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군 당국은 러시아에 병력과 장비를 추가로 보내려는 북한 측 움직임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자폭형 무인기'가 지원 품목에 포함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23일 공개한 ‘최근 북한 군 동향’ 자료.
이에 따르면 한국 합참은 여러 출처의 정보와 첩보를 통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 가운데 1천 1백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우크라이나전에 파병된 북한 군 가운데 사망자는 최소 1백여 명, 부상자는 1천여 명에 달한다는 지난 19일 한국 국가정보원의 보고와 맥을 같이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현재 교대 또는 증원 파병을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 측에 병력 뿐 아니라 장비를 추가로 보내려는 움직임도 포착됐습니다.
합참은 북한이 240mm 방사포와 170mm 자주포 등을 지원하고 있고, 앞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현지 지도에서 공개된 ‘자폭형 무인기’ 등도 생산해 지원하려는 동향이 일부 포착됐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자폭형 무인기는 김 총비서가 역점을 가지고 추진하는 과업 중 하나”라며 “북한이 러시아 쪽에 지원 의사 표현을 한 것으로 알고 있고 동향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북한 관영매체는 지난 8월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에서 이뤄진 김 총비서의 현지 지도 소식을 통해 ‘자폭형 무인기’를 최초로 공개한 바 있습니다.
당시 북한 매체에는 흰색 계열로 칠한 자폭형 무인공격기 2종이 날아가 한국 K-2 전차 등으로 보이는 모의 표적을 타격해 폭발하는 사진이 함께 실렸습니다. 지난 8월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지난 8월)] 무인기 개발 자체는 북한의 국방과학 발전 5개년 계획에 따른 주요 과업 중 하나입니다. 자폭형 무인기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최초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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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은 북한이 이른바 ‘전쟁 특수’를 이용해 노후 전력을 소모하고 신규 전력이 전투 경험을 쌓도록 함으로써 한국에 비해 질적 열세를 보이는 재래식 전력을 현대화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내 정치상황과 관련해선 북한이 이를 관망하면서 연말 당 전원회의 등 내부 상황 관리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사실을 중심으로 한 보도 몇 차례를 제외하고는 한국 비상계엄 사태 등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이를 상세히 보도할 경우 북한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역효과를 차단하려는 의도란 설명입니다.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는 북한 군이 불모지화와 방벽 설치, 철조망 설치 등 작업에 투입한 병력 수천 명을 증원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지난 4~5월쯤 2~3천 명 수준이었던 작업 인원이 최근 많게는 1만 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다만 합참 관계자는 지난 주말부터 인원이 수백~수천 명 정도에 그쳤다며, 마무리 중인 올해 작업을 곧 끝낸 뒤 땅이 녹는 내년 봄쯤 이를 재개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은 올해 약 8개월에 걸친 작업으로 MDL 전체 2백50km 가운데 25% 정도인 60km 구간을 불모지화했고, 방벽을 총 10km 구간에 쌓는 한편 비무장지대(DMZ) 북방한계선상 기존에 있던 철책과 별개로 그 남쪽에 새 전기 철책 40km 정도를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대 3중으로 설치된 새 철책 가운데 2·3번째 철책에는 최대 1만 볼트의 전기가 흐르는데, 북한 측이 염소를 끌고 와서 그 성능을 실험하는 모습도 포착됐다고 전했습니다.
경의선 송전탑 철거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합참은 북한이 지난달 24일부터 철거 중인 북한 측 송전탑 15개 중 11개 철거가 완료됐고, DMZ 안에는 남측과 가장 가까운 것만 남겨뒀는데 이는 감시장비를 설치해 감시대로 활용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지난달 말 이후 중단된 대남 쓰레기 풍선 부양은 언제든 재개 가능한 상태고, 올해 3기 발사를 공언한 정찰위성은 연내에 쏘아 올리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보인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동체 생산 및 이동 징후, 북한의 국방 발전 5개년 계획, 미국 대통령 취임 등 대내외 정치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연말 당 전원회의를 전후해 극초음속미사일 기습 발사 가능성도 함께 제기했습니다.
합참은 대러시아 지원에 집중하고 있는 북한이 한국과의 충돌 가능성에 부담을 느껴 군사 긴장 유발보다는 쓰레기 풍선과 소음 방송, 위치정보체계(GPS) 교란 등 이른바 ‘회색지대’ 공략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진행 중인 동계훈련과 연계한 무력시위 성격의 훈련과 함께 러시아를 등에 업고 대미 협상력을 키우기 위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핵실험 등 다양한 전략적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제이비어 브런슨 신임 한미연합군사령관은 이날 김명수 한국 합참의장과 공조 통화하며 연합 방위태세 강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합참에 따르면 양측은 현재 한반도 안보 상황이 어느 때보다 엄중함을 인식하고 강력한 한미동맹과 연합 방위체제를 바탕으로 북한 도발을 억제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목용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