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유희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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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라디오를 들으며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라디오로 떠나는 여행>,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허예지 씨와 이 시간 함께 하고 있는데요.

예지 씨는 황해남도 해주를 벗어나 2010년 남한에 정착한 뒤

현재 국어국문학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한국에서는 지난 토요일부터 닷새간의 추석 연휴가 시작됐는데요.

오늘 소개할 곳은 명절이나 연휴 때면 특히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어디인지, 예지 씨 직접 만나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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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안녕하세요. 오늘 소개할 곳은 어딘가요?

허예지 : 오늘 여러분과 떠나볼 여행지는 유희장입니다.

유희장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벌써 온몸이 근질근질하지 않나요?

아직도 저의 마음 한구석엔 어린 꼬맹이가 살고 있나 봅니다.

진행자 : 한국에서는 보통 ‘~랜드’, 놀이동산이라고 하죠.

놀이동산마다 대기업 등 운영하는 업체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 이름도 있고요.

허예지 : 네, 제가 간 곳은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하고 있는 유희장입니다.

이곳은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데요.

전국에서 이 유희장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경기도 용인은 서울에서 멀지 않아서 자가용으로 1시간 정도 걸립니다.

워낙 서울에는 차가 많다 보니 길이 얼마나 막히느냐에 따라 걸리는 시간이 좌우되죠.

용인에 있는 이 놀이동산의 면적은 148만 8천㎡입니다. 굉장히 크죠.

북한에서 아리랑 집단체조 공연을 할 때 능라도 5.1경기장에서 하는데,

그런 경기장이 7개 정도 들어가는 크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큰 면적인 만큼 놀이동산 안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습니다.

심장을 붙들고 타는 스릴 만점의 놀이기구들부터

로스트밸리에서는 코끼리, 기린 등 20종이 넘는 동물 150여 마리를 볼 수 있습니다.

로스트밸리에 초식동물이 있다면 사파리에는 육식동물들이 있는데요.

사자와 곰, 호랑이 등을 특별 제작된 자동차로 이동하며 볼 수 있죠.

진행자 : 그야말로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놀 수 있죠.

서울에서 용인까지 자동차가 너무 많아서 길이 얼마나 막히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는데요.

놀이공원에서는 각 기구를 이용하려고 줄 선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게 문제죠.

허예지 : 그렇죠. 놀이동산에서는 다양한 축제도 열리는데요.

봄이면 벚꽃, 여름에는 장미로 계절에 맞추어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됩니다.

벚꽃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북한에는 벚꽃이 없습니다.

일본의 잔재라는 이유 때문에 벚꽃을 모두 베어 버리고 살구나무를 심었어요.

남한도 당연히 북한이랑 똑같은 줄 알았죠.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그 나무에 살구가 안 달려서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남한은 벚꽃이더라고요.

진행자 : 대한민국에는 벚나무가 참 많죠.

봄이면 벚꽃축제도 많이 열리잖아요.

물론 일제강점기에 식재된 벚나무에 대해서는 남한에서도 의견이 다양하고

조선의 궁이었던 창경궁에 심어진 벚나무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지기도 했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벚나무가 모두 일본종은 아니라는 겁니다.

1908년 한라산 기슭에서 450살이나 되는 벚나무 자생지가 발견됐고요.

고려시대 불교 경전을 새겨 만든 팔만대장경의 65%에 산벚나무가 사용됐다고 해요.

허예지 : 그럼 벚꽃이 모두 일본 꽃은 아니군요.

제가 놀이동산에 갔을 때는 이 벚꽃이 지고 튤립이 한창이던 2019년 5월이었습니다.

기숙사 친구 7명과 갔는데요.

남한의 놀이동산에는 즐길 거리가 많다 보니, 이용하는 정도에 따라 금액이 다르더라고요.

저희는 자유이용권을 구매했는데요.

오후 5시까지 아무거나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티켓입니다.

할인을 받아, 그러니까 공식적으로 가격을 깎을 수 있는 부분이 있어

2만5천 원에 샀습니다. 달러로는 20달러가 조금 넘는 듯합니다.

오전 11시쯤 도착했는데, 놀이동산에 들어가기도 전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깜짝 놀랐습니다.

노는 시간보다 들어가기 위해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거의 40분 정도 기다려서야 입장했습니다.

진행자 : 제가 말했잖아요. 놀이동산에서는 넘쳐나는 사람이 관건이라고.

일단 문 열기 전에 도착해서 줄을 서야 합니다.

그리고 특히 인기가 많아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는 기구들이나 장소가 있거든요.

그것부터 공략한 다음, 점심을 간단히 먹고

자유이용권이니까 같은 기구를 여러 번 타도 되잖아요.

오후에 다시 그 인기 기구들을 한두 번 더 타고, 남은 것들을 즐기는 겁니다(웃음).

허예지 : 물어보고 갈 걸 그랬네요(웃음).

저희는 놀이동산에 입장하니 벌써 오전이 다 가서 북한말로 ‘고기겹빵’이라고 하죠.

햄버거를 간단히 먹고, 본격적으로 놀이동산을 누볐습니다.

신난 마음을 부여잡고 걸어가기 시작했는데요.

나무를 둘러싸고 있는 각양각색의 장식들이 눈을 홀립니다.

사진을 안 찍으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예의를 갖춰 예쁜 사진을 많이 찍었답니다(웃음).

북한의 경우 만경대를 품고 있는 유희장 주변 풍경이 참 아름다운데요.

버들나무와 파아란 잔디 위에서 뛰어 다니는 아이들,

분홍색이 많이 들어간 조선저고리를 입은 엄마,

양복을 입고 든든하게 서있는 아버지 모습들이

유희장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북한에서도 유희장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났던 게 관성열차입니다.

이곳 놀이동산에서도 스릴 만점이라고 불리는 티익스프레스가 제일 먼저 생각이 났는데요.

놀이동산이 크다 보니 한참 걸어서 도착했는데

워낙 인기가 많은 놀이기구라 사람이 많더라고요. 무려 30분을 기다렸죠.

기다린 만큼 관성열차에 몸을 싣는 기분은 짜릿짜릿햇습니다.

남한에서야 전기가 24시간 공급이 되다 보니

놀이기구를 타다가 중간에 멈추는 일이 없는데,

북한에서는 관성열차 타다가 중간에 전기가 끊겨서 아찔한 경험을 해본 적도 있습니다.

그 기억 때문에 관성열차를 탈 때 많이 고민이 되더라고요(웃음).

진행자 : 관성열차가 중간에 멈춘다고요?

이 열차도 놀이동산마다 이름이 다른데

한국의 경우 높기도 하고, 360도 여러 번 돌기도 하고, 속도도 굉장히 빠르잖아요.

갑자기 멈춘다면 그거야 말로 스릴 만점,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오겠는데요(웃음).

허예지 : 목숨을 걸고 타는 느낌이죠(웃음).

남한에서야 그럴 일이 없겠지만,

잡다한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관성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와~ 쿵닥쿵닥 마치 제 심장을 밖에 떨어트리는 기분이 들었어요.

30분을 더 기다려 한 번 더 탔습니다.

열차는 타고 있는 동안 사진도 찍히는데 얼굴이 가관이더라고요(웃음).

어찌나 못생겼던지...

진행자 : 공포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찍히니까 나중에 보면 너무 웃기죠(웃음).

허예지 : 네, 관성열차를 2번이나 탄 후 저희는 범퍼카를 타러 갔어요.

자동차 속도는 빠른데 내 마음대로는 안 움직이고, 시간은 얼마나 짧던지...

그래도 재밌더라고요.

열심히 놀이기구를 타다 보니 힘이 들더라고요.

정말 많은 놀이기구가 있어서 그걸 타려면 적어도 3일은 안에 머물러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진행자 : 예지 씨 얘기를 듣다 보니까 놀이동산 가고 싶네요(웃음).

탈 것도 많고, 볼 것도 많고, 즐길 거리가 참 많은데

이미 지쳐버린 예지 씨 일행이 남은 시간 놀이동산을 어떻게 즐겼을지는

다음 시간에 들어보죠.

<라디오로 떠나는 여행> 오늘은 함께 인사드리면서 마무리 할게요.

진행자, 허예지 : 청취자 여러분, 다음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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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윤하정, 에디터이현주,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