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예로부터 '출가외인'이라 하여 시집간 딸은 가족이 아니라 남이라고 여기거나 한 번 시집가면 그 집안의 귀신이 되라는 유교적 사상이 짙은 한반도에서 오랜 세월, 이혼한 여성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이혼도 선택할 줄 아는 시대, 그 사실은 탈북한 여성들도 잘 알고 있죠. 그리고 성에 대해 북한 여성들의 조심스러운 변화도 감지되고 있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달라지고 있는 탈북여성들의 의식을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최근 한국에서는 '황혼이혼'이라고 해서 아이들을 잘 키워서 다 결혼시키고 난 다음에 이혼을 하는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죠. 그런데 탈북 가정의 자녀들도 한국에 정착하면서 그런 문화를 빨리 받아들여서인지 힘든 결혼 생활을 하느니 엄마가 이혼을 하는 게 낫겠다며 이혼을 권유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지난 시간에 엄마가 아빠 때문에 힘들어 하는 걸 아는 탈북 가정의 자녀도 그런 고민을 상담했던 거죠?
마순희: 그렇죠. 전화한 대학생의 경우에도 엄마에게 이혼을 권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기는 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상담을 하다보면 매일이다시피 가정불화가 있으면서도 자식들 때문에 차마 이혼도 못하고 참고만 산다는 엄마에게 자식들이 오히려 그렇게 살 바에는 차라리 이혼하고 서로 각자의 삶을 사는 것이 자기들의 마음이 더 편하다고 하는 사례들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북한에서 가부장적인 가정에 순종하면서 살아 온 엄마의 마음이 쉽게 변하지는 않더라고요. 저의 경우를 놓고 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문화적으로도 많이 적응해 나가다보니까 저도 모르는 사이에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간을 내서 그 대학생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아빠와 엄마의 진짜 속마음이 무엇인지 시간을 내서 대화를 해보면서 어떤 것이 두 분에게 좋은 선택이 될지를 생각해보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두 분의 문제는 두 분이 해결해 나가야지 자식들을 핑계로 억지로 화합을 하거나 갈라지는 일은 없도록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게 조언해 주었습니다.
이예진: 그렇다면 방금 사례와는 반대로 북한에서는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던 가정도 한국에 와서 '이렇게 살지 않아도 되는구나'라고 여기고 바로 이혼을 선택하는 탈북 부부들도 보셨나요?
마순희: 물론 어려웠고 위험했던 순간들을 함께 한 부부가 한국에 와서 이혼하는 것이 바랄만한 일은 아니지만요. 그래도 가끔 그런 부부들도 있기는 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부부도 그런 사례인데요. 두 부부가 북한에서부터 두 오누이를 데리고 함께 왔어요. 남편은 북한에서도 도박을 해서 안전부에 들락날락했다는데 한국에 와서도 그 버릇은 못 고쳤답니다. 일용직으로 노동자들을 모집하여 함께 일했는데 일당이 10만원 넘어서 돈도 적지 않게 벌고 있었답니다.
이예진: 하루에 120달러 정도 벌었다는 거네요.
마순희: 네. 처도 저랑 함께 도배학원을 다니고 지금도 열심히 도배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편이 계속 일을 한다고 하는데 돈은 가져오지 않고 무슨 사업을 한다고 임대주택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았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디서 딴 살림이라도 차린 것은 아닌지 뒷조사를 해 보았더니 도박에 중독이 되었더랍니다.
한동안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하였던 도박게임 '바다이야기' 아시죠? 거기에도 빠져서 적지 않은 돈을 날렸었고 그 이후에는 또다시 그와 비슷한 게임에 또 빠져들었답니다. 한국에 와서까지 그 버릇을 못 고치자 참다못해 이혼은 했지만 담보로 잡혔던 임대주택은 별 수 없이 반납이 되고 지금은 동생네 집에서 함께 살면서 일하러 다니고 있습니다.
그래도 북한에서는 그렇게 도박을 해도 집 살림이나 말아먹을 정도이고 애들도 어려서 이혼은 생각도 못했었는데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애들도 다 커서 아빠의 잘못을 알기에 이제라도 이혼하는 것이 엄마를 위한 길이라고 하더랍니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시댁식구들, 친정식구들 그리고 지인들까지 눈치가 보여서 이혼할 생각도 못했고, 이혼하기도 어려웠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바보처럼 참고만 산 세월이 아쉬울 뿐이라고 하면서 이제라도 남편걱정을 않고 살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예진: 이런 경우는 이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요. 요즘 젊은 탈북여성들은 과거와 달리 남편에게 순종적이지만은 않다면서요?
마순희: 참 그런 것 같아요. 얼마 전에 하나원 동기인 한 친구가 기가 막힌다고 전화가 왔거든요. 혼기가 찬 아들이 있는데 장가갈 생각을 안 하고 또 마음에 드는 며느리를 찾을 수 없다고 북한에 있는 친척의 소개로 북한에서 직접 처녀를 며느릿감으로 데려왔었답니다. 여러 가지로 사례를 하면서 어렵게 22세의 처녀를 데려왔는데 이 아가씨가 도저히 처녀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말하는 거나 행동하는 거나 아줌마들보다도 더 개방적이더랍니다.
아줌마들도 입에 담기 힘든 말들도 하고 해서 시어머니가 네가 정말 22살이 맞기는 하느냐, 처녀가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고 했더니 '지금 북한이 뭐 옛날 북한인가 함까'하더라는 겁니다. 그 친구가 사람을 내세워서 알아보았더니 이미 북한에서 남자랑 동거를 하고 임신도 했었던 경력이 있더라는 겁니다. 자본주의를 경험하지 않은 순수한 처녀를 며느리로 삼으려던 계획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죠. 그러면서 하는 소리가 정말 북한이 우리가 살 때는 없었던 성교육을 장려하는 건지, 성 개방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가끔 저희 콜센터에도 북한여성을 소개해 달라면서 전화가 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럴 때마다 우리는 통일부산하의 공공기관이라 북한이탈주민들의 정착을 도와주는 기관이지 사람을 소개하는 일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고 대답합니다. 그러면서 북한이탈주민을 만나본 적이 있는가 물어보면 만나본 적은 없지만 탈북여성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보고 전화를 했다는 겁니다.
남한 남성들도 어떤 프로그램에 나오는 북한 여성들처럼 모든 탈북여성들이 예쁘고 순진할 것이라는 생각은 그만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그들을 배우자로 선택하려면 그들의 삶에 깊은 이해를 가지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함께 노력해 나갈 때만이 건강한 가정을 꾸려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 외국여성들보다는 말이 통하는 한 민족이기에, 또 북한에서 왔으니까 한국의 여성들보다는 요구성도 높지 않고 순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북한여성을 배우자로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셨다면 생각을 바꾸셔야 할 것입니다. 어떤 생활을 했는지 여부를 떠나서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으로 가정을 꾸려 나갈 때만이 바람직한 행복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예진: 탈북여성이 순종적이기만을 바라는 남성들도 문제가 있죠. 어쨌든 탈북여성들이 과거와는 좀 달라졌다는 얘기잖아요.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마순희: 우선 한국에 나온 지 몇 해 되는 여성들이 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거라고 보거든요. 말로만 듣던 남녀평등을 실제로 생활에서 체험하게 되니 나쁠 수가 없죠. 그러니 자연적으로 적응이 되지 않겠어요? 북한 남성들도 한국에 정착하면서 많이 변화되고 있다고 봐요. 가정에서 뿐 아니라 회사에서도 여직원들이 무거운 생수통을 들거나 하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도와주는 것만 봐도 느끼게 되더라고요.
이예진: 남자들이 무거운 걸 들어주는 게 한국에선 좀 당연한 건데 북한에서 오신 분들은 이제 하신다는 거잖아요.
마순희: 그렇죠. 탈북여성들도 당당하게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그것은 전적으로 남한의 새로운 문화에 적응해 나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금방 나온 여성들의 변화는 저희로서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만 간혹 들어보면 북한도 많이 변했다고 하더라고요. 성교육이 발전적으로 강화되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잘못된 성 개방이 문제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북한에서 직행한 여성분들을 만나면 확실히 그전보다는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게 되거든요. 이예진: 북한여성의 달라지고 있는 인식변화는 일단 반가운데요.
그 변화가 발전된 양상인지, 잘못된 풍조인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남북하나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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