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기관·인민반에 ‘도난방지 감시장비’ 설치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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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생계형 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주요 기관과 기업소, 인민반에 도난방지를 위한 감시장비(CCTV)를 설치하란 지시를 내렸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이명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26일 “요즘 들어 기관, 기업소, 가정집을 대상으로 연이어 도난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지난 20일 사회안전성은 도난(도적)방지를 위한 장비 (CCTV)설치를 지시했다”면서 “장비 설치는 5월부터 전국적인 사업으로 단계적으로 주요 기관, 기업소와 인민 반 경비실부터 우선적으로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사회안전성에서 갑작스럽게 도난방지 장비를 설치하는 이유는 경비성원들이 항시적으로 근무하고 있는 경비실에 전반적인 상황을 감시할 수 있는 모니터 등 기본 장비시스템을 설치하여 도난 사고를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서 “이외에도 도난방지장비 설치로 사고와 관련한 기관이나 주민들의 빗발치는 민원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언급했습니다.

청진시 같은 경우에도 보릿고개에 접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더 악화되자 기관이나 가정집들을 대상으로 주요 물자 도난사고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구체적으로 “청진버스사업소에서 3월초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타이어 6개와 휘발유120kg, 경유 100kg과 4월초에는 수남편의관리소에서 컴퓨터 5대를 비롯해 시내 여러 기관들에서 올해 들어서 도난 사건 건수만 수십 여건에 달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범인들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시안전부에서는 지금까지 기동타격대와 순찰대(제대군인들로 구성된 조직)들로 야간순찰구간을 정해 매일 순찰활동을 진행하였지만 도난 사고를 비롯한 범죄를 방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대부분 범죄행위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지역을 기본순찰구역으로 정하다 보니 기관, 기업소와 가정집에는 관심을 두지 못하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도난 사고의 범위가 점점 커지고 있고 도난 물품도 기존 같은 경우에는 소량이었다면 최근에는 대량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인원도 개별적으로 움직이던 것과는 다르게 소그룹을 편성하고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성격을 띠고 있어 안전부에서도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주민 소식통은 26일 “가정집들에 대한 도난 사고도 끊이지 않고 늘어나고 있어 이로 인한 불안은 더해지고 있다”면서 “혜신동에서 집주인이 없는 집을 골라 진행한 도난범죄건수가 1월부터 현재까지 50여건에 달하며 도난당한 돈이나 물건을 다시 찾아 주인에게 돌려준 것은 불과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 주민들 속에서는 사회안전부의 무능함에 대해 노골적으로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기간 사회안전성에서 지시로 인민반에 대한 자위경비차원에서 자체 경비를 위한 사업으로 인민반 세대주들로 야간 순찰을 진행하였지만 도난 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면서“안전부나 분주소에서는 자체 경비를 인민 반에만 방임하고 생활난에 시달리는 주민들로서는 경비 사업에 대해 관심을 적게 돌리다 보니 도난 범죄의 표적은 주로 가정집들이 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인민반 경비실에 도난 방지를 위한 감시장비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시 체신소에서 지구별로 단계적으로 설치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운영과 관련한 문제는 전기가 오는 시간에는 전기를 사용하고 기본적으로 태양광 전지판으로 감시장비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보장하는 것으로 되어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금까지 인민반들에 경비실이 있었지만 형식적으로 건물만 있었고 그나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데다 감시장비를 설치하면 인민반에서 교대로 근무성원들이 경비실에 상주해야 하는 부담감도 있어 감시장비 설치에 대해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전했습니다.

2015년에 탈북 한 인민반장(통장) 출신 탈북민 김주희(가명) 씨는 북한의 자체 경비시스템과 관련한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북한은 인민반 경비를 위해 고정적으로 근무하는 성원이 없고 세대별로 돌면서 정해진 시간에 경비초소에서 근무를 서는 체계로 되어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어 지금까지 주간에는 남성들보다 가정부양으로 있는 여성들로 조직되었는데 이번에 감시장비를 설치하면 가정부양(주부)들이 근무를 서야 하는 조건에서 이로 인해 생계 활동에 지장을 받는다는 부담감도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앞서 지난 7일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 당국이 공장 기업소에 감시장비(CCTV)를 설치하고 노동자들의 근로 현장을 감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습니다.

기자 이명철,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