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최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탈북민 모자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한국 사회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세상을 떠난 탈북민 모자를 추모하는 시민애도장이 지난 21일 치러졌습니다.
탈북민 모자의 경우 가족과 친척, 즉 연고자가 한국에 없었기 때문에 민간단체와 탈북자, 시민들이 주도한 비공식 장례식이 치러진 겁니다.
이 자리에는 박관용 전 한국 국회의장과 김진태,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 등 전현직 국회 인사들,탈북자들을 포함한 2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시민애도장 장례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시민들도 1800명을 넘어섰습니다.
시민애도장의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은 박관용 전 의장은 새 삶을 위해 탈북한 모자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며 조사를 읽어 내려 갔습니다.
박관용 전 한국 국회의장 (지난 21일): 탈북해 대한민국 국민이 된 엄마와 그 어린 아들. 두 사람을 우리가 보살피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억울하게 죽어버린 이 사실 앞에 우리 모두 죄송한 마음입니다.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인 물망초의 박선영 이사장도 “탈북자들과 함께 숨쉬고 그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겠다는 제가 그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며 한국 사회가 탈북자들에게 좀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 (지난 21일): 오늘 아침에 눈을 뜨는데 한성옥 씨가 저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나를 잊으면 안 된다고. 제발 나를 기억해달라고. 성옥 씨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저는 제가 진정한 죄인이라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습니다.
이날 참석자들은 분향과 헌화, 노재 등을 마치고 탈북민 모자의 운구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탈북민 모자와 한 때 이웃해 살았던 탈북자 김옥선 씨와 그의 딸이 영정 사진을 들고 운구 행렬을 이끌었습니다. 이 행렬은 한국 청와대 앞 분수대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번 탈북민 모자의 죽음을 계기로 탈북자 정착에 대한 한국 정부의 좀 더 면밀한 관심을 촉구하는 청원도 23일 한국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됐습니다.
해당 청원을 게재한 한 시민은 “탈북민 모자의 죽음에 많이 안타까워하고 있고 그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심정”이라며 “특히 여섯살 어린아이가 꿈도 이루지 못한 채 세상과 이별한 점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탈북민 모자 사망 사건 발생 이후부터 이들을 추모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탈북민 모자 사망 사건을 다룬 인터넷 기사에도 이들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는 답글이 달렸습니다.
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서도 탈북민 모자를 기리는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국 내 탈북단체인 자유북한방송, NK지식인연대, 북한인민해방전선 등도 탈북민 모자를 추모하는 여러 행사를 영상에 담아 유튜브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영상에는 한국의 전현직 정계 인사들과 여러 시민들이 탈북민 모자를 추모하기 위해 분향소를 찾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밤새 탈북민 모자의 분향소를 지키는 자원봉사자들, 탈북자들의 모습도 담겨 있습니다.
지난달 14일 시민들의 주도 하에 설치된 탈북민 모자의 분향소는 한국 통일부 산하 탈북자 정착 지원 기관인 남북하나재단과 지역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공식적인 장례 절차가 확정될 때까지 유지될 예정입니다. 자원봉사자들이 분향소에 연일 나와 자리를 지킬 계획입니다.
공동장례위원장을 맡고 있는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 23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정식 장례까지 자원봉사자들이 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한국 정부는 탈북민 모자의 정식 장례를 위해 탈북민 모자 장례위원회 측과 협의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협의 결과에 따라 조속한 시일 내에 빈소 설치와 조문, 세부 장례절차 논의 등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앞서 한국에 정착한 40대 탈북민 여성 한성옥 씨와 그의 여섯 살 아들은 지난 7월 31일 서울의 한 임대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한국 경찰은 이들이 약 두달 전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