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한항공 여객기 납치피해자가족회가 한국의 여야 대통령 후보들에게 북한을 향해 납치피해자의 송환을 요구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서한을 보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한항공(KAL) 여객기 납치피해자가족회는 10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에게 북한을 향해 대한항공 여객기 납치피해자들의 송환을 요구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서한을 보내겠다고 밝혔습니다.
황인철 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책무에 따라 북한에게 송환을 요구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황인철 KAL기 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 만약 대통령이 된다고 하게 되면 이 중대한 국민의 보호를 위해서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책무에 의해서 과연 당신들은 북한에게 송환을 요구하고 석방을 요구할 수 있는지 공개적으로 질의를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납치피해자가족회는 한국에서 탈북민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민간단체 FSI(Freedom Speakers International)와 11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자유의 다리 입구에서 공개 질의를 할 예정입니다.
납치피해자가족회는 이후 다음주 중 이르면 13일 양당 대통령 후보의 선거캠프로 각각 서한을 전달한다는 계획입니다.
황 대표는 한국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대한항공 여객기 납치사건과 그 이후 행태에 대해 북한의 책임을 지적하는 유엔의 판단이 최근에도 속속 나오고 있지만 한국 정부가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유엔 강제적 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WGEID)은 지난 2월 납치사건과 납치피해자에 대한 처우가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한다는 혐의 서한을 북한에 보냈고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강제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WGAD)은 5월 황 대표의 아버지가 송환되지 않은 것은 북한이 강제구금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평화 분위기를 일으키려고 했지만 국민을 위한 평화가 아닌 정치권 성과를 위한 평화였다”며 “문재인 정부의 평화 이벤트는 거짓말 이벤트, 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황 대표는 “한국 정부가 과거에 발생한 사건인데 현재 우리와 무슨 관계가 있냐는 무관심의 논리를 따른다”며 “그 논리라면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북한의 범죄에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지난 1969년 12월 11일 대한항공 여객기를 공중납치했고 이듬해인 1970년 2월 납치한 한국 국민 50명 중 39명만 송환시켰습니다.
황 대표의 아버지 황원 씨를 비롯한 11명의 한국 국민이 여전히 북한에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지난 11월 황 대표의 어머니 양석례 씨는 북한에 납치된 남편을 50년 넘게 기다리다가 결국 재회하지 못한 채 별세했습니다.
황 대표는 한 번이라도 남편을 만나고 싶다던 어머니가 끝내 소망을 이루지 못한 모습을 보며 더욱 더 아버지를 만나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습니다.
황인철 KAL기 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 지난달 저희 어머니가 돌아가시게 됐는데 아버지를 딱 한번만이라고 보고 싶다, 딱 한 번만이라도 안아보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가시게 됐어요.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더욱 더 다짐하게 된 것이 내가 반드시 아버지를 만나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는 11일은 납치사건이 발생한지 52주년되는 날이며 북한에 납치된 황 대표의 아버지가 살아있다면 올해로 84세입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