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피해 가족들 “북 당국, 납치자 돌려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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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정권에 의해 가족이 납치돼 수십년 간 이들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들이 미국에 모여 납치된 가족을 하루 빨리 고국으로 돌려보내라고 북한 정권에 촉구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북한인권위원회(HRNK)와 허드슨연구소, 일본 정부가 3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북한의 납치문제 관련 토론회에 과거 북한 정권에 의해 납치된 일본인과 한국인 납치자 가족들이 직접 참석했습니다.

이들은 납치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전하며 북한 정권에 신속한 납치자 송환을 강력히 요청했습니다.

행사 진행을 맡은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닉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북한 당국에 의한) 납치 문제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이는 엄연히 북한의 지속적인 인권유린”이라고 지적했습니다.

1977년 13세 나이로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메구미 요코타의 남동생이자 피해자가족회 사무국장 타쿠야 요코타는 이날 증언에서 “북한은 허위로 사망확인서를 작성하고 누나를 협상 지렛대로 이용하려 했다”고 주장하면서 “북한의 이러한 인권 유린과 범죄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특히 미국과 북한이 두 차례 정상회담을 하고 외교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비핵화 역시 중요한 과제이지만 납치자 문제의 해결 없이는 정상적인 외교를 이어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타쿠야 요코타는 또 북한이 일본인 납치자를 돌려보낸다면 일본 정부는 북한과 국교를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모친인 다구치 야에코가 자신이 한살 때 북한에 납치된 후 생사를 모르고 지낸다는 고이치로 이즈카는 어머니가 차 사고로 사망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신뢰하기 어렵다면서 북한의 납치문제는 국제사회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심각한 인권 문제라고 비난했습니다.

이날 행사장에는 관광차 방북했다 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이유로 붙잡힌 후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결국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어머니 신디 웜비어도 참석해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는 북한 정권을 규탄했습니다.

마음을 강하게 먹고 북한 정권의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겠다며 말문을 연 신디 웜비어는 ‘북한 정권은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암과 같은 존재’라고 격하게 비난했습니다.

그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 정권과 어떻게 외교를 할 수 있겠냐며 최근 이어지고 있는 북한과의 회담에 매우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신디 웜비어 : 현재 '외교'라고 불리는 가식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절대 진실을 말하지 않는 사람(북한)과 어떻게 외교를 할 수 있습니까? 저는 외교를 전적으로 찬성하지만 매우 회의적입니다.

신디 웜비어는 또 북한 정권이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대북 압박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황인철 ‘KAL기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 역시 아버지가 납치된 후 지난 50여년간 어떠한 정보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생전 한번이라도 얼굴을 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전했습니다.

황 대표는 국제사회가 함께 이러한 북한의 인권 유린에 동감하고 모든 납치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황인철 대표 : 국제사회는 우리 아버지와 북한에 의해 납치된 모든 미국인, 일본인들이 신속히 송환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우리는 그들이 살아있는 동안 꼭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오는 9일부터 나흘 간 미국을 방문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을 만나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조기 해결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일본 정부는 10일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에서 북한 납치문제에 대한 학술 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