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내 전문가들은 탈북민들의 원활한 한국 사회 정착을 돕기 위해 보다 다양한 탈북민 가족관계 증진 프로그램들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탈북민들의 한국 사회 정착을 지원하는 남북하나재단 주최로 17일 ‘탈북민 가족의 여정과 정착’ 학술대회가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열렸습니다.
김민경 남서울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하나센터 상담사 2명, 통일전담교육사 2명 등 탈북민을 지원하는 실무자 7명을 대상으로 실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먼저 김 교수는 “탈북민이 가족을 형성하는데 있어 주된 결혼 동기는 경제적 지원과 정서적 외로움으로 나타났다”며 “탈북민의 결혼 동기가 상당히 도구적이라는 특징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교수는 또 탈북민 부부 구성은 북한 남성과 북한 여성, 한국 남성과 북한 여성, 중국 남성과 북한 여성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분류되는데 유형마다 각각 다른 특징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탈북민 부부 갈등의 주요원인으로는 두고 온 자녀 문제, 북한 남성들의 가부장적인 태도, 경제적인 문제, 문화적 차이 등이 거론됐으며 탈북민 가족은 갈등이 발생했을 시 회피, 이혼, 폭력 혹은 중독 등을 통해 대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자녀양육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탈북민이 있었는데 이들은 자녀를 양육하는데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크다고 밝혔고 탈북민 부모의 과도한 교육 압력, 불안정한 애착 등도 주된 부모자녀 간 갈등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각각의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탈북민 가족관계 증진 프로그램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탈북민의 결혼 동기가 도구적이라는 점과 관련해서 “탈북민에게 근본적인 가족 형성의 의미와 중요성을 심어주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고 탈북민 부부 구성에 따라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한 “유형별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 남성들의 가부장적인 태도에 대해서는 “탈북민의 성역할 가치관을 재정립하고 부부 양성평등의 가치를 심어줄 수 있는 가족관계 증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탈북민들의 갈등 대처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가족관계 증진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문제 상황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대처방법을 사례별로 연습하는 훈련을 진행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와 함께 탈북민 가족의 부모자녀 간 갈등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 사회에서의 부모역할과 자녀양육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 탈북민 부모들이 보다 민주적인 양육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인내심, 회복탄력성, 폭넓은 수용성 등 탈북민 부부만이 갖고 있는 강점들도 있다”며 “이러한 강점 중심의 프로그램 또한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회복탄력성이란 다양한 시련, 실패에 낙담하지 않고 빠르게 일어나거나 오히려 상태를 더욱 개선시키는 마음의 힘을 의미하는데 김 교수는 특히 북한 여성의 경우 높은 회복탄력성이 목격되며 헌신적인 특징도 발견된다고 밝혔습니다.
김민경 남서울대 아동복지학과 교수 :탈북민 부부의 인내심 그리고 회복탄력성 이런 것들은 이들의 오랜 시간 생존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진 강점이기 때문에 이런 강점 중심의 프로그램들이 이루어져야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조영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역시 “탈북민 가족의 안정성 수준이 탈북민의 적응에 영향을 준다”며 “현재 추진되고 있는 탈북민 가족 대상 프로그램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조 연구위원은 “위기가구 대응을 중심으로 하는 지원 수준을 넘어 선제적으로 가족 역량을 강화하고 문제를 예방하는 탈북민 가족 대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개별 상담 외에 가족상담 프로그램을 확대해 가족 모두가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조영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특히 위기가구 대응을 중심으로 탈북민 가족을 지원했다면 이제 위기가구가 아니어도 어떤 문제를 예방하고 앞으로의 가족 역량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탈북민 가족 대상 프로그램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장인숙 하나재단 조사개발팀 차장은 “올해 탈북민 가족관계 증진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향후 보다 정교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