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중국의 하북(허베이), 심양(선양) 등 일부 지역 공안원들이 여성탈북자들을 찾아가 임시 신분증 발급을 이유로 개인 신상정보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인과 결혼해 아이를 낳고 생활하는 탈북여성들에게 중국에서 신변보호를 받을 수 있는 임시 신분증 발급을 이유로 개인신상정보 제출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관련소식 박정연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하북(허베이)성의 한 조선족 소식통은 18일 "요즘 하북성 일부지역에서 관할지역의 공안국을 찾아가 개인신상정보를 제출하는 북조선 탈출 여성들이 많다"면서 "최근 공안당국이 중국에서 숨어 지내는 탈북 여성들에게 중국 내에서 신변을 보호받을 수 있는 임시 신분증을 발급해준다고 밝혔기 때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하북성 공안당국은 지난 8월부터 중국에서 5년 이상 생활했고 가정과 자녀가 있는 여성들을 신분증 발급 대상자라고 공지했다"면서 "다만 탈북자 본인이 공안국을 방문해 신분증 발급에 필요한 사진을 찍어야 하며 출생정보부터 북조선의 집 주소, 직장 주소, 가족관계까지 매우 상세한 신상정보를 제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이같은 내용은 공안당국이 탈북 여성과 함께 사는 중국인 남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공안원이 직접 탈북자 가정을 방문하여 구두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공지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지역언론이나 광고로는 이 내용이 전달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사실 공안들은 자기관할지역 내 어느 가구에 탈북자 여성이 있다는 걸 대략 알고 있지만 체포하지 않아왔다며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살고 있으면 눈감아주는 식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또 "임시 신분증으로 신변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탈북 여성들은 사실이라면 꿈만 같은 일이지만 신상정보 제출이 매우 꺼려진다는 반응을 보인다"면서 "일부 여성들은 자세한 개인신상정보를 공안에 제출하는 것은 숨어서 생활하는 것보다 더 위험천만한 일 아니냐며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반면 임시신분증 발급에 대한 소식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중국에서 자녀를 낳고 오랜 기간 생활해 온 탈북 여성들 중에는 공안국을 찾아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면서 "중국에서의 안전한 생활을 위해 용기를 내어 신청하게 되었다는 여성들이 하나 둘 늘면서 최근에는 상당수의 탈북 여성들이 공안국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요녕(랴오닝)성 심양(선양)의 또다른 소식통은 17일 "최근 심양시 공안국들에서 중국에서 생활한지 5년 이상의 북조선 여성들에게 중국 내에서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임시 신분증을 발급해준다고 통지하고 있다"면서 "탈북자 본인이 공안국을 찾아가 정면과 측면 얼굴 각 1장씩 사진촬영을 하고 북조선과 중국의 가족관계까지 자세히 기록한 후 손도장까지 찍으면 신청이 완료된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공안당국이 범법자로 여기던 탈북자들에게 신분증을 발급해준다는 파격적인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에는 사실이라고 믿을 수 없었다"면서 "평소 알고 지내던 여러 명의 북조선 여성들이 신분증 신청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임시 신분증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며칠 전 신분증 신청을 마쳤다는 한 북조선 여성은 공안국에 적어 낸 문건(서류)에 북조선에 있는 부모, 형제의 신상정보와 직장명, 탈북 직전 거주지가 몇(인민)반이었는지 까지 매우 상세하게 적어냈다고 한다"면서 "북조선 가족에 대해 밝히는 것은 매우 두려운 일이었지만 숨어사는 사람으로써 신변보호를 해 준다는 조건에 그대로 응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현재 중국에는 수많은 탈북여성들이 중국인과 가정을 꾸린 채 숨어 살고 있지만 이번 임시신분증 발급대상은 중국 생활 연한이 5년 이상이면서 아이가 있는 사람들로 국한된다"면서 "많은 북조선 여성들이 신분증 발급을 위해 신상정보를 제출한 상태이지만 현재까지 임시 신분증을 발급받은 사람은 아직 알려진 바 없어 탈북여성들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토마스 오헤야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등 유엔 특별보고관들은 지난 8월 23일 중국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중국에 구금된 것으로 알려진 최소 1천170명의 탈북민이 북한에 강제로 송환될 위험에 처해 있을 것을 우려하며 특히 이 중 최소 2명은 당국의 특별 보호와 주의가 필요한 아이들이라는 사실이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자유아시아방송은 11월 26일과 11월 29일 수차례 서울주재 중국 대사관 측에 위 기사 관련 논평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기자 박정연,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