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불시착’에서처럼 하늘을 날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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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라디오를 들으며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라디오로 떠나는 여행>,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허예지 씨와 이 시간 함께 하고 있는데요. 예지 씨는 황해남도 해주를 벗어나 2010년 남한에 정착한 뒤 현재 국어국문학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지난 시간,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양평으로 떠났는데요. 양평에서 아주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해요. 직접 들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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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경기도 양평을 여행하고 있습니다.

양평은 서울에서 가까워서 당일 여행을 많이 하는데,

예지 씨는 1박 2일로 갔네요?

허예지 : 네, 바로 패러글라이딩을 하기 위해서인데요.

패러글라이딩을 하기 위해 날씨와 계절을 맞춰서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패러글라이딩은 낙하산과 비슷한데요.

낙하산은 혼자서 비행기에서 뛰어내리지만,

패러글라이딩은 높은 산꼭대기에서 뛰어내려

서서히 공중에 떠 있으면서 비행을 할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

남자친구와 저는 패러글라이딩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와 함께 동행했습니다.

이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15만 원, 그러니까 150달러 정도가 필요하고,

하늘을 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진행자 : 쉽게 생각하면 짧은 순간이나마 하늘을 나는 새가 되어 보는 거죠.

허예지 : 그렇죠. 패러글라이딩을 얘기할 때면

‘사랑의 불시착’이라는 드라마도 빼놓을 수 없죠.

손예진과 현빈이 주연으로 출연한 이 드라마는 남한에서도 인기가 대단했지만,

북한에서도 인기가 만만치 않았다고 합니다.

극 중에서 북한 인민군 장교이고 아버지는 북한 총정치국장 자리에 있는

엘리트 집안 배경을 가지고 있는 현빈과

남한에서 화장품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손예진과의 러브스토리를 담은 드라마인데요.

손예진 씨가 드라마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하늘을 날다가

기상악화로 인해 북한으로 날아가고, 그래서 현빈을 만나게 되죠.

아무튼 이 드라마가 사랑을 받으면서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려는 사람도 늘었다고 합니다.

저도 ‘사랑의 불시착’을 보고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2020년 가을에 실천에 옮겼습니다.

진행자 : ‘사랑의 불시착’ 남녀 주인공이 스위스에서 다시 만나는데,

저는 예전에 스위스 갔을 때 패러글라이딩을 계획했다

날씨와 시간을 못 맞춰서 못했거든요.

요즘은 한국에서도 많이 하는데, 용기가 안 나요(웃음).

허예지 : 날아오르기까지 무섭기는 하더라고요.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기 위해서는 일단 산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빠르게 가기 위해서 차량으로 이동합니다.

올라가는 길이 산길을 달리는 거라 많이 흔들리는데

저는 놀이기구 탄 것 같아서 재밌었어요.

그렇게 15분 정도 올라가서 보는 절경도 아름다웠지만,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발아래 펼쳐진 황홀경에 비할 수는 없더라고요.

약간의 긴장감과 두려움, 예를 들어서 손예진처럼 북한으로 날아가면 어떡하나...

뭐 이런 기분과 상쾌함, 짜릿함 등을 느낄 수 있는데요.

그야말로 아주 끝내줬어요.

제 몸이 마치 풍선이 된 기분이 들었고요.

뛰기 전에는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도 두려움도 컸지만,

허공을 가로지르는 나의 모습을 보니까 성취감도 느끼게 되고 제 자신이 뿌듯했습니다.

북한에 있었더라면, 내가 한국으로 오지 않았더라면, 이런 경험을 못 했을 텐데...

한국으로 오기 너무너무 잘했다는 생각을 짧은 시간이지만 확실하게 느꼈습니다.

진행자 : 저 지금이라도 다시 용기를 내봐야 하나요(웃음)?

비행 자체는 얼마나 하는 거예요?

허예지 : 패러글라이딩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던 거 같아요.

한 10분 정도 비행한 듯합니다.

산 아래로 뛰어내리기 전 하늘을 날기 위해 열심히 질주를 하는데,

그때 가장 짜릿했어요.

진행자 : 뭔가 황홀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그 전에 열심히 땀 흘려야 하는군요(웃음).

허예지 : 그러고 나면 또 배가 슬슬 고프죠(웃음).

다행히도 남자친구가 자동차가 있어서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었고,

그래서 제가 가고 싶었던 한정식을 먹으러 갔습니다.

북한강 풍경이 보이는 한정식집이었는데요.

저는 처음에 한국 와서 한정식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친구나 지인들과 식사 약속이 있을 때

한정식, 일식, 양식, 중식 등 ‘뭐 먹을래?’라고 물으면 한참 고민하다가

그나마 낯설지 않은 중식을 선택했어요.

지금이야 인터넷 검색을 스스로 하고 찾아보는 게 어렵지 않으니,

일식에는 어떤 음식이 있고, 양식에는 주로 스파게티나 스테이크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예전에는 대충 때려 맞추는 형식으로 이해했죠.

한정식을 먹어본 뒤로 그 매력에 빠졌습니다.

우리나라 고유의 나물 반찬이나 찌개 등 다양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고,

무엇보다 간장게장 나오는 집이 너무 좋더라고요.

북한에서야 잘 사는 집이나 또는 명절이 되어야

여러 가지 나물에 물고기,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한상 가득 차린 상을 내가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맛볼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지금은 제가 누릴 수 있는 자유와 수많은 선택권과 권리들이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처음에 한국 와서는 이 모든 것들이 마냥 신기하고

마치 내가 이 동네에 왕이 된 기분도 들고, 낯설기도 했죠.

진행자 : 예지 씨 얘기를 듣다 보니 행복할 일이 참 많네요.

너무 당연하게 생각되면 감사한 줄 모르고, 그래서 행복감을 느끼기 쉽지 않잖아요.

예지 씨도 지금은 자연스럽고 당연하지만,

그래도 그 느낌을 잊지 않고, 소소한 행복감을 계속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허예지 : 저는 다행이 행복감을 자주 느낍니다(웃음).

북한강 주변에서 남자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산책을 하다가

유명한 빵집으로 옮겼습니다.

밥을 그렇게 먹었는데도 저는 빵이 당기더라고요.

여행 가면 저는 정말 많이 먹거든요.

물론 평상시에도 먹고 싶은 거 참는 편은 아닙니다.

북한에 있을 때 다양한 음식을 먹어볼 수 있는 기회도 없었기 때문에

한국에서만큼은 정말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빵을 5개나 주문했습니다.

물론 많이는 못 먹었지만, 괜히 그런 거 있잖아요.

먹을 게 많으면 마음이 설레고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는 거.

저는 북한에 있을 때도 빵을 엄청 좋아했어요.

한국에서는 모닝빵이라고 부르지만,

북한에서는 우유 빵이라고 부르는데 그 빵을 엄청 좋아했습니다.

그때는 그거 사주면 아껴 먹으려고 조금씩 떼어서 먹던 생각이 납니다.

진행자 : 북한에서 생활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또 그 기억이 있어서 예지 씨가 지금 더 행복한 게 아닌가 싶네요.

허예지 : 맞습니다.

금강산 물이 남한까지 흘러 들어온 양평의 북한강을 보면서

북한에 불시착할 수는 없겠지만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나왔던 패러글라이딩도 해보고...

이렇게 목소리로나마 북한 분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벌써 날씨가 서늘하니 가을이 올 거 같은 기분인데요.

여러분도 농사일에 하루하루 끼니 걱정에 온 마음과 몸이 고단하겠지만,

곧 단풍이 물들 나무며, 노란 나비 마냥 넘실넘실 춤추는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아주 잠시라도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진행자 : 꼭 그러셨으면 좋겠네요.

다음주에는 어디로 떠나볼까요?

허예지 : 유희장으로 떠나볼까 합니다.

진행자 : 한국인에서는 놀이동산이라고 많이들 부르죠.

놀이동산 여행도 기대해 주시고요.

<라디오로 떠나는 여행> 오늘은 함께 인사드리면서 마무리하죠.

진행자, 허예지 : 청취자 여러분, 다음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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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윤하정, 에디터이현주,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