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오늘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청년들을 소개할게요.
김필주 : 안녕하세요. 저는 함경북도 새별에서 태어나서 17년을 살고,
대한민국에서 11년째 살고 있는 탈북청년 김필주입니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고향 분들에게 남한 소식을 전해드리기 위해 참여하게 됐습니다. 반갑습니다.
강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남한에서 태어나고 자란 강예은입니다.
대학원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고요.
남북통일에 관심이 많고 북한 청취자들과 소통하고 싶어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남북한에 평창동계올림픽 열기가 대단합니다.
예은 : 네, 방송에서도 올림픽에 대해 연일 보도하고 있고,
남북 단일 선수단이 구성돼서 더 관심을 갖게 돼요.
진행자 : 그러게요, 북한에서 선수단, 예술단이 오고 공연도 하고.
필주 씨 입장에서는 여러 생각이 들 텐데요?
필주 : 많은 생각이 드는데, 사실 북한의 생각을 분석하고 싶다고 할까요?
안 하던 행동을 하니까(웃음).
예은 : 그런 생각들도 많이 하는데,
남한에서는 북한 선수들이나 예술단을 볼 기회가 별로 없었잖아요.
그래서 궁금증과 호기심도 큰 것 같아요.
진행자 : 모처럼 남북이 교류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겨서
남한 청년들도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된 좋은 기회가 아닌가 싶어요.
우리가 이렇게 얘기하는 중에 혼자 말을 아끼고 있는 청년이 있죠.
새로운 친구인데, 소개를 부탁할게요.
데이비드 : 저는 데이비드 스미스라고 합니다.
영국 런던에서 왔고, 지금 남한에서 대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졸업 후에는 북한 전문가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그럼 북한에 관련된 공부를 하고 있겠네요?
데이비드 : 네.
필주 : 청취자들이 많이 놀랄 것 같아요. 일단 조선말을 너무 잘해요.
진행자 : 그럼 영국 사람임을 증명할 겸 모국어로 자기소개를 다시 해볼래요?
데이비드 : 자기소개(영어).
진행자 : 그런데 영국식 억양이 그렇게 세지 않은 것 같은데요(웃음)?
데이비드 : 아무래도 남한에 미국 사람, 호주 사람도 많아서
여러 문화권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까 영향을 받았겠죠.
필주 : 그런데 t, d 발음이 확실한데요.
예은 : 억양도 다르고요.
데이비드 : 분석당한 느낌이네요(웃음).
진행자 : 실례지만 나이는 어떻게 되나요?
데이비드 : 서른 살입니다.
진행자 : 한국 나이로 서른 살, 국제적인 나이로는 스물여덟 살인 거죠.
북한에서도 나이는 남한과 같은 셈을 하니까.
필주 : 그렇죠.
진행자 : 한국어를 정말 잘 하는데, 남한에서 얼마나 생활한 거예요?
데이비드 : 7년 됐습니다.
진행자 : 데이비드 씨가 북한에 대해 공부를 한다는 게 신기한데,
영국에서 어떻게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얘기해 주세요.
데이비드 : 어릴 때부터 독재나 권위적인 나라에 관심이 많아서
고등학교 때부터 소련 역사를 공부하게 됐고,
당시 북한이 대포동 발사 준비를 해서 뉴스에 많이 나왔어요.
소련은 붕괴됐고, 아직 북한이 남아 있으니까 북한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진행자 : 지금 2월입니다만 연초에는 다들 새해 희망을 얘기하고
특히 새 학기 되면, 북한은 4월이지만 남한은 3월이거든요.
새 학기 시작하면 학교에 장래 희망을 적어내거든요.
오늘 범상치 않은 청년들이 모였으니까 여러분의 꿈은 무엇인지 얘기를 나눠보죠.
일단 데이비드 씨는 북한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남한에 오게 된 계기를 들어볼까요?
데이비드 : 2009년에 처음으로 남한에 와서 단기 연수,
그러니까 짧은 기간 공부하면서 한국어를 배웠어요.
2010년에 다시 한국에 와서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북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진행자 : 한국이 좋아서 왔다기보다는 북한에 관심이 있어서 온 거죠(웃음)?
데이비드 : 맞습니다.
예은, 필주 : 정말 신기해요.
데이비드 : 남한도 좋아하죠(웃음).
진행자 : 하지만 처음에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북한 전문가가 되고 싶어서,
그래서 남한에 온 거죠.
북한 전문가는 도대체 뭔가요? 영국 전문가라는 말은 없잖아요(웃음).
필주 : 그러고 보면 북한이 인기가 높아요(웃음).
진행자 : 데이비드 씨의 꿈은 북한 전문가인데, 북한 전문가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데이비드 : 북한 사회나 경제, 정치 등을 연구하는 사람이죠.
예은 : 아무래도 북한 체제가 개방적이지 않아서 그런 부분에 연구가 필요한 것 같아요.
진행자 : 그렇죠, 분명히 국제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공부하는 거겠죠.
직접 공부해보니까 어때요?
데이비드 : 생각보다 복잡하고, 생각보다 흥미로워요.
예은 : 사실 남한에서도 북한에 대해 연구하거나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데
해외에서 북한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남한까지 온다는 게 신기해요.
진행자 : 남한에 북한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데이비드 씨가 남한에 와서 공부하는 거겠죠(웃음).
필주 : 탈북자인 저도 데이비드 씨 같은 분을 보면 신기해요.
북한에서 태어났지만 북한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걸 남한에 와서 알게 됐거든요.
내가 알고 있는 정보가 전부가 아니고,
평양이 북한의 또 다른 북한이라는 것도 남한에 와서 알게 됐어요.
진행자 : 그렇게 말하지만, 필주 씨도 범상치 않아요(웃음).
필주 씨가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원래 전공은 다른 거였죠?
필주 : 네, 처음 남한에 왔을 때 막연하게 꿨던 꿈이 대학생이었어요.
대학생이 되려면 뭘 전공할 것인지,
그걸 전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하는데
다 상관없고 저는 그냥 대학생이라는 이름을 얻고 싶었던 거예요.
그래서 처음에는 중국어를 전공했는데, 안 맞아서 자퇴하고 방황을 좀 했죠.
그러다 지금의 길을 찾게 됐어요.
청소년 심리상담사가 되고 싶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청소년 심리상담사라는 직업을 청취자 여러분이 아실까요?
필주 : 좀 풀어서 얘기하면 청소년들의 심리를 상담해서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입니다.
진행자 : 북한에는 이런 직업이...
필주 : 없죠. 그래서 낯설 텐데,
한국에는 다양한 직업이 있고 청소년을 위한 상담사도 있습니다.
진행자 : 영국에는 이런 직업 많죠?
데이비드 : 많습니다.
진행자 : 좀 더 보충하자면 먹고사는 게 해결되면 마음의 병을 들여다보게 돼요.
정신과라고 하면 아실까요?
필주 : 그런데 북한에서 정신과는 이상한, 부정적이에요.
진행자 : 남한에서는 신경정신과라고 해서 마음이 울적하거나
계속 스트레스, 심적인 부담감이 있으면 병원에 가서 상담을 하는데
병원까지 가기 힘들면 의사가 아니라 전문 상담사에게 마음의 병을 고치는 거죠.
얘기도 하고 의견도 듣고.
요즘은 어른뿐 아니라 아동, 청소년들도 상담을 많이 하는데
그 역할을 하고 싶다는 거네요.
필주 : 네, 청소년 대상으로.
진행자 : 상담을 잘하는 편이에요? 남의 얘기 들어주고, 뭔가 해답을 주고.
필주 : 잘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청소년들을 보면 행복해요.
아이들과 같이 뭔가 하는 걸 좋아하고.
북한에서도 제 별명이 꼬마대장이었어요.
동생들이 놀자고 집에 찾아오고.
진행자 : 유치원 선생님 해도 어울릴 것 같아요(웃음).
데이비드 씨의 꿈도 그렇지만 필주 씨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필주 : 맞아요. 그래서 좀 막막해요.
진행자 : 또 한 명 있죠.
지난주까지 남한에서는 러시아에 별 관심이 없다는 얘기를 했는데,
러시아어를 전공하는 친구가 있어요(웃음).
예은 : 저는 대학교, 다음 과정인 대학원에서도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북한과 관련이 많기 때문에
러시아를 통해 북한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러시아어를 선택했는데,
공부하다 보니까 아주 재밌어요.
그런데 청취자 여러분은 과거 러시아어를 배워서 아실 테지만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어요.
진행자 : 그럼 예은 씨의 꿈은?
예은 : 예전에는 통일부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공무원이 되려면 국가고시라고 시험을 봐야 해요.
그런데 그걸 공부할 인내력은 없어서
지금은 러시아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통역사가 되고 싶어요.
진행자 : 통역을 하다 보면 통일부 관련된 일도 할 수 있겠죠.
아마 청취자 여러분이 ‘참 꿈이 다양하다, 이런 직업도 있나’ 생각하실 텐데,
제가 최근에 통일 관련된 전시를 하는 서울시립미술관에 가봤습니다.
탈북한 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도 있었는데
그 중에 ‘남한에 왔더니 꿈이라는 단어를 참 많이 사용하더라’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북한에서는 꿈이라는 단어를 알기는 하지만 표현을 거의 하지 않는데,
남한에서는 ‘너 꿈이 뭐니?’라고 자꾸 물어본다고.
필주 : 맞아요, 제가 북한에서 17년을 살았는데
중국에서 처음으로 ‘꿈이 뭐냐’는 얘기를 들어봤어요.
그 말을 들었을 때 무척 당황했어요.
어렸을 때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우리 손주 나중에 뭐 될래?’라고 물어보시면
‘박사가 되겠습니다’라고 했는데
꿈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나마 그걸 물어봤던 시기가 김일성 시대, 먹고살 만할 때.
그런데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그마저도 상실한 거죠.
남한에 왔더니 꿈을 묻기에 많이 당황했어요.
꿈? 잘 때 꾸는 꿈(웃음)?
그래서 막연하게 대학생이 되고 싶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래서 ‘네?’ 되물었던 기억이 있어요.
예은 : 초등학교 때부터 장래희망 써서 내잖아요.
필주 : 답이 정해져 있어요.
‘위대한 수령 김일성 원수님을 위해서 군인이 되겠습니다’ 이런 거.
진행자 : 물어보긴 해요?
필주 : 네, ‘우리 학생은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고.
‘장군님을 위하여 한 목숨 바친다’ 등 답이 정해져 있어요.
그래서 이번 신년사 때 김정은 위원장이 아이들의 꿈이나 희망을 언급해서 놀랐어요.
북한에서는 꿈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니까.
진행자 : 영국은 어때요?
데이비드 : 저는 통계 자료를 준비했습니다.
필주 : 전문적이다!
진행자 : 북한 전문가가 될 사람이잖아요(웃음).
데이비드 : 무턱대고 영국 얘기를 하면 안 되니까.
2015년 국립아동학대방지협회 조사 결과인데요.
영국 어린이들은 이런 직업을 선호한대요.
의사, 간호사, 축구선수, 작가나 기자, 경찰관, 철도 기관사,
배우, 동물원 관리인, 가수, 우주비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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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어린이들이 나중에 커서 되고 싶은 사람,
어릴 때 많이들 꿈꾸는 직업이 아닐까 싶은데요.
북한에서도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직업인가요?
남한의 어린이들은 어떤 직업을 꿈꾸는지, 북한 어린이들은 어떨지,
또 왜 그런 직업을 좋아하는지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가보겠습니다.
<청춘 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지금까지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