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3) 기회는 있지만 경쟁도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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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오늘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김필주 : 안녕하세요. 저는 함경북도 새별에서 태어나서 17년을 살고,

대한민국에서 11년째 살고 있는 탈북청년 김필주입니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고향 분들에게 남한 소식을 전해드리기 위해 참여하게 됐습니다. 반갑습니다.

강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남한에서 태어나고 자란 강예은입니다.

대학원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고요.

남북통일에 관심이 많고 북한 청취자들과 소통하고 싶어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데이비드 : 안녕하세요, 영국에서 온 데이비드 스미스라고 합니다.

남한에 산 지 7년 됐고요.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북한학자 되고 싶습니다.

<청춘만세> ‘꿈’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어릴 때부터 미래 자신의 모습을 꿈꾸게 하고,

그 꿈에 맞게 이것저것 많이 배우게 하는 등

꿈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편인데요.

하지만 남한에서도 꿈을 이루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왜일까요, 청년들의 얘기 계속해서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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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우리 방송 들으면서 ‘남한에서는 꿈을 꾸면 다 이룰 수 있구나’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건 아니에요.

필주 :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해요. 열정과 노력, 경제적인 지원도.

진행자 : 지금의 북한은 과거와 달리 돈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했는데

사실 꿈을 이루는 데 있어서도 돈은 중요한 것 같아요.

이건 영국이든 남한이든 마찬가지죠.

예전에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었는데,

요즘은 ‘개천에서 용 절대 안 난다’고 하거든요(웃음).

예를 들어 데이비드 씨가 남한에 와서 공부하려면

영국 내에서 공부할 때보다 돈이 훨씬 많이 들죠.

데이비드 : 네, 돈 많이 필요하죠.

진행자 : 남한에서는 여러 가지 꿈을 꿀 수 있지만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 있기 때문에 경쟁이 어마어마합니다.

더 잘해야 하니까 더 좋은 데서, 더 열심히, 더 많이 배워야 하고

그러다 보니 시간이든 돈이든 안 들 수가 없습니다.

20대인 예은 씨는 남한에서 그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살아온 세대거든요. 어때요?

예은 : 뭐랄까, 경쟁에서 밀리면 낙오자가 되니까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장점이면서 단점인 것 같아요.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은 정말 뛰어난 사람이거든요.

결국 돈도 벌고 명예도 얻고 그 사람은 좋지만,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압박이 되죠.

좀 전에 돈 얘기를 하셨는데, 경쟁에서 이기려면 투자를 해야 해요.

내가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되고 싶다, 피아노 연주자가 되고 싶다면

훈련을 받아야 하잖아요.

동네 학원에서 배우는 것과 대학 교수에게 과외를 받는 건 차원이 다르거든요.

이런 부분에서 돈이 없으면 뒤처지게 돼요.

그래서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사라진 거예요.

필주 : 하지만 북한에서는 ‘뭐든 이겨낼 테니 나한테 기회를 줘’라고 말해도

‘너는 출신 성분이 안 좋아서 안 돼’ 이러니까.

남한에서는 기회가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죠.

진행자 : 그렇죠. 남한에서도 운동이나 악기, 무용 등 예체능 분야는

돈이 많지 않으면 하기 힘들다고들 해요.

부모님이 전폭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이상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기는 힘들거든요.

그런데 한편에서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해내는 사람들이 있어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몇 골이나 넣었던 안정환 선수도 아주 가난했다고 해요.

또 남한 출신의 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자 중에도 지방에서 가난하게 살았는데

어렸을 때 선생님이 그 친구의 재능을 보고 장학재단을 연결해 준 사람이 있어요.

그 덕에 유명한 교수의 지도도 무료로 받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주자가 됐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성공했다는 이유로 더 부각이 돼서 강연도 많이 하고요.

예은 : 네, 예체능 계열을 제외하면 다른 분야의 일은 스스로 많이 노력하면

목표 지점까지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비슷하게 이룰 수는 있어요.

진행자 : 정 안 되면 취미로 하는 거죠(웃음).

취미로 할 수 있는 것도 많거든요. 운동이든 악기든.

필주 : 모든 게 열려 있죠.

돈이 부족하고 시간이 부족해서 못 하지 누가 가로막아서 못 하는 일은 없어요.

진행자 : 런던 같은 경우는 서울보다 더 많이, 꿈을 가진 세계인들이 찾아가는 곳이잖아요.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들이 많이 유학 가는 곳이 런던인데.

데이비드 : 말씀하는 것도 맞지만

영국은 남한과 달리 교육열이나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요.

중고등학교 때 제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은 거의 다 꿈이 없었어요.

다들 사는 게 괜찮았고, 그냥 친구들과 잘 놀면서 일은 해야 하니까 하겠다는 정도.

물론 꿈이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특별한 꿈 없이 그냥 안주하며 살아요.

진행자 : 왜 그런 것 같아요?

데이비드 : 솔직히 말하면 살기 편해서요.

진행자 : 살기 편하다는 게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줄래요?

데이비드 : 북한 선전물에도 그런 말 있잖아요. 김일성도 그런 말 많이 했고.

무상교육, 무상의료, 영국은 공급제 아니지만.

장애인이라면 돈 받을 수 있고, 남한의 기초생활수급자처럼 어려운 사람들은

북한 인민위원회에 해당하는 영국 구위원회가 인정하면

정도에 따라 집을 비롯해 지원도 받을 수 있고.

그래서 올라가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진행자 : 안 올라가도 그냥저냥 평범하게는 살 수 있으니까.

데이비드 : 일반 사람들은 괜찮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문제죠.

진행자 : 그렇죠. 어떻게 보면 북한에서 제도화된 것들이 북한에서는 이뤄지지 않지만

영국에서는 이뤄지고 있는 거예요.

필주 : 말씀하신 대로 북한은 말은 해놓고 지키지 않아서 문제인데

영국은 실현이 되니까...

사실 제가 남한에 오자마자 영국에 갔어요.

남한에서 대학생활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영어를 해야 진도를 따라갈 수 있어서

무턱대고 대학생이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영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영국에 갔어요.

또 남한보다 복지가 잘 돼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가보기로 했죠.

직접 갔더니 복지가 잘 돼 있는 건 맞아요.

그런데 영국의 여유롭고 천천히 흘러가는 삶이 저는 답답해서 미치겠는 거예요.

진행자 : 저는 정말 좋았는데(웃음).

필주 : 지금은 그립지만 그때는 빨리빨리 뭔가 하고 싶었으니까.

데이비드 : 솔직히 저도 한국에서 살다 영국에 돌아가면 답답할 때가 많아요(웃음).

진행자 : 그럼 데이비드와 나이가 비슷한데, 예은 씨 친구들은 어때요?

예은 : 일단 지금 앞에 닥친 일을 해야 하니까 작지만 여러 꿈들이 생겨요.

예를 들어 고등학교 때는 대학 입학하는 게 꿈이었다면.

진행자 : 그냥 대학이 아니죠, 좋은 대학!

예은 : 맞아요, 좋은 대학에 가서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게 꿈이라면

대학교 졸업할 때 즈음에는 사람들이 무척 치열하게 공부했어요.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진행자 : 그냥 직장 아니고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예은 : 네, 돈을 많이 벌고 싶으니까.

학자가 되겠다는 등 자기만의 꿈을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을 얻는 게 목표예요.

필주 : 경쟁사회에서 꿈은 내가 생존하기 위한 거죠.

진행자 : 남한에서도 기초적인 의식주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결이 될 수 있지만

사람들이 그것만으로는 못 사는 거죠.

그것보다는 더 많이 벌어야 하고, 더 좋은 집에서 살고 싶고.

그러니까 더 열심히 일하고,

돈을 많이 벌려면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하니까 또 열심히 하고.

그래서 요즘 남한에서는 ‘너무 꿈을 강요하는 사회’라는 말도 나와요.

예은. 필주, 데이비드 : 맞아요.

데이비드 : 지나친 기대와 지나친 꿈이죠.

필주 : 우리 사회가 너무 각박하고 경쟁에 치우쳐서

정서적으로 힘들어 하니까 청소년 심리상담사가 되고 싶은 건데,

그럴 때면 ‘남한에서는 최소한 굶어 죽지는 않지 않느냐’고 말해요.

물론 자기 기준이 있어서 그걸 못 채우니까 불안하겠지만,

북한에서 굶어 죽지 않기 위해 남한에 왔는데

남한에서는 굶어 죽으면 이상한 거잖아요.

그러니까 자기 삶을 즐길 수 있는 쪽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오늘 얘기를 나누다 보니 혼자는 괜찮은데,

가족이 생기면 달라지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자녀가 생기면...

진행자 : 그렇죠, 이 아이를 교육하려면 돈이 많이 드니까.

예은 : 어떤 일이든 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사람마다 욕심이 있으니까.

고등학교 동창이 똑같은 대학에 가서 졸업했는데,

그 친구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돈 많이 벌고,

자기가 사고 싶은 거 사고, 취미생활 다 누리고, 여행도 가고.

이런 것들을 보면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까 경쟁이 더 치열해지죠.

진행자 : 균등한 기회 안에서 누군가 좀 더 앞서가는 것 같으면

상대적으로 비교가 되니까 내가 뒤처지는 느낌이 들죠.

어떻게 보면 기회가 모두에게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치열한 거예요.

그리고 남한은 6.25전쟁 이후 다 파괴된 상태에서 지금을 이룬 거잖아요.

한국 같은 경우 기본적인 자원이 많지 않아요.

석유가 나거나 관광산업이 매우 발달한 것도 아니고.

경제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람이 열심히 하는 길밖에 없었잖아요.

그래서 열심히 해야 이룰 수 있다는 걸 좀 강요하게 된 게 아닌가 싶어요.

필주 : 그렇죠. 그들의 꿈이 결국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힘이니까.

진행자 : 영국에서는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지 않아도 기본적인 운영은 되고.

데이비드 : 그렇죠. 나라에서도 강요할 수 없었고.

예은 : 꿈을 학교에서도 많이 강요하는데

특히 세계적인 리더, 세계를 이끌어가는 지도자, 세계적인 인재가 되라고 말해요.

필주 : 참 좋은 말인데, 너무 거창하고 부담을 주는 말이죠.

무조건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고, 나는 조용히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데이비드 : 궁금한 게 있는데 꿈을 달성하지 못해도 행복한 사람이 있고,

꿈을 이뤄도 슬픈 사람도 꽤 많잖아요.

필주 : 대표적으로 권력과 부를 다 가진 사람들이 자살하는 거 아닐까요.

저는 꿈을 이루지 못해도 꿈을 향해 가는 하루하루가 행복해요.

진행자 : 필주 씨는 굉장히 긍정적인 것 같아요.

자, 북한에서는 다르게 쓰이는 ‘꿈’이라는 단어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는데

꿈의 좋은 점뿐만 아니라 폐단에 대해서도 얘기했거든요.

이 시점에서 여러분은 어떤 꿈을 꾸는지, 또는 ‘나에게 꿈은 이런 것이다’

마지막으로 얘기해 볼까요?

필주 : 제가 살아가는 이유를 말해주는 나침반 같은 존재?

내 꿈을 생각하면 정신을 차리게 돼요. 그래서 꿈은 정말 소중해요.

예은 : 저한테도 꿈은 결승전에 해당하는데,

꿈이 최종 목적지이기도 하지만 꿈은 계속해서 꿀 수 있고 바뀔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일단 단기적으로는 졸업이 꿈입니다(웃음).

장기적으로는 제 재능을 활용해서 통일에 이바지하고 싶어요.

데이비드 : 저도 올해 8월까지는 졸업하고 싶어요(웃음).

장기적으로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예쁜 가정을 꾸리고,

직업적으로는 북한의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진행자 : 저는 ‘즐겁게 살자’가 꿈입니다.

데이비드 : 영국사람 같네요(웃음).

진행자 : 오늘 방송 함께 하신 청취자 여러분도 꿈에 대해 생각해 보는,

2018년, 또 앞으로 어떤 꿈을 꿀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네요.

다 함께 인사드리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다 함께 :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