이 짝을 지어주면 그때 친해져서 그 언니와 친해지고, 또 그 언니의 친구와 친해지는 거죠.

기자:

홈스테이는 뭐에요?

여학생:

그 집에 가서 머물면서 한국 생활을 익히고, 또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학교가) 저희들을 위해서 행사를 진행하는 거예요.


기자:

(홈스테이는) 1년에 몇 번이나 하는 거예요?

여학생:

한 두 번이요. 1박 2일입니다.

게다가 이곳 학생들은 다양한 봉사 활동에 참여합니다. 나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나 고아원, 그리고 양로원을 방문해 한국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돌봅니다.

남학생: 저는 노양원에 가 봤고요. 애명원에도 가 봤어요. 애명원은 IQ가 70이하인 사람들이 있는 곳이에요. 제가 봉사함으로써 그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즐거웠어요.

여학생:

처음에 양로원에 가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다 늙으셔서 소변을 못 가리잖아요. 그걸 처음 봤을 땐 정말 더러웠어요. 많이 싫었고요. 그래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무리 그러셔도 저희를 친자식처럼, 손자 손녀처럼 아주 예뻐하고 사랑해 주셨어요. 그걸 보면서 우리 할머니 생각도 나고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했어요.

곽종문 교장은 탈북 청소년들에게 이 같은 사회봉사 활동을 “매우 많이 시킨다”고 말합니다. 탈북자들은 중국이나 제3국에 머물면서 한국을 ‘매우 잘사는 나라’로 이해하기 때문에 “스스로 노력해서 뭔가를 이루기보다는 한국 정부가 뭔가를 해 주길 기대”하는 특성이 있으며, 이를 고쳐주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사회봉사 활동은 유용하다고 곽 교장은 설명합니다.


곽종문:

그런 걸 (한국 사회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빨리 불식시키고 본인의 노력에 의해 모든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걸 가르치기 위해서 그런 삶의 현장을 많이 갑니다. 자주 가고. 또 봉사활동, 그러니까 우리 사회적 약자들에게 하는 봉사활동을 아주 심하고 강하게 시킵니다.

사회봉사 활동을 통해 탈북 청소년들은 ‘나보다 더 불쌍한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달으면서 자신감을 회복합니다. ‘내가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도 갖게 됩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항상 자신들을 돌봐주는 선생님이 학교에 있고 비슷한 경험을 한 동료가 바로 주변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위안과 안정감을 느낍니다.

탈북 청소년들은 한겨레중고등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졸업 후 남한 사회에서 겪게 될 거친 현실을 맞닥뜨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기자:

고등학교도 여기에서 다니실 거예요?

남학생:

네, 저는 다녀야 해요. 제가 19살인데 중학생이잖아요. 일반 학교에 나가려고 해도 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어려울 것 같아요. 세 살 차이가 나잖아요.

기자:

그럼 여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까지 생각 중인가요?


남학생:

네.


기자:

그래요. 꼭 그렇게 되길 바랄게요. 오늘 너무 반가웠어요. 들어가세요.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성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