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정착경험 발표대회 서울서 열려

0:00 / 0:00

앵커 :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가 서울에서 마련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 산하 탈북민 정착 지원기관인 남북하나재단이 지난 15일 주최한 ‘제9회 정착경험사례 발표대회’.

이날 행사장은 55명의 응모자 중 발표자로 선발된 탈북민 8명의 한국 정착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인 청중들로 가득찼습니다.

지난 2008년 한국에 입국한 김영근 씨는 두번의 탈북 실패, 수년 간의 복역과 노동개조 생활, 그리고 세번째 시도 끝에 탈북에 성공한 사연으로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김영근 씨 : 함경도 회령시에 있는 전거리 교화소, 여기로 말하면 교도소죠. 거기서 또 3년 동안 복역을 하고 2007년도 12월에 제가 마지막으로 두만강을 건넜는데 그때 제 몸무게가 27kg였어요.

현재 900여 곳의 거래처를 둔 외벽청소 전문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 씨는 기술을 가르쳐주려는 사람이 없어 시작부터 쉽지 않았지만 죽을 고비를 넘기며 정착한 한국에서 살아남겠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다잡았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근 씨 : 무서웠습니다. 저도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옥상에서 바닥을 딱 봤을 때는 아찔한데 '내가 이걸 해야만, 여기를 내려가야만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2010년 한국에 온 장미향 씨는 인터넷을 통한 물건 구매가 활발해지던 시기 독학으로 온라인 판매에 대해 공부해 근무하던 물류회사의 매출을 증대시킨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전자상거래 관련 1인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장 씨는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 그리고 변화하는 세계의 흐름에 당당히 합류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장미향 씨 : 저희 탈북민들이 보호받고 보살핌을 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곳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인재로 인식될 때 남북 통일의 주역이 될 수 있고 대한민국의 국민들도 저희들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달라질 것입니다.

7년째 수술실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강해룡 씨는 실수를 연발하던 신입 시절을 거쳐 신규 간호사들을 교육하는 현재의 모습으로 성장한 과정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에 탈북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탈북민들의 노력으로 이러한 시선을 바꿔나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해룡 씨 : 한국에서 탈북민으로 살다 보면 때로는 편견과 오해를 받을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편견어린 시선은 영원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서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골판지 제조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영광 씨는 한국 정착 초기 정부가 주는 기초생활 수급비에 의존해 살아가다가 취업 후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 된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남편과 함께 110마리의 한우를 사육 중인 이순실 씨와 도시철도 환경미화원으로 근무 중인 김혜순 씨도 정착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은 총 3만3천8백여 명입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