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가 연례인권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북한 인권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고 평가하면서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선택권을 제공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세계 160개국의 회원 및 활동가 등으로 구성돼 있는 국제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 한국 지부가 29일 ‘2021/22 연례인권보고서’를 펴냈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날 연례인권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의 이동의 자유, 건강권, 식량권, 표현의 자유 등을 더욱 심각하게 제한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의 코로나19 백신 지원 제안을 거부하면서 북한 주민들이 백신 접종 여부를 선택할 수 없게 된 현 상황을 비판했습니다.
양은선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인팀장은 “코로나19 백신이 현재 상황을 완벽하게 해소해줄 수단은 아니지만 주민들은 백신 접종을 선택할 기회조차 박탈당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양은선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인팀장 :기본적으로 (백신 접종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야 하는데 북한 주민들에게는 그걸 선택할 권리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게 큰 문제입니다. 하루빨리 백신이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돼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선택지를 확보할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일부 주민들을 격리해 놓고 충분한 식량 제공 없이 사실상 방치해놨다는 증언도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 및 이로 인한 사망자가 없다는 북한 당국의 발표에 대해서는 “사망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기 전 화장이 이뤄진다는 일부 비공식 소식통의 주장과는 모순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중 국경에서의 불법 월경시도자들에 대한 사살 명령도 여전히 유효한 상태인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북한 당국의 국경 봉쇄 조치를 코로나19 발생 이후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더욱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이 같은 조치로 북한 내 의약품, 식료품 등의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의약품 부족 현상이 북한 주민들의 마약 사용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만성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필로폰과 아편 등 불법 약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증언들이 여전히 보고되고 있다는 게 국제앰네스티의 설명입니다.
북한 주민들의 식량권과 관련해선 북한 내 자연재해 등이 겹치면서 식량 불안정 상황이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양은선 팀장은 “공식, 비공식 경로를 통한 식량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쌀, 옥수수 등 주요 식품가격이 일부지역에선 3배 가까이 올라갔다”며 “국제아동기금, 유니세프가 지난 2021년 북한 아동의 발육 부진 상황이 예년에 비해 개선된 것으로 조사했으나 코로나19로 이 같은 개선 추세가 꺾일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북한 주민들이 표현 및 정보 접근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이 지난 2020년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면서 외부의 정보 유입을 차단하고 내부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구금시설 내 인권 침해의 경우 부분적으로 감소했다는 보고가 있다면서도 피구금자에 대한 처우는 여전히 가혹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구금시설 내 강제노동, 부실한 식사 및 의료, 언어폭력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는 겁니다.
또한 국제앰네스티는 국영공장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며 북한 근로자들이 비공식 부문 등 영역에서 수입을 얻으려 한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성분제도에 대해선 교육적, 정치적, 직업적 이동을 강제하는 방식으로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진로 선택의 기회를 잡기 위해선 뇌물 혹은 권력자와의 인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의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부분에 대해 지지하지 않는다면서도 해당 법이 한국인들의 안전을 위해 제정됐다는 점에 대해서도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 :대북전단법이 한국인들의 안전보호를 위해 시행됐다는 점은 인정하고, 알고 있으나 이런 제한이 북한 당국의 위협에 대한 해결책이 돼선 안 됩니다.
이어 윤 처장은 “한국 정부는 남북 주민들이 자유로운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