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도 지난 시간에 이어 미국의 대외 원조를 총괄하는 국제개발처의 처장을 지낸 앤드루 나치오스(Andrew Natsios) 조지타운대 교수가 보는 북한 식량난의 원인과 처방에 관한 견해를 들어봅니다. 특히 오늘 순서에선 북한에 대한 최대 식량 공여국인 미국의 원조 현황은 물론 이 같은 식량지원과 관련해 북한이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에 관해 나치오스 교수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나치오스 교수는 자신이 2001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국제개발처(USAID) 처장으로 재직할 당시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펼치면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식량의 분배에 따른 국제적인 분배감시 기준을 북한이 따르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원조 공여국이 식량을 배분할 때는 분배가 취약 계층에 대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데 이게 북한의 경우 쉽지 않았다는 겁니다.
Prof. Andrew Natsios
: I think the biggest problem is that North Koreans want to control everything in their country...
“제가 볼 때 가장 큰 문제점은 북한 당국은 북한 내부에서 벌어지는 건 모두 자기들이 통제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북한은 식량원조 분배에 조건이 따라붙는다는 걸 원치 않는다. 그 때문에 북한은 식량분배에 관한 국제 기준을 약화하려고 안간힘을 다 쓴다.”
북한은 식량분배에 따른 국제 기준을 따라야 한다. 지원하는 식량이 진짜 배고픈 북한 주민에게 지원돼야 한다는 말이다. <br/>-앤드루 나치오스<br/>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2008년 보고서에 따르면 1996년 이래 미국이 북한에 제공한 식량원조액은 2백만톤이 넘으며 이를 시가로 계산하면 약 7억 달러에 달합니다. 또 대북 식량지원의 90% 이상은 미국 정부가 직접 제공하지 않고 유엔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전달했습니다. 같은 기간 세계식량계획이 북한에 제공한 식량은 3백70만톤에 달하는데 미국이 이 가운데 2백만톤을 제공한 것입니다. 이 같은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은 200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크게 떨어지기 시작해 2006 회계연도엔 전혀 식량지원을 하지 못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 2008년 북한이 또다시 심각한 기근 상황에 처하자 미국은 북한에 50만톤의 식량지원을 약속하고, 그 가운데 40만톤을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전달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은 그해 6월30일 첫 선적 분으로 밀 3만7천톤을 북한에 전달했지만, 나머지 식량지원은 현재 답보 상태입니다. 이처럼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이 답보 상태인 점과 관련해 나치오스 교수는 그 원인을 북한이 식량분배에 따른 국제 규범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점을 꼽았습니다.
Prof. Andrew Natsios
: They're getting food assistance, 500,000 tons of food was promised to the North Korean government as a humanitarian measure...
“북한은 식량 원조를 받아왔는데, 미국 정부로부터 인도적 차원의 조치로 50만톤의 식량을 약속받았다. 그렇지만 북한 당국은 지원 식량을 군부로 전용하거나 갈취되지 않는 등 식량 지원에 대한 분배감시에 관한 국제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북한도 처음엔 이런 기준에 동의했다. 그런데 몇 달 뒤 북한은 그런 기준을 준수하고 싶지 않다고 했고, 이에 맞서 미국도 북한이 이런 기준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식량을 줄 수 없다고 대응했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이 주겠다고 약속한 식량을 자체 결정으로 받지 못하게 된 셈이다.”
즉 미국의 대북식량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북한이 국제적인 식량 배분의 감시 기준을 거부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지 다른 원인 때문이 아니라는 겁니다. 나치오스 교수는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북한 핵협상의 진전과 연계하는 게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식량원조와 관련해 세 가지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하나는 실제로 북한이 식량지원이 필요한가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다른 나라에 대한 지원과의 형평성,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식량지원에 대한 접근과 감시입니다. 그렇지만 이 보고서는 일부에선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 발표가 종종 북한 핵 협상에 영향을 주려는 동기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는 점도 소개했습니다. 말하자면 ‘정치적인 동기’가 없지는 않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처장을 지낸 나치오스 교수는 대북 식량지원을 정치적 목적과 연계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Prof. Andrew Natsios
: Well, that was ten years ago, not now. There was no use in the last ten years, there has been no use of food aid for political reasons...
“10년 전엔 그랬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난 10년간 미국이 정치적 이유로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을 이용한 적은 없었다. 1990년대 중반에 그런 적이 있지만 미국은 그런 연계를 중단했다. 미국은 인도주의적인 필요에 입각해 북한에 식량 지원을 했다. 미국은 북한에 대규모 식량지원을 했다. 그렇지만 북한은 식량분배에 따른 국제 기준을 따라야 한다. 지원하는 식량이 진짜 배고픈 북한 주민에게 지원돼야 한다는 말이다. 이게 담보되지 않으면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해선 안 된다. 안 그럴 경우 북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기 때문이다. 즉 북한 군부와 엘리트가 지원되는 식량을 훔쳐갈 것이기 때문이다”
나치오스 교수는 이어 본래 인도주의적인 식량지원은 굶주리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필요에 근거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이 같은 식량지원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미국이 식량지원을 하고 싶어도 북한이 국제적 분배 감시기준을 따라주지 않는 한 할 수 없다는 겁니다. 또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여파로 전 세계 원조공여국의 대북식량 지원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사실이지만, 더 큰 문제는 분배 감시와 관련한 북한의 비협조적 태도 때문에 그나마 국제사회의 원조가 원활하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나치오스 교수는 북한 핵협상에 진전이 있을 경우 미국의 대북식량 지원이 좀 더 활성화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도 거듭 미국 정부가 식량지원과 정치를 연계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렇지만 나치오스 교수는 북한이 핵문제를 해결한다면 "미국은 인도주의적인 차원의 식량지원 뿐 아니라 북한의 개혁, 개방과 장기 경제발전 문제에 관해서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약속 정도는 좋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을 포함해 국제사회가 그나마 북한에 지원하는 식량이 빼돌려지거나 취약계층이 아닌 특혜층으로 전용되는 사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미국도 이런 전용을 막기 위해 북한 당국에 대해 원조 식량이 제공되는 북한 주민을 만나 검증하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번번히 거부당했습니다. 나치오스 교수는 특히 북한의 취약층에 대한 식량지원과 그에 따른 감시 능력의 제고와 관련해 나름의 개선책을 제시했습니다.
Prof. Andrew Natsios
: Well, there're several ways to do it. One is you don't send in rice because rice is a preferred crop...
“몇 가지 개선책이 있다. 하나는 북한에 쌀을 보내지 않는 것이다. 쌀은 지도층이 선호하는 식량이다. 따라서 가난한 북한 주민들이 더 자주 먹는 옥수수나 밀을 보내면 된다. 이런 곡식을 보내면 그만큼 북한 지도충이 먹을 가능성도 줄어든다. 북한에 보내는 식량이 약탈되는 일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국제비정부 기구가 참관한 가운데 감시관들 앞에서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요리해주는 일이다. 일단 요리한 음식을 먹지 않으면 썩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많은 긴급 사태를 당해서 실제로 경험한 바에 따르면 굶주린 사람들에게 즉석에서 식량을 요리 배급해 탈취를 막았다는 점이다. 또 하나 세계식량계획이든 혹은 국제 비정부기구든 이들 기관에서 감시관이 파견되는지 여부를 사전에 북한 당국에 알려주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무작위로 북한 주민들의 집을 방문해 혹시 식량을 분배받았으면 실제로 그런지 분배 식량을 직접 보자고 청하는 것이다. 그밖에도 분배 상황을 확인하러 갈 땐 통역관을 대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제가 1997년 북한에 갔을 때 북한 외무성이 파견한 통역관이 따라붙었다. 그땐 통역관들이 주민의 말을 제대로 통역을 하는지 아니면 꾸며서 통역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따라서 외부에서 자체 통역관을 데려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이런 배분 감시체계를 북한이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은 설령 국제사회가 식량을 지원해도 이에 대한 분배 감시을 위해 파견된 비정부 기구들이나 세계식량계획 요원들의 활동을 괴롭히고 방해했다는 게 나치오스 교수의 지적입니다. 따라서 미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유럽연합, 호주 등 북한에 식량지원을 해온 나라들이 북한이 식량 분배에 따른 국제적 감시 기준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게 나치오스 교수의 견해입니다. 즉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 이상으로 분배된 식량이 취약 계층에게 제대로 분배되는 여부를 확인,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겁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앤드루 나치오스 조지타운대 교수로부터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과 분배 감시 문제에 관해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