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중국 내에서 은신하고 있던 탈북민들이 최근 일부 선교단체를 통해 한국행을 시도하다가 중국 칭다오에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복수의 한국 선교단체가 중국 내 다수의 탈북민들의 한국행을 강행했다가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동안 발이 묶여있던 탈북민들 가운데 일부가 중국 남부로 이동하려다 체포됐다는 겁니다.
23일 탈북민 구출 활동을 벌이는 활동가에 따르면 이번에 체포된 탈북민들은 남성 2명과 여성 10명 등 모두 12명입니다. 이들의 한국행을 안내하다가 체포된 조선족 조력자, 이른바 브로커 2명도 탈북민들과 함께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이 브로커들은 병보석 신청이 수용되면서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북민들은 중국 곳곳에서 몸을 숨기고 생활하던 중 이번 한국행 시도를 계기로 칭다오에 모였다가 체포됐다는 게 탈북민 구출 활동을 벌이는 활동가의 전언입니다. 여전히 탈북민들이 중국 내에서 이동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일부 선교단체들이 무리하게 한국행을 강행한 것이 화근이 됐다는 지적입니다.
이 활동가는 2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들의 한국행 이동 과정을 영상으로 찍으려다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며 “거액의 후원금을 받기 위해 무리하게 이동 시키려 한 것이 화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활동가도 자유아시아방송에 “다수의 탈북민들이 칭다오 지역에서 눈에 띄게 움직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의 모습이 중국 당국의 CCTV 등에 포착됐고 등록되지 않은 인원이 움직이는 것을 공안이 체포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조선일보도 22일 탈북민들이 중국 동북 3성에 은신해 있다가 최근 한국 종교 단체와 조선족 브로커들의 안내로 칭다오에 모인 뒤 체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남성 2명과 여성 14명, 모두 16명의 탈북민이 버스를 이용해 이동하려다 체포된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칭다오에서 체포된 탈북민들과 관련해 확인할 내용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탈북자 구출 활동을 벌이는 활동가들은 여전히 중국 내에서 탈북민들의 이동은 어렵다며 무리한 한국행 시도는 위험했다고 입을 모읍니다. 정 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는 “다수의 인원이 버스를 이용해 이동하려 했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시도”라고 말했습니다.
정 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 : (중국) 남방으로 향하려고 했다면 그 자체는 좀 위험한 시도였던 것 같습니다. 중국의 CCTV, AI 기술이 너무 발달돼 있어서 (탈북민들이) 어떤 교통을 활용하더라도 굉장히 위험합니다.
지철호 나우 긴급구호실장도 자유아시아방송에 “탈북민들의 한국행을 조력했던 브로커들 상당수가 코로나를 계기로 활동을 중단했다”며 “그러다보니 탈북민들의 안전에 문제가 발생하고 탈북 경로도 없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활동가들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내 탈북민들의 한국행 비용은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한국 돈으로 탈북민 1인당 1000~3000만 원 대, 약 7700~2만 3000달러 대의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수의 탈북민을 무리하게 이동시키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코로나 확산으로 3년여간 중국에서 발이 묶인 탈북민들을 한국으로 들여보내야 하는 수요가 있어 이번과 같은 무리한 한국행이 이뤄진 것이란 평가도 나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