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서울이 썰렁해졌다 느껴질 정도로 고향으로 대이동을 하게 되는 한국의 명절, 올해는 그나마 추석 연휴기간이 길어서 고속도로 정체도 좀 줄지 않을까 싶은데요.
막히는 고속도로 안에 있고 싶을 정도로 부모님이 계신 고향에 가는 남한 사람들이 부럽다는 탈북자들은 올해 추석을 어떻게 맞고 있을까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이제는 좀 달라졌다는 탈북자들의 추석맞이를 엿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명절이 되면 고향에 두고 온 가족 생각에 쓸쓸해 하는 탈북자 분들이 많으신데요. 올해 추석명절은 쉬는 연휴도 열흘이나 돼서 가족의 허전함을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느끼는 분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마순희: 한국에 온지 좀 오래된 분들은 이제는 거의 한국 사람이 다 되다보니 추석 명절을 쇠는 것도 별로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되는 분들도 나름대로 추석 연휴를 보낼 계획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물론 추석이라도 고향에 가지 못하는 가슴 아픈 사연들은 달라질 것이 없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고향을 그리면서 슬퍼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추석은 온갖 곡식과 열매가 무르익는 가을에 가정의 행복과 조상의 은덕을 기리는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이라고 하죠. 올해 추석명절은 특별히 열흘이나 되다보니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명절분위기가 나는 것 같기도 해요. 이번 추석 연휴기간은 9월 30일부터 시작하여 10월 9일까지 총 10일입니다. 임시공휴일, 개천절, 대체공휴일, 한글날까지 겹치면서 역대 최대 휴일이 되었습니다. 오래간만에 가족 친지도 만나기도 하지만 연휴가 긴 만큼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오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추석이 연휴라 해도 이렇게 길지는 않아서 추석이면 고향에 가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이번 추석에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제주도 가는 비행기 표를 예약하려고 인터넷에 접속해 보았더니 거의 매진이다시피 되어 있었어요.
이예진: 한 달 전부터도 매진이더라고요.
마순희: 네. 거의가 불가로 되어 있고 가능한 게 얼마 없더라고요. 이미 예매를 다 해 놓고 계획된 날짜에 출발하는 거죠. 대한민국의 이런 분위기에 우리 탈북자들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보면 거의가 자신만의 추석연휴 계획이 다 있더라고요. 대체로 한국에 나온 지 오래된 분들은 가족이나 친지들과 함께 지내는 경우가 많고 하나원을 금방 나오신 분들은 하나원 동기나 혹은 지역의 탈북자단체들에서 조직하는 합동차례 행사에 참가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혼자 사시는 분들도 나름대로 그동안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랑 여행도 계획하는 등 자신만의 계획들이 다 있었습니다.
이예진: 다행이네요. 그런데 말씀 잠깐 해주셨지만 혼자 탈북하신 분들과 가족이 함께 오시거나 먼저 와서 다른 가족들을 데려오신 분들은 명절 보내는 분위기도 많이 다를 것 같아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한국에 오신지 오랜 분들은 이제는 한국 사람이 다 된 것 같습니다. 회사나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한의 문화에도 많이 적응되어 큰 어려움 없이 명절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 탈북자들의 6~70%가 여성이다 보니 한국에서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사는 여성들이 많습니다. 얼마 전에 지방에서 사는 한 여성과 통화하였는데요. 남편이 거래처 사장이라 항상 시간을 맞출 수 없어서 외국여행을 가기가 쉽지 않았었는데 이번 추석연휴에 동남아 여행을 간다고 하더라고요. 해마다 추석이면 시댁에 가서 명절을 보낸다고 하더니 금년에는 안 가느냐고 했더니 이미 추석 전에 성묘를 끝냈고 이번 연휴가 길다보니 추석 다음날에 어머님까지 모시고 함께 여행을 가기로 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알고 있는 탈북자 부부는 이번 추석연휴에 유럽여행을 간다고 하더군요. 여행사를 통해서 예약했는데 9박 10일 정도로 여행을 해도 400만 원, 3500달러 정도의 비용이라 큰 부담 없이 갈 수 있다고 합니다. 북한에 있을 때 세계아동문학 문고를 읽으면서 제일 가보고 싶었던 곳이 덴마크, 북한에서는 단마르크라고 하죠. 그 덴마크에 이번에 가게 되었다고 자랑을 하였습니다. 저도 사실 제일 가보고 싶은 곳이 유럽이기는 합니다. 가족과 함께 지내는 분들은 해외여행이 아니라도 가정에서 혹은 국내여행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만 가장 빼놓지 않는 곳이 있기는 하죠. 바로 북한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볼 수 있는 통일전망대입니다. 저도 탈북단체들과 함께 간 적도 여러 번 있지만 친구들끼리 혹은 가족끼리 다녀오기도 합니다. 이번 추석에도 우리 가족은 통일전망대에 갈 계획을 잡고 있답니다.
이예진: 선생님도 의미 있는 추석계획을 갖고 계시군요.
마순희: 그럼요. 고향에 못 가니까 아무래도 고향이 가까운 통일전망대에 가서 차례는 못 지내도 술 한 잔 부어놓고 고향을 그리며 기도를 하는 거죠. 그리고 제가 아는 한 언니는 이번 기회에 미루었던 수술을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나이가 60대 후반이지만 지금까지 아파트 미화원, 그러니까 청소원으로 일하고 계시는데요. 얼마 전부터 손가락 마디가 아파서 무엇을 잡으려고 하면 많이 불편했답니다. 간단히 수술을 받으면 된다고 하는데 그러자면 대신 일할 사람을 구해놓고 그 분에게 자신이 돈을 지불해야 된다고 해요. 그러니 차라리 추석연휴에 미루던 수술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되어 병원에 입원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명절이라도 갈 데도 특별히 없으니 차라리 이 기회에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게 더 실속을 차리는 거라고 하더군요.
이예진: 수술이 잘 됐으면 좋겠네요.
마순희: 네. 그리고 이분처럼 명절에 차라리 식당이나 마트에서 부업을 하면서 돈도 벌고 무료함도 달래겠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리고 식당이나 떡집, 마트 등 자영업, 자기 사업을 하시는 분들은 오히려 명절이 더 바쁘다고 하더라고요. 부산에서 식당을 하는 어떤 탈북여성은 고향이 평안남도 안주인데 아버지의 고향이 남한이라 아버지를 찾고 싶어서 한국에 왔다고 합니다. 돈을 많이 벌어서 기회가 되면 현대의 고 정주영 회장이 소 천 마리를 이끌고 평양에 갔던 것처럼 자신은 봉고차 1000대를 북한에 보내겠다는 마음을 먹고 추석날에도 쉬지 않고 열심히 돈을 벌고 있답니다.
이예진: 각오가 대단하시네요. 명절에도 일해야만 하는 큰 뜻을 품은 분들이 계신 것 같은데요. 최근에는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가운데 가족 단위로 오시는 분들이 늘면서 명절에도 시끌벅적한 집들이 많습니다. 여느 남한 가정처럼 북적이는 추석을 보내는 탈북자들, 북한에서와는 어떤 것들이 달라졌는지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