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피살ㆍ납치피해자 가족들, 인수위에 건의문

KAL기 납치피해자가족회 황인철 대표(사진 맨 왼쪽), 북한군 피살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 씨(왼쪽에서 두 번째), 한국전쟁 참전 국군포로 한 모씨(왼쪽에서 세번째)는 8일 안철수 인수위원장에게 공동건의문을 제출했다.
KAL기 납치피해자가족회 황인철 대표(사진 맨 왼쪽), 북한군 피살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 씨(왼쪽에서 두 번째), 한국전쟁 참전 국군포로 한 모씨(왼쪽에서 세번째)는 8일 안철수 인수위원장에게 공동건의문을 제출했다. (/ 김기윤 변호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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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해상에서 피살된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 씨 등 북한군에 의해 피해를 입은 이들이 차기 한국 정부에 바라는 점을 담아 대통령인수위원회로 공동건의문을 전달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표류하다 북한에 의해 피살된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 씨, 대한항공(KAL) 여객기 납치피해자가족회 황인철 대표, 한국전쟁 참전 국군포로 한 모씨가 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측에 진상규명, 후속조치를 요청하는 공동건의문을 보냈습니다.

이들은 지난 3일 법률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 구충서 변호사 주선으로 만나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게 공동 건의하기로 협의했고 이날 공동건의문을 인수위원회 사무실로 발송했습니다.

먼저 서해상에서 피살된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 씨는 공동건의문을 통해 “현 정부가 감추려고 한 정보를 유족들에게 공개해주길 바란다”며 “차기 정부가 현 정부에서 제기한 정보공개청구소송에 대한 항소를 취하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2021년 11월 피해자 유가족이 한국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해경, 국방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청구소송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청와대와 해경이 이에 항소하며 정보 공개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래진 씨는 또 “해경이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한 이후 아직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며 차기 정부에서 진상규명을 해 조속히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해주기를 건의했습니다.

이래진 씨는 이와 함께 국가인권위원회가 해경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와 관련해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결론내렸지만 아직도 관련자에 대한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해경은 사건 발생 당시 피해자에게 도박 빚이 있었고 정신적 공황상태로 월북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고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지난 2021년 7월 해경이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을 침해했다며 해당 사건 실무를 담당한 관계자들에게 경고 권고 조치를 내린 바 있습니다.

이래진 씨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왜 동생을 죽였는지 아직도 명확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다”며 “북한에 직접 가든지 판문점에서 북한 당국자를 만나 이유를 듣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래진 씨는 또 “이와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차기 한국 정부는 북한에 재발방지 약속을 강력히 요청해야 하며 북한도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래진 씨 :왜 죽였는지를 전 알고 싶어요. 북한에 제가 직접 가든지 아니면 판문점에서라도 만나서 북한 당국자로부터 왜 죽였는지를 알고 싶습니다. 우발적인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하게 대한민국 정부도 북한에 (재발방지 약속) 요청을 해야 할 것이고요. 북한도 이 부분에 관련해서는 좀 명확하게 해줘야 하겠죠.

이와 함께 황인철 대표는 공동건의문에서 “현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여러 번 했지만 국군포로와 아버지 문제에 대해 아예 언급하지 않았고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차기 정부가 아버지의 생사를 확인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황인철 대표는 “만약 아버지의 송환이 어렵다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가족 상봉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주기를 건의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지난 1969년 12월 강릉을 떠나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를 공중납치했고 이듬해인 1970년 2월 납치한 한국 국민 50명 중 39명만 송환시켰습니다.

황인철 대표의 아버지 황원 씨를 비롯한 11명의 한국 국민이 생사 확인도 되지 않은 채 여전히 북한에 남겨진 상태입니다.

이날 공동건의문에는 17살 때 학도병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북한에서 포로 생활을 하고 2001년 귀환한 한 모씨도 함께 했습니다.

한 모씨는 “차기 정부가 국군포로 생존자와 사망한 국군포로의 유해가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고 “한국의 유족들이 북한에서 사망한 국군포로의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사망일자를 파악해주기를 요청한다”고 밝혔습니다.

한 모씨는 “조국을 위해 싸우다가 북한에 남겨진 국군포로들은 아직도 70년 넘게 조국을 바라보며 한국 정부가 자신들을 구해줄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는 북한에 의해 피해를 받은 한국 국민”이라며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직접 만나기를 청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