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의 북한 인권단체가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아동학대 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보고서는 아동에 대한 폭력이 북한 사회전반에 만연하며 이는 전적으로 북한 당국의 책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북한 인권단체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성통만사가 27일 한국 내 탈북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한 북한 아동학대 실태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보고서는 폭행을 비롯한 신체적 학대는 물론 성적 학대와 방임, 심리적 학대 등 아동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북한 사회 전반에 만연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북한 내 아동학대의 근본적인 책임은 아동 보호에 실패한 북한 지도부와 당국에 있다고 지목했습니다.
남바다 성통만사 사무국장 : 외부세계와 일부러 단절시켜 아동인권의 발전을 방해하고 있는 주체가 북한 정부이고, 북한 정부가 아동들에게 세뇌교육과 노동착취 등 여러 방식의 학대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큰 책임은 북한 정부와 독재자에게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사 대상자인 탈북민 151명 가운데 절반 이상은 어린 시절 북한 내에서 학대를 경험했고 이 가운데 85%가 신체적 학대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가정에서조차 아동들에 대한 신체적 폭력이 빈번하게 이뤄지며 이 같은 행위가 아동학대라는 사회적인 인식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내에서 아동에 대한 신체적인 학대가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지만 훈육상 아동을 때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북한 내에 만연하며 이 같은 문화가 세대 간에 대물림돼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겁니다.
북한의 아동권리보장법과 가족법은 부모가 아동을 건강하게 양육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북한 당국은 가정 폭력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보호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증언도 담겼습니다.
임산부가 중국 등에서 북한으로 송환되는 경우 유산을 강요당하거나 강제낙태가 이뤄지며, 이마저도 실패할 경우 북한 당국에 의한 영아살해가 자행되는 경우가 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부모와 조부모 세대가 저지른 잘못을 이유로 3대가 정치범수용소에 갇히는 이른바 ‘연좌제’도 아동학대의 한 유형으로 지적됐습니다.
로사 박 북한인권위원회 (HRNK) 프로그램 국장(20일 유엔아동권리협약 30주년 토론회): 북한 당국은 정치범수용소에 아동을 구금하는 행위를 금지해야 합니다. 할아버지가 죄를 지었다고 해서 손자까지 처벌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아동, 특히 어린 여자아이들에 대한 성적 학대도 북한 내 아동학대의 한 유형으로 조사됐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성적 학대가 빈번하게 이뤄지지만 사후 이들에 대한 법적인 보호가 취약한 점도 큰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실제로 남북한 간의 법률을 비교할 때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형벌이 북한에서 훨씬 관대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이 뿐 아니라 아동이 성장하는 데 필수적인 음식과 물, 의료, 교육 등을 지원받지 못한 채 방치되는 이른바 ‘방임’도 또 하나의 폭력 유형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의 경제난으로 부모가 모두 식비를 벌기 위한 노동에 뛰어들어야 하는 만큼 아동들이 학교에도 가지 못한 채 가정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입니다.
부모들이 노동 뿐 아니라 선전행사와 정치적 운동에도 빈번하게 동원돼 아이들이 부모와 지낼 시간이 크게 줄고, 이들을 대신 보호할 정부 차원의 제도도 없다시피 하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아이들이 노동이나 대집단체조 등 정기적인 체육·음악행사 연습에 동원되는 등 교육받을 권리 침해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 (20일 유엔아동권리협약 30주년 토론회): 북한 당국은 아이들에게 노동을 시키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추수기에 아이들을 동원해 작업을 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내 아동들이 이 같은 다양한 유형의 학대에 노출돼 있지만 이런 피해가 ‘성분’, 즉 북한 내 사회적 계급에 따라 취약계층에서 더 크게 나타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취약계층을 비롯한 사회적,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 출신의 응답자 절반 이상이 가정에서의 학대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가정 출신 응답자의 두 배를 기록했습니다.
성통만사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유엔 아동권리협약 회원국이면서도 그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의 아동보호 실패는 아동학대 피해자를 양산하는 것 뿐 아니라 그 이후 피해자들이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며 이에 대해 국제사회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남바다 성통만사 사무국장 : 이런 사실들이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북한에서 겪는 아동학대 사실이 국제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이유는 피해자들이 아동학대를 당했다는 자각을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그런 증언들을 다 끄집어내 청취해서 국제사회에 많이 알리고 싶습니다.
성통만사가 발간한 ‘북한 아동학대 보고서’는 지난 2월 모두 151명의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