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산가족, 북 금강산면회소 철거에 “반인륜적 행위 규탄”

0:00 / 0:00

앵커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이산가족면회소를 철거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국 내 이산가족 단체들은 상봉을 바라는 이산가족들의 염원을 저버리는 반인륜적 행위라며 분개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금강산 관광지구 내 이산가족면회소 철거에 나선 북한.

한국전쟁과 남북 분단을 경험한 이산가족 1세대인 심구섭 전 남북이산가족협회장은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이제 북한에 어떠한 기대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산가족 1세대가 여전히 생존해 있음에도 북한이 면회소를 철거했다는 소식에 상봉을 향한 마지막 실낱 같은 희망도 사라졌다고 토로했습니다.

[심구섭 전 남북이산가족협회장] 제가 이산가족 중에서 제일 막내입니다. 아직도 1세대 중에서 살아 있는 사람이 몇천 명 돼요. 근데 이산가족 상봉 장소까지 철거하였다 하니 마지막 실낱 같은 희망도 사라졌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에 있는 가족을 찾고 싶다며 한국 정부에 등록한 이산가족 신청자 중 생존자는 지난해 말 기준 총 3만6천941명입니다.

이 가운데 80대가 약 35%, 90세 이상이 약 30%로 고령의 신청자가 대부분입니다.

가족 관계 기준으로는 북한에 부부, 부모, 혹은 자녀가 있다는 생존자가 39%, 형제 또는 자매가 있다는 생존자가 40%, 3촌 이상의 친척이 있다는 생존자가 21%입니다.

family-reunion.jpeg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지난 2018년 8월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한신자(99)할머니가 북측의 딸들 김경실(72), 김경영(71)의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관련 기사

한국 이산가족 신청자 72% 숨져…10만 명 육박Opens in new window ]

“남한 이산가족 4명 중 3명, 북한 가족 ‘생사’ 몰라”Opens in new window ]

장만순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남북 당국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이 오랜 기간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는 언제든지 남북 간 합의가 이루어지면 만날 수 있는 장소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면회소 철거 소식에 이산가족들의 실망이 크다며 이는 이산가족들의 염원을 저버리는 반인륜적 행위라고 규탄했습니다.

[장만순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 그 동안에 상봉을 바라던 이산가족들의 염원을 깨뜨리는 어떻게 보면 반인륜적인 행위가 아닌가 합니다. 상당히 분개하고 있고 남북 간 합의가 됐던 정신을 지우는 패륜적인 행동에 대해서 굉장히 규탄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북 '대남 흔적 지우기' 일환…철거 즉각 중단해야"

북한의 면회소 철거 의도와 관련 한국 통일부는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김정은 총비서의 지난 2019년 10월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자 북한의 ‘대남 흔적 지우기’의 일환인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에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철거를 중단할 것을 재차 촉구했습니다.

[김인애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이산가족들의 염원과 고통 해소라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이산가족 면회소 철거는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 당국은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총 5차례 남북 이산가족 간 대면 상봉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면회소에서 지난 2009년, 2010년, 2014년, 2015년, 2018년 한 차례씩 진행된 당국 차원의 상봉 행사에는 각 회차마다 800-900여 명씩 총 4천392명의 남북 이산가족이 참여했습니다.

남북 당국은 지난 2003년 11월 제5차 남북적십자회담 합의에 따라 2005년 8월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 조포마을에 이산가족면회소를 짓기 시작해 5백50억 원, 미화로 약 3천 8백만 달러를 들여 지하 1층, 지상 12층 규모 면회소를 2008년 7월 완공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정은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