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탈북민 셸터 상당수 운영 중단…방역 완화 기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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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중국 정부가 코로나 방역 봉쇄 정책에 대한 반발 시위가 거세짐에 따라 방역 완화 조치를 내렸음에도 중국 내 탈북민들의 한국행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7일 중국 정부가 코로나 방역 완화 조치를 발표함에 따라 내달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제에는 자유로운 여행이 재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로 중국 내 탈북민들의 한국행 여건이 개선될지에 대한 현장의 기대감은 크지 않습니다.

13일 중국 내 탈북민 구출활동을 벌이는 복수의 민간단체들에 따르면 중국 내 탈북민들이 한국으로 가기 전 잠시 머무는 셸터, 즉 안전가옥의 상당수는 이미 운영이 중단됐습니다. 정상적으로 운영 중인 안전가옥은 손에 꼽을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등지에 있는 탈북민들의 한국행을 돕고 있는 북한인권시민연합의 김영자 사무국장은 13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코로나로 안전가옥의 문을 닫은 지 오래됐고 탈북민들이 중국 국경을 넘어서는 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영자 북한인권시민연합사무국장 :코로나 이전에 우리 셸터가 있었던 곳은 이미 문을 닫은 지 오래됐고요. (거기 있던 탈북민들은) 각자 집에 돌아가고… (한국행을) 포기했다기 보다는 그 일정을 뒤로 밀어 둔 거죠. 코로나 때문에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니까…

탈북민 구출활동을 벌이는 J.M 선교회 관계자도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현재 중국 내 탈북민 안전가옥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탈북민들이 중국 국경을 넘어 제3국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것은 여전히 장거리 이동자체가 어렵고 코로나 기간 동안 중국과 제3국 사이 국경의 철책 및 경비가 강화됐기 때문입니다. 또한 안면인식을 통한 검문이 최근까지 이뤄져왔다는 점도 탈북민들의 이동을 막는 요소입니다.

지철호 나우 긴급구호실장 :중국에서 코로나가 크게 확산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중국 인민들 스스로가 조심하려는 분위기가 생길 것 같은데요. 코로나가 없을 때는 중국 인민들이 자유롭게 왕래하면서 그 사이에서 탈북민들도 이동할 수 있었는데 중국 인민들이 스스로 코로나로부터 격리하려는 경향을 갖게 되면 아무래도 탈북민들도 이동을 하는데 (앞으로도) 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조만간 이동에 대한 제약 자체가 풀린다고 해도 탈북민들의 한국행을 도왔던 조력자들, 즉 브로커들 가운데 상당수가 활동을 중단했다는 점은 탈북민들의 중국 탈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입니다. 그나마 소수의 브로커들이 한국행을 시도 중이긴 하지만 위험수당 등이 얹어지면서 탈북민들의 제3국행에 소요되는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는 게 활동가들의 전언입니다.

김영자 사무국장은 한국행에 나서는 탈북민들의 안전도 확실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영자 북한인권시민연합 사무국장 :돈이 몇 천만 원이 들든 안전이 확실하게 담보가 된다면 필요할 때 진행할 수 있겠는데요. (코로나 이후) 그 안전이 담보가 안 됩니다. 과거 (성공률)의 50%도 안 되는 것 같아요. 과거에는 제3국으로 넘어가는 비용이 200만 원이 소요되도 안전이 보장됐거든요.

이에 따라 일각에서 탈북민 구호 사업 전략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이미 현장에서는 중국을 통한 탈북 경로가 무너졌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J.M 선교회 관계자는 “중국 경로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운 구출 경로가 개발돼야 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현재 중국 외의 지역을 통해 탈북민 구출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코로나 이후 탈북민 구출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북한인권시민연합은 브로커를 통해 중국 내 탈북민들에 대한 금전적 지원을 매달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민연합은 지난 11월 중국 내 탈북민 225명에게 생활비, 통신비 명목으로 한국돈 230만 원, 약 1760달러를 지원했습니다.

김영자 사무국장은 “현재 어떤 방향으로 탈북민 구출 사업을 진행해야 할지 막막한 상태”라며 “모금을 통해 마련한 구호금은 한국에 입국해 중병을 앓고 있는 탈북민들에 대해서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