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이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크리스토퍼 안 씨의 스페인 송환을 반대한다는 서한을 미국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문제 전문가 3명은 지난 18일, 2019년 2월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 사건에 가담한 후 미 사법당국에 체포된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안 씨의 스페인 송환을 반대하는 서한을 미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안 씨의 변호인을 통해 제출된 이번 서한은 미국 터프츠대학의 이성윤 교수,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 일본 소피아 대학의 산드라 파이 교수가 작성했습니다.
먼저 이성윤 교수는 미 검찰이 북한의 보복 위험을 심각하게 축소(downplay)하고 있다며 안 씨가 해외로 송환될 경우 북한 요원 등에 의해 살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교수는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김정은 총비서의 이복형인 김정남 살해 사건 등 북한 당국이 해외에서도 여러 납치, 암살 시도를 감행한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현재 북한은 스페인 공산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유명 친북단체인 조선친선협회의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노스 회장이 스페인에 거주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2019년 북한 대사관 습격 사건에 대한 북한 국적 증인들의 증언은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많다며, 이 증인들은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에 대한 당국의 보복을 두려워해 거짓 증언을 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 역시 이번 서한에서 안 씨가 스페인으로 송환될 시 납치 및 암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송환에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해외에 위치한 북한 대표부가 감시, 납치, 암살 등 범죄의 근거지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크리스토퍼 안 씨 등이 사건 당시 북한 대사관 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 액자를 부순 사실이 있다며, 최고 지도자의 권력이 절대적인 북한은 이 때문에 더욱 안 씨에게 보복을 가할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일본 소피아 대학의 산드라 파이 교수도 재판부에 보낸 서한에서 북한은 국가의 적으로 여겨지는 개인을 납치하거나 살해하는 방식으로 침묵시켰다며 안 씨도 송환시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북한 대리인이 이동의 자유를 누리는 스페인과 같은 국가에서 안 씨가 안전할 수 있다는 미 검찰의 주장은 타당하지 못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파이 교수는 서한에서 지금까지 북한이 해외에서 가담했던 암살 및 납치 시도 12건을 나열하며 안 씨 역시 위험에 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크리스토퍼 안과 에이드리언 홍 씨등 한국계 외국인들이 주축이 된 '자유조선'은 지난 2019년 2월22일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에 침입해 직원들을 폭행하고 컴퓨터와 이동식 기억장치 등을 탈취한 후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에 미 연방수사국(FBI)은 안 씨를 주거침입, 불법감금, 협박, 폭력을 수반한 강도, 상해, 조직범죄 등 6개 혐의로 기소했으며, 미 검찰은 스페인 정부와의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안 씨를 송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지난 2일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맥스 부트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는 이 신문 기고문을 통해 안 씨는 북한인들의 망명을 돕기 위해 납치극을 가장했지만 억울하게 범죄자로 몰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기고문에서 미 연방수사국 역시 대사관 잠입과 김정남의 아들인 김한솔을 도운 전력 때문에 안 씨가 살해당할 위협이 있다는 의견을 법원에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중부 연방법원은 오는 25일 안 씨에 대한 송환 심리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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