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 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30대 초반이고,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한국 청년 강예은입니다.
북한에 관심이 많아서 이 방송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정하늘 : 안녕하세요. 정하늘입니다.
제 고향은 북한 함흥이고,
2012년 대한민국에 와서 현재 대학생입니다.
로베르토 : 안녕하세요. 로베르토입니다.
이탈리아에서 왔는데, 한국에서 거의 5년 정도 살고 있어요.
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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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청춘 만세> ‘위드 코로나’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백신 접종을 마쳤는데도 확진되는 돌파 감염이 늘면서
이제 코로나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세상이지 않겠나 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초기부터 국경을 봉쇄하지 않았나.
이 김에 한류를 뿌리뽑겠다는 여러 정책이 시행되고 있더라.
하늘 : 북한 당국은 코로나 전부터 한류를 차단하기 위해 형법을 개정했을 정도다.
실제로 2021년 8월 말 함경북도 무산군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유포한 8명에 대해 공개 재판이 진행됐다.
그런 모습을 보면 북한 주민들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진행자 : 지난해 12월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보면
남측 영상물 유포자는 사형, 본 사람은 최대 징역 15년이라고.
대한민국에서는 사실상 사형이 사라진 지 오래됐다.
사형이 구형됐다 하더라도 집행되지는 않는다.
예은 : 사형은 보통 엄청난 흉악범에 대해 구형하거나 집행하는데
한국 드라마를 유포하고 시청했다고…
말도 안 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하늘 : 그렇게 따지면 대한민국 사람들은 다 공개 처형돼야 한다.
한국 드라마, 미국 드라마 오죽 많이 보나.
진행자 : 로베르토 씨 전공이 법이지 않나?
로베르토 : 세계적으로 사형은 많이 사라졌고,
OECD 회원국 가운데는 미국 정도만 집행한다.
진행자 : 북한의 MZ세대, 그러니까 1980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이
한류를 굉장히 좋아하고, 영향을 받고, 일상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최근에 탈북한 친구들이나 북한에 있는 사람들과 연락할 때 실감할 수 있는지?
하늘 : 한류를 많이 접한 친구들과 그렇지 않은 경우 다르긴 한다.
북한에서부터 한류를 접한 친구들은 말투 등을 따라 한다.
완벽하게 구사하지는 못해도 남한에 오면 더 빨리 습득한다.
북한에서는 장마당 세대라고 하는데,
그들이 한국에 오면 기성세대보다 말이나 옷차림 등을 훨씬 빨리 배운다.
최근에도 북한에 있는 사람과 통화했는데, 오빠라고.
북한에서도 오빠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자기야 등 오글거리는 표현은 안 쓰는데
요즘은 사용한다고 하더라.
원래는 연인끼리도 동지, 동무라는 표현을 썼는데.
진행자 : 우리가 작년 이맘때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나.
남한의 한 여성이 패러글라이딩이라고 하늘을 나는 기구를 타다 기상 악화로 북한에 불시착해
그곳 남성을 만나 사랑을 키워가는 내용이었다.
남북한 문화가 모두 나오면서 남한에서는 무척 인기였고
그 드라마를 북한에서도 본다면 어떨까 궁금해했는데,
북한에서도 엄청나게 인기였다고 하더라.
하늘 : 그렇다. 무산에서 공개재판 받은 사람들도
그 드라마와 영화 ‘공조’ 등을 보다 걸렸다고 하더라.
‘사랑의 불시착’에서 북한 군인으로 나온 현빈 씨가 매우 멋있게 나오지 않나.
그래서 현빈 나오는 드라마를 다 찾아봤다고.
예은 : 그렇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면 당장은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법이 강화됐다는 것은 이미 한류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 아니겠나.
이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로베르토 : 못하게 하면 더 하고 싶다.
중국에서도 한류나 미국 문화 막으려고 하는데
북한과 큰 차이라면 중국에서는 많은 사람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우리 방송이 북한 청취자를 대상으로 하고
그래서 북한에서는 라디오로 남한 상황을 접하지만,
중국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한국이나 미국 영화나 드라마, 음악 등을 더 많이 접한다.
진행자 : 문득 90년대 후반부터 한국 방송에 외국인이 많이 출연하면서
그들의 독특한 말투를 따라했던 생각이 난다.
북한에서는 외국인이 한국어로 말하는 상황은 거의 못 접했을 테니
우리 방송 들으면서 로베르토 씨 말투를 따라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웃음).
북한 당국이 다른 나라 문화를 이렇게 차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늘 : 그거야 너무 당연하지 않나.
자꾸 다른 걸 접하면 뭔가 잘못됐다는 걸 북한 주민들이 깨달을 수밖에 없고,
불만을 토로할 테고, 그런 것들이 모이면 투쟁이나 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그런데 한국에서 드라마를 너무 잘 만들어서
한 편을 보면 다음 편을 안 볼 수가 없다.
북한 주민들이 이 드라마를 다 보게 되면 뭔가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진행자 : 하늘 씨도 장마당 세대이지 않나. 북한에서 이미 한류를 접했고.
그렇게 다른가?
하늘 : 처음에는 보고도 안 믿는다.
그러다 한 10번쯤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저런 세상이 존재하는구나!
무의식에 각인되는 것 같다. 친숙해지고.
그래서 북한 당국이 막으려고 하는 것이다.
예은 : 다른 나라의 영상 등을 보면 그 나라가 궁금하기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이나 생활상을 보게 되지 않나.
그러면 내 시야도 넓어지면서 생각도 달라진다.
결국 북한 당국이 그런 면을 차단하려고 하는 게 아닐까.
그런데 일단 물꼬가 터지면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진행자 : 로베르토 씨 같은 경우 우리 중에 가장 많은 나라,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지 않았나.
지금도 종종 얘기 나누다 보면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가서 살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걸 못하게 한다면 어떨 것 같나?
로베르토 : 그런 생각 자체를 할 수 없다.
왜냐면 유럽 사람들은 중학교 때부터 다른 나라를 경험한다.
나는 늦은 편인데, 친구들은 중학교 때 1년간 다른 나라에서 살기도 했다.
태어날 때부터 다른 나라에 갈 수 없다면,
그래서 아마 북한 사람들은 그런 마음이 덜할 수도 있는데
나는 어릴 때부터 미국 등 다른 나라 영화나 드라마를 봤고,
학교에서도 외국어를 배우면서 그 나라 문화까지 배웠다.
중학교 때 독일어를 배우면서 독일 문화, 음악을 접했고, 그래서 더욱 독일에 가고 싶었다.
그걸 못하게 한다면… 아휴.
예은 : 내가 북한 장마당 세대이고 남한 드라마를 못 보게 한다면
처음에는 두려워하겠지만, 이미 보지 않았나.
그러니까 그냥 재밌어서 보는 건데 도대체 왜 못 보게 하는 걸까…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할 것 같다.
왜 막는 걸까, 오히려 반발심이 생기고 이해되지 않을 듯.
진행자 : 전 세계가 함께 즐기는 한국 문화를 북한 당국이 그렇게 막으려는 이유는
그만큼 남북한의 격차가 어떤 식으로든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막을수록 그 격차는 더 커질 테고.
예은 : 코로나로 인해 물리적으로는 다른 나라에 가거나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제한이 있지만
온라인을 통해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오히려 활발해졌다.
온라인상에서는 국경이 사라지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북한은 물리적으로도, 온라인상으로도 차단하고 있으니
더 고립된 것 같아 안타깝다.
진행자 : 코로나바이러스부터 쭉 얘기를 해봤는데
초기에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그 확산을 막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나.
지금도 하고 있고.
하지만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막지 못했고,
이제는 어떤 식으로든 바이러스와 공존하게 될 것이라며 ‘위드 코로나’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어떤 흐름을 막을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생각해 본다.
함께 인사드리면서 마무리하자.
다 함께 : 끝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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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윤하정, 에디터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