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대북 포용론자로 이름난 리언 시걸(Leon Sigal) 박사가 보는 북한의 문제점과 대안을 소개해드립니다. 시걸 박사는 현재 뉴욕에 있는 비영리 연구기관인 사회과학연구원(SSRC)의 동북아 협력안보 프로젝트 국장으로 재직하며 주로 북한 핵문제와 북한과 미국의 외교관계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시걸 박사는 1989년부터 1995년까지 미국의 대표적인 신문인 '뉴욕타임스'의 논설위원으로 있으면서 북한 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에 관한 사설을 다수 집필해 미국 조야에 영향을 끼쳤고, 19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야기된 북한과 국제사회와의 핵 갈등을 날카롭게 분석한 <이방인의 무장해제(Disarming Strangers):대북 핵외교>라는 저서를 1997년 펴내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시걸 박사는 북한을 변하게 만들려면 압력이나 제재를 통하기 보다는 포용이 더 효과적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습니다. 제재가 능사는 아니라는 겁니다. 단적인 예로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해 유엔의 경제제재를 받았지만 그것 때문에 북한의 긍정적인 행동변화를 이끌어낸 적은 없고,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만 초래했다는 겁니다. 시걸 박사는 또다른 예로 미국이 지난 2006년 북한의 불법 자금을 조달하는 은행으로 지목된 방코 델타 아시아를 문제 삼아 제재를 취하자 북한이 핵실험으로 응수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시걸 박사는 오히려 중국처럼 북한에 대해 지속적인 포용책이 북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방안은 지속적인 대북 포용책이다.<br/>- 리언 시걸<br/>
Dr. Leon Sigal
: (The Chinese have a strategy dealing with North Korea. Not only do they have interests somewhat as large as ours, but they actually have a strategy...)
“중국은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 나름의 전략을 갖고 있다. 중국은 미국만큼 북한에 커다란 이해관계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전략도 있다. 그건 다름이 아니라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경제적 포용인데, 그 이유는 북한 내부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북 포용책이 점진적이긴 이런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린 북한 사람들 가운데는 중국에 가보지 않았다면 상상도 못할 정보를 머리에 그득 가지고 있다는 걸 안다. 북한 사람들 가운데는 북한 지도부가 선전매체를 통해 전해주고 싶지 않은 것을 얘기하고 싶어 한다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우린 안다. 또 그들 가운데는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리가 모르는 정보를 제공하려 중국산 손 전화를 쓰고 있다는 증거도 있다. 그뿐인가. 북한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물건들이 중국이나 남한을 통해 들어와 장마당이 풍족하다는 점도 알고 있다. 이런 변화들이 북한을 경제적으로 포용해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중국의 전략적 의도가 없는 상황에서 가능했다고 보는가?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에서도 유용한 변화가 일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
북한에 대한 제재 전략이나 무시 전략은 제대로 작동한 적이 없다는 게 시걸 박사의 견해입니다. 그는 1990년대 들어 남한 김영삼 정부 시절 북한 핵을 둘러싼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한반도가 거의 전쟁일보 직전까지 갔던 적도 있다고 상기시켰습니다. 반대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에 포용책을 펼쳤을 때는 북한도 화답한 선례가 있다면서 한 예로 북한이 전임 미국 클린턴 행정부를 거쳐 2003년 부시 행정부 출범 초기까지도 플루토늄 생산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시걸 박사는 물론 포용책이 북한의 산적한 문제를 푸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곤 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에 대한 압력과 제재가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포용책이 더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시걸 박사의 설명입니다.
Dr. Sigal
: (The only way we might succeed, no guarantees, the only way we might succeed is the sustained policy of engagement, and it can be conditional...)
“절대 보장은 못하지만, 그래도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방안은 지속적인 대북 포용책이다. 그것은 조건부일 수도 있고 상호적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여기서 상호적이라고 할 때 그 건 ‘우리가 할 일을 한 뒤 북한도 자기들 책무를 다 하나 지켜보자’는 뜻이지 북한에 대해 먼저 뭘 하라고 요구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건 상호주의가 아니다.”
시걸 박사는 이어 북한을 경제적으로 포용하면 북한 사회도 급속히 개방될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선 다소 신중한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이런 식의 포용을 통해 폐쇄된 북한 사회의 문이 당장 활짝 열리긴 힘들지만, 시간이 흐르면 결국 북한 주민의 의식은 물론 북한 내부에 일정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시걸 박사는 북한에서 일정 기간 머물러본 남한 사람들이나 미국인, 유럽인들은 동감하는 점이 있는데 북한 사람들이 북한정권이 원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중국에서 들어오는 DVD에서부터 중국에서 하는 조선어 방송, 중국으로 의 왕래, 또 남한인과 미국인, 유럽인들과의 교류 등을 통해 정보를 다양한 정보를 얻는다는 겁니다. 시걸 박사는 “북한 사람들도 바깥 세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당연히 호기심이 많다”고 강조하고, 북한 주민의 의식의 깨우고 바꾸는 데는 이런 식의 교류와 포용이 제일 효과적이라고 말합니다.
Dr. Sigal
: (The vehicle for changing North Korean minds is engagement strategy...)
“북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견인차는 포용 전략이다. 북한 사람들이 중국을 가서 돌아올 때는 이런저런 다른 생각을 가지고 돌아오는 데 바로 그게 북한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한다고 해서 변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먼저 기존의 대북 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런 진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물론 기존 전략을 바꾼다고 해서 우리 뜻대로 모두 된다는 말은 아니다 않다. 우린 25년간이나 지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나마 지난 두 정부에서 남한은 미국이 이루지 못한 진전을 이루기 시작했다.”
시걸 박사는 이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포용 못지않게 북한 스스로도 적극적인 대외협상을 통해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 경제발전을 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북한이 2012년까지 강성대국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워놓았지만 이런 목표를 위해선 경제발전이 필수라는 겁니다. 특히 북한은 자국의 핵문제로 인해 유엔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고, 외국 자본이 북한에 들어가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과도 적극적인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시걸 박사는 설명합니다.
Dr. Sigal
: (Look, the North Korean propaganda's telling that they can get it...)
“북한의 선전매체를 보면 2012년까지 북한을 강성대국의 문을 열 수 있다고 호언하고 있다. 여기서 ‘강국’이란 말은 북한이 핵보유국을 의미하는 것이라 별로 관심 둘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부유한’ 나라를 계속 강조하고 있는데 그러기 위해 유일한 방법은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야 한다. 즉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 공장을 가동해 우선은 일반 북한 주민들이 사고 싶은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 중국산은 좋긴 하지만 너무 비싸다. 또 비료 등 필요한 물품을 해외에서 얻기 위해선 북한산 제품을 해외에 팔아야 한다. 그럼 어떻게 외국 자본을 들여올 수 있을까? 일부는 중국에서 들어오겠지만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북한이 진정 강성대국을 2012년까지 목표대로 이루려면 대외협상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자본력이 큰 미국은 물론이고 남한이나 일본에서 자본을 들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이런 나라의 우려도 불식해줘야 한다. 북한 지도부가 앞으로 경제 사정이 좋아질 것이라고 끊임없이 강조하는 게 흥미롭다. 경제사정이 좋아지려면 외국 자본이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시걸 박사는 외국 자본이 북한에 들어가지 않고는 북한의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또 북한에 진정한 경제 개혁이 시작된다 해도 상당 기간 국가중심의 국영기업이 경제의 핵심을 이룰 것이지만, 문제는 그 경우에도 공장을 다시 정비해 제품을 만들어내려면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 북한이 살 길은 미국을 비롯해 남한이나 일본 등 이해 당사국과 협상에 나서 핵문제와 같은 현안을 해결해 외국 자본을 들여오는 것이라고 시걸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한편 시걸 박사는 최근 한반도 긴장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이 미국 등 국제사회에 대해 평화적 과정과 대화를 원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낼 것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권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런 신호에 대해 국제사회가 화답할 경우 북한은 핵협상은 물론 평화협정을 논의하기 위한 4자회담 개최를 위한 준비회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은 미국의 비영리 연구기관인 사회과학연구원의 리언 시걸 박사의 견해를 소개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