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한국에 최근 입국한 탈북민 54명을 심층 인터뷰 한 증언집을 출판했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탈북민들은 최근 북한 내 감시 및 통제가 한층 강화됐다는 공통된 증언을 내놨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앰네스티가 지난 2019년 10월부터 지난 6월까지 진행한 54명의 탈북민 심층 면접의 결과를 ‘50+ Voices’라는 이름의 증언집으로 오는 26일 공개할 예정입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1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2017년 이후부터 코로나 발생 직전까지 북한을 탈출한 탈북민 47명을 포함해 모두 54명의 탈북민을 상대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북한 내 주민들의 최근 일상을 증언집 형식으로 풀어낸 것입니다.
이 증언집은 교육, 구금시설, 북한 사회의 모습, 직장생활, 통제와 감시, 경제 등 6개의 큰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됐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일상 속 인권문제를 증언집의 형식으로 풀어보자는 것이 기획 의도였다고 합니다.
최재훈 국제앰네스티 북한인권담당관 :북한 인권을 대할 때 구금 시설 내의 자극적이고 잔혹한 모습만을 상상하기 쉽지 않습니까. 인터뷰에 응한 탈북민들은 꼭 그런 내용들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꼈던 인권을 보장 받지 못하는 모습들을 잘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주목받지 못했던 일상 속의 인권 상황을 이 책을 통해 풀어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증언집에는 10년 여를 국가보위성의 비밀 정보원으로 활동했던 탈북민이 자신의 과거 일상을 증언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 탈북민은 북한의 명절마다 북한 최고지도자 및 당, 국가에 불만을 표출하는 주민들을 기록해 국가보위성에 보고하는 임무를 맡았다고 합니다.
이 탈북민은 자신의 가족 및 지인 등을 감시해야 하는 임무에 회의를 느꼈다며 “비밀 정보원 일을 열심히 하다보니 많은 생각과 의문이 생기면서 국가에 대한 생각이 변했고 이것이 계기가 돼 탈북하게 됐다”고 증언했습니다.
국제앰네스티의 이번 증언집은 탈북민들의 증언 자체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불필요한 편집을 최소화했다는 게 최재훈 담당관의 설명입니다. 또한 증언집에는 탈북민들의 증언 외에 북한 인권 상황을 진단하고 평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습니다.
다만 최 담당관은 인터뷰에 응한 탈북민들이 최근 북한 내 통제 및 감시가 한층 강화됐다는 공통된 증언을 내놨다고 밝혔습니다. 주민들을 상대로 한 북한 당국의 통신 통제 및 도청 등의 활동이 더욱 늘어났고 북한 내에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외부 문물을 접하는 주민들의 수가 늘어난 만큼 당국의 단속도 강화됐다는 겁니다.
이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지난 2020년 채택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북한 당국은 외부 문화의 전파를 막기 위해 꾸준히 주민들을 대상으로 교양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지난 12일 만경대혁명학원과 강반석혁명학원 창립 75주년 기념행사의 연설을 통해 “학원 안에 강철같은 규율을 세우고 비사회주의적인 요소가 바늘끝 만큼도 스며들지 못하도록 투쟁과 교양의 도수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노동신문도 지난달 “변태적인 생활양식을 들이밀려는 제국주의자들의 사상 문화적 침투 책동이 악랄해지고 있다”며 북한 주민들에게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탈북민들에 대한 심층 인터뷰 과정에서 북한의 최근 식량 상황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여전히 만성적인 식량난이 있지만 1990년대 중후반의 ‘고난의 행군’ 수준은 아니라는 겁니다. 특히 식사의 질은 떨어질 수 있어도 하루 세 끼 정도는 챙겨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최재훈 국제앰네스티 북한담당관 :인터뷰에 응한 분들이 최근까지도 북한 내부에 있는 가족들과 연락을 취해오고 계신데요. 그분들의 얘기는, 물론 현재 (북한 내) 상황이 굉장히 어렵지만 일각의 예측처럼 고난의 행군 수준까지 도달했다든지, 고난의 행군이 다시 오고 있다는 식의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국제앰네스티는 오는 26일 출판기념회를 통해 최근 한국으로 입국한 탈북민 54명의 증언을 담은 ‘50+ Voices’를 공개합니다. 출판기념회는 증언집 소개 및 제작 과정 설명, 탈북민과의 대화 순서로 진행됩니다.
480페이지의 증언집에는 증언과 관련된 삽화도 함께 수록돼 있습니다. 증언집은 500부 한정으로 제작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회원들에게 우선 배부되며 출판기념회 참석자들에게도 제공될 예정입니다.
국제앰네스티는 1961년 설립된 국제 비정부기구로 세계 160개국 이상, 1000만 명의 회원 및 지지자들이 함께하는 국제인권단체입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 지부는 지난 1972년 설립돼 국내외에 인권상황을 알리고 국제 연대를 위해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