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서 ‘한반도 비핵화’ 재확인

앵커: 한미일 3국 외교장관이 만나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장관들은 이를 위한 대북 공조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현지 시간 2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만난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조현 한국 외교부 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지난 7일 튀르키예에서 만난 뒤 2주 만에 재회한 장관들은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는 가운데 견고한 대북 억제 태세를 유지해 나간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장관들은 대북 정책과 관련한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고, 대화와 외교를 통한 한반도 평화·안정 유지에도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이들이 “북한에 대한 통일된 접근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사이버 위협 및 불법 활동에 대응할 지속적인 공조, 납치 문제를 즉각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약속을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조 장관은 이날 역내 다자 안보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은 여전히 우리 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있어 필수 과제”라며 한국 정부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을 일관되게 경주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한국 정부의 진정성 있는 대화와 협력을 위한 노력에 호응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회의 참석자들은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한반도 비핵화와 모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준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대화 복귀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그 동안 유일하게 참여해온 역내 다자 안보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2년 연속으로 불참했습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회의에 이어 올해 필리핀 마닐라 회의에도 대표단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입니다.

북한이 당분간 다자외교보다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양자 외교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 외교부는 러시아가 북한에 더 이상 비핵화를 촉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박일 한국 외교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박일 한국 외교부 대변인: 북한의 지속적인 핵 개발은 유엔 안보리 결의 등 국제법을 명백하게 위반하는 행위입니다.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또 NPT 체제 창설 주도국으로서 북핵 문제에 대해서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해 주기를 바랍니다.

외교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러시아와 필요한 소통을 계속해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전쟁 및 북러 군사협력으로 한러 관계에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러시아의 건설적인 역할을 이끌어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앞서 세르게이 라프로프 외무장관은 22일 아세안 행사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상당히 공격적인 움직임이 북한 주변에서 벌어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더 이상 한반도 비핵화를 촉구하는 요구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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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장관 “선 비핵화 폐기, 북핵 우선동결 전략 마련중”

한편 정동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이날 “이재명 정부는 전 정부의 선 비핵화론과 CVID를 사실상 폐기하고 선평화론으로 전환했다”고 밝혔습니다.

정 장관이 폐기했다고 말한 CVID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를 의미합니다.

정동영 한국 통일부 장관
정동영 한국 통일부 장관 정동영 한국 통일부 장관. (AFP)

정 장관은 이날 취임 1주년을 앞두고 기자실을 방문해 “평화가 선도하는 ‘북핵 우선 중단’ 전략을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 시간에도 북한의 핵 증강 노력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놓아둔 채 시간을 보내선 안 된다는 것이 정부의 문제의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 장관은 “초강대국인 미국, 중국도 선비핵화를 사실상 폐기했다”며 “북한과 끊어진 대화를 잇는 것이 먼저이고, 입구에 선비핵화를 갖다 놓고는 대화가 열리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을 담은 것이 바로 선비핵화론 폐기와 선평화론으로의 전환”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언론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선 비핵화 이전이라도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제공해주는 방식으로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이와 관련해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 우선 착수해 북핵 중단 여건을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미북 대화 재개 전망과 관련해서는 “오는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와 정상회담에 이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및 정상회담 등이 관건적 시기”라며 “그때 뭔가 일이 일어나려면 한국이 8~9월에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장관은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가 이달 말 부임하는 것으로 안다며 만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단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