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북한 주민 가슴엔 배지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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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직업·농민·여성의 대표 단체 수장에 최초로 여성 임명
  • 장사로 경제권 쥐고 동원에 용이한 여성동맹 사례 강요하는 것
  • 제8기 10차 전원회의에 등장한 김정은 초상휘장, 앞으로 어떻게 패용되나
  • 한국어, 외래어 차단하기 위한 2차 '다듬은말참고자료'…다듬은 말이 외래어?

6월 28일부터 1일까지 나흘간 당 중앙위원회 제8기 10차 전원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당 중앙위원회 위원과 후보위원 등 핵심 간부 인사가 단행됐는데요, 단연 눈에 띄는 인사는 당 근로단체부장 인사입니다. 김정순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중앙위원회 위원장이 임명됐는데 당 부장에 여성이 임명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보통 경공업부장 자리였죠. 안 기자, 근로단체부는 어떤 조직이고 이번 인사, 어떻게 봐야할까요?

안창규 기자 : 근로단체부는 청년동맹(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직맹(직업총동맹), 농근맹(농업근로자동맹) 등의 근로 단체를 총괄하는 노동당의 한 개 부서입니다. 한때 청년동맹만 관장하는 청년사업부가 별로도 존재한 적도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근로단체부가 담당하고요, 또 체육, 보건 부분에 대한 지도도 담당합니다.

전국의 도, 시, 군당에도 근로단체부가 있습니다. 지역 당 책임자인 책임비서의 사업을 보좌하는 여러 명의 비서 중에 근로단체 비서가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군당위원회 책임비서 밑에 조직 비서, 사상 비서, 근로단체 비서 이렇게 3명의 비서가 있습니다. 그만큼 북한이 노동 당원은 물론 청년, 여성, 근로자, 농민 등 일반 주민에 대한 사상 교육과 통제를 중요하게 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담당하는 범위가 광범위한 조직이네요 .

안창규 기자 :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당 근로단체부장은 남성 간부가 했고 특히 위원장이나 부위원장을 지낸 청년동맹 출신 간부가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자리에 여성인 여맹 간부 출신을 앉힌 건 모든 근로단체를 여맹처럼 노동당에 대한 충성하는 활발한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김정은의 지시와 정책을 추종하는 측면에서 여맹의 활동과 역할이 두드러졌던 건 사실입니다. 여맹은 여맹돌격대, 여맹가두선전대 등의 다양한 활동으로 가두여성(주부)들을 당국이 관심하는 중점 건설 현장, 주요 공장, 기업소 등에 노력, 물질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을 활발히 벌여왔습니다. 가정의 생계와 자녀를 돌봐야 할 주부들을 사회주의 건설에 내몬 겁니다.

하도 여맹이 활개를 치니 북한 주민들 속에서 4개 근로단체 중 제일 힘있는 조직은 ‘여맹 부대’, ‘치마 부대’라고 평가했을 정도입니다. 조건을 따지지 말고 당국의 지시를 무조건 집행할 것을 강박하는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이 난무하는 속에 여맹이 여성을 동원해 인력, 자금, 물자 등 부족한 것을 지원해주니 간부들도 ‘여맹이 잘한다’, ‘여맹이 최고다’라고 칭찬했습니다. 이런 점이 반영돼 여맹위원장 출신이 근로단체부장에 임명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북한 여성들이 혹사당한 것에 대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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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사당한 결과에 대한 보답 , 일종의 보은 인사라는 말씀인데, 일각에선 김정은 시대 들어서 높아진 여성의 힘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실제로 김여정, 현송월 등이 눈에 띄고 김정은의 딸 김주애도 자주 모습을 보이니까요. 실제 인민 생활에서 여성들의 지위에도 영향이 있을까요?

안창규 기자 : 지금까지 여성이 맡은 적 없는 근로단체부장에 여맹위원장 출신을 앉힌 사실 자체가 여맹의 지위와 관련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조직으로서 여맹의 지위와 가부장적 북한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는 별개로 봐야 합니다.

8.15해방 직후인 1946년 7월 북한에서 남녀평등권 법령이 발표됐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 법령으로 인해 여성의 지위가 상향됐다고 선전해 왔습니다. 물론 이 법령으로 인한 성과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법령이 나오게 된 동기는 “새 조선 건설”에서 부족한 인력을 여성으로 충당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진정으로 여성의 지위 향상이 목표가 아니었다는 의미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북한에서 가정 생계와 자녀 양육, 가사 노동 등 가정일의 무거운 부담이 전적으로 여성에게 지워져 있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 줍니다.

북한 사회는 남을 의식한 형식을 차리는 걸 좋아합니다. 북한은 각급 인민회의 대의원(중앙 및 지방 의회 의원), 간부(인사) 사업에서 어느 정도의 여성 비율을 보장할 것을 강조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충성도, 출신성분 등 노동당의 기준에 맞는 여성 몇 명이 간부로 등용되긴 했습니다만 이들이 맡는 직책은 핵심 부문이 아닌 한직입니다. 한마디로 보여주기식이라는 의미입니다.

다만 가정에서 여성의 지위가 어느 정도 높아지는 건 사실입니다. 돈 벌러 간 안해(아내)가 늦게 오면 남편이 밥을 하고, 집 청소도 하고, 아이도 돌보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이것도 남편이 다니는 직장이 제대로 가동 못 하는 경우여야 가능합니다. 아무리 아내를 도와주고 싶어도 생산이 바빠 퇴근이 늦거나 휴일 없이 일한다면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측면에서 볼 때 북한 여성의 지위는 이전과 다르지 않습니다. 작년 말 개최된 제5차 어머니 대회에서 김정은이 저출산 문제를 지적하며 여성들에게 아이를 많이 낳을 것과 자녀의 반사회주의 행위 통제를 주문했는데 이것만 봐도 북한 당국이 여성을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진정으로 여성의 지위가 상향되자면 사회적으로 여성을 우대하고 존중하는 정책적 변화와 함께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여맹의 위상이 올라간 이유가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 직장과 학교에 다니는 남편, 자녀들을 대신해 훨씬 동원을 많이 나갔고 장마당 장사로 번 돈을 지원금으로 많이 냈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이런 여맹의 위원장을 부장 자리에 앉힘으로써 다른 단체들에 주는 메시지도 분명해 보이는데요.

안창규 기자 : 그렇습니다. 한마디로 다른 근로단체도 여맹처럼 당국의 의도를 충성으로 받들고 그 실현을 위한 사업을 활발히 벌이라는 주문이라는 겁니다.

다른 근로단체는 여맹처럼 소속된 성원을 임의 시간에 대량 동원하기 어렵습니다. 청년동맹이나 직맹, 농근맹 모두 소속된 조직원들이 다 공장, 기업소, 농장, 목장 혹은 대학 등에 소속돼 있습니다. 하지만 여맹은 맹원들이 다 가두여성(주부)이라 비교적 동원이 쉽습니다.

돈을 걷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근로단체의 경우 지원금을 거두는게 쉽지 않습니다. 보통 한번에 바치는 지원금이 근로자 한달 로임을 훌쩍 넘는데 결국에는 이 돈이 안해 주머니에서 나와야 합니다. 북한 여성의 대부분은 여맹원입니다. 결국 가정 돈주머니를 가지고 있고 장사를 해 돈을 버는 여성을 조직원으로 두고 있는 여맹이 지원금을 거두기가 월등히 쉬운 겁니다.

실제로 사회적 동원, 지원금 모금 등에서 여성들이 제일 들볶였습니다. 반대로 여맹이 제일 활발히 활동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고요. 이에 대해 타 근로단체 간부나 조직원들이 앞으로 여맹처럼 들볶이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을 겁니다.

또 하나 이번 전원회의에서 주목된 건 김정은 초상휘장입니다 . 김정은 단독 휘장을 가슴에 단 간부들의 모습이 북한 매체의 보도로 확인됐습니다. 제작됐다는 보도는 많았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앞으로 어떻게 패용하게 되는 건가요?

안창규 기자 : 네, 이미 김정은의 초상화나 초상휘장이 제작됐다는 추측은 많았으나 북한 매체를 통해 확인된 건 처음입니다. 김정은 휘장 사용을 북한 당국이 단독으로 착용하라고 지시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봅니다. 이전에 김정일 휘장이 새로 나왔을 때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서서히 김정은 휘장이 대세를 이룰 겁니다. 역대 북한에서 인기가 높았던 김정일 당상(당 깃발 모양 휘장)이나 쌍상(김일성,김정일 얼굴이 같이 새겨진 휘장)도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간부들에게 먼저 수여됐지만 점차 일반 주민들에게 퍼지면서 김일성 단독 휘장은 인기를 잃었지요.

북한에서 새 휘장을 달면 내가 힘이 있다는 걸 은근히 과시하는 것으로 됩니다. 물론 현존하는 지도자가 우선임을 간부나 주민들도 알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지은 기자 : 네, 예정된 수순이지만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김정은의 초상 휘장이 나오면 머리 세 개를 달고 다녀야 하냐"는 우스갯 소리도 나옵니다. 조롱 섞인 농담이지만 틀린 말도 아닙니다.

태양절과 광명성절이 슬그머니 사라진 것처럼 선대들의 초상화 휘장도 사라지고 그 자리를 김정은의 초상 휘장이 대신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 교육성 산하 국가국어사정위원회가 지난 6월, '다듬은말참고자료'를 발행했습니다. 최근 각 기관 기업소와 교육 단위에 배포됐습니다. 무려 1347개 단어가 새로 다듬어졌네요. 김 기자, 자료를 다 살펴보셨는데요, 이번 개정은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김지은 기자 : 네, '다듬은말참고자료'는 2019년, 발표된 바 있는데요, 이 자료를 수정, 보충해 '2차 다듬은말참고자료'를 발행한 것입니다. 첫 장에서 '언어생활에서 이색적인 경향에 눈초리를 돌리고 사소한 요소에도 단호하게 법적 대책을 취하라'라는 김정은의 지시를 인용하며 "문명하고 건전한 사회주의 언어생활기풍을 확립하기 위해 다듬은 말참고자료를 발행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부분의 말을 모두 북한식으로 수정했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예를 들면 초코파이를 ‘쵸콜레트 겹빵’, 콩발효 음료를 ‘콩젖산 음료’로 부르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이번 ‘다듬은말’ 자료를 보면 어느 것이 비규범어인지, 어느 것이 ‘다듬은말’인지 알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한마디 특징은 어떤 기준으로 다듬었는지 명확하게 보이지 않아 혼란스럽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땅콩’은 원래는 땅에서 나는 콩이라고 해서 ‘땅콩’이라고 불렀는데 이번에 다듬어진 말이 ‘락화생’입니다. 주민들이 참나무에서 나는 버섯이라는 의미로 ‘참버섯’으로 부르던 말을 ‘참나무버섯’으로 다듬었습니다.

또 ‘탈피’를 ‘마른명태’라고 다듬었는데 북한 주민들은 말린 명태를 두드려서 껍질을 먹기 좋게 벗긴 상태를 ‘탈피명태’라고 해왔고 통명태를 ‘마른명태’라 불러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자료에는 ‘탈피’를 ‘마른 명태’로 수정됐습니다.

또 고유한 북한 말을 중국식 한자로 바꾸는 것인지, 영어식 발음으로 바꾸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이 많습니다.

‘우설졸임’을 ‘소혀졸임’으로 다듬었으면 ‘우유계란빵’은 ‘소젖닭알빵’으로 바꿔야 맞을 것 같은데 이 말은 ‘우유닭알빵’로 바꿨습니다.

입쌀을 ‘백미’로 다듬었는데 이것은 완전한 중국식 한자 단어를 채용한 겁니다. 또 와사비 같은 것은 ‘매운냉이’로 수정됐는데 와플을 ‘와풀’로 바꾼 것이라든지, 워드카를 ‘워드까’로, 에쓰쁘레쏘를 ‘에쓰프레쏘’로 표기법을 바꾼 것도 기준이 명확치 않습니다.

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콩물을 콩젖, 콩우유라고 하는 말이 이해가 가질 않았는데 이번에 콩단물, 콩물로 다듬어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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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도 청취자 이해를 돕기 위해 북한식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일 어색한 것이 콩젖이었습니다 . 어쨌든 지금 소개한 걸 보면 일부는 다듬어진 말이 오히려 외래어인 경우도 있어 보이는데요.

김지은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일반 북한 주민들이 이런 말을 사용했나 싶을 정도로 많은 외래어가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발효된 밀반죽에 야채나 양념한 속을 넣어 만든 것을 '만터우'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본래말 왕만두를 그냥 '만두'로 다듬었습니다. '눈시울먹이'라고 불리는 본래말은 '아이라이너'라고 다듬었고 그런가 하면 '대야'는 '다라'에서 '버피'로 다듬어졌습니다. '믹스기'를 '종이분쇄기'라고 다듬었는데 이건 아예 틀린 의미입니다. 남새나 과일 등을 갈아내는 기계가 '믹스기'입니다.

북한은 평양문화어보호법 등을 통해 남한말 , 남한식 표현을 사용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번 자료 역시 같은 목적으로 발행된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김지은 기자 : 그렇습니다. 북한이 다듬은말 참고자료를 발행한 가장 중요한 목적이 한국말을 차단하고 평양문화어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주민들이 애용하는 한국말이 사라질 지도, 평양문화어도 아닌 혼용 언어들이 한국말 대신 현지 주민들에게 자리잡게 될 지도 의문입니다. 평양문화어를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한국과의 대결 분위기를 고취시키려는 당국의 의도는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문화는 체제, 제도가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인류의 흐름에 맞게 발전해 가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 오늘 준비된 소식을 여기까집니다. 김지은, 안창규 기자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 함께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