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성, 이동∙이주 과정에서 역량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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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탈북 여성들이 지속적인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역량이 강화됐다는 현장 연구 결과가 한국 내에서 발표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6일 주최한 ‘탈북 디아스포라: 영국, 미국, 일본, 한국에서의 탈북민의 정착과 삶’ 포럼.

신혜란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는 이날 행사에서 지난 2011년부터 영국 내 탈북민 밀집 지역으로 알려진 런던의 뉴몰든(New Malden) 지역에서 탈북민 대상 심층 인터뷰와 참여 관찰 등을 통한 현장 연구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뉴몰든 지역에 정착한 탈북민 여성들은 자신들의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의도하진 않았지만 환경의 불안정성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역량이 점차 강화됐고 그 결과 가정경제와 2세 교육, 그리고 문화 활동을 위한 단체 활동의 주축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신혜란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 (탈북 여성들은) '우리는 처음에는 온실 속 화초 같았다가 이제는 위기가 발생하면 가만히 앉아서 굶지는 않을 것이다'고 이야기하는, 적극적인 경제 활동 주체가 되려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되어버린 것입니다.

뉴몰든 지역의 탈북민 여성들은 공통적으로 고난의 행군 이후 장마당을 통해 생계를 꾸린 경험이 있을 뿐 아니라 탈북 후에도 중국 혹은 태국을 거쳐 한국에 왔다가 다시 영국으로 이주하는 등 역동적으로 이동하며 지속적인 환경의 변화를 겪었습니다.

영국에서도 이들은 난민 대상 복지의 지속적 감소, 영국 내 조선족의 중국 귀국, 그리고 아이들의 성장 등으로 인한 변화에 적응하며 가정의 주된 수입원으로 성장했습니다.

신혜란 교수는 영국에서의 일자리에 불만을 가지는 경우가 많았던 탈북민 남성들과는 달리 탈북민 여성들은 아이들의 양육을 위해 저임금 일자리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편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 교수는 이에 더해 뉴몰든 지역의 탈북민들이 현지 한국인 사회에 스며들어가듯 동화되는 양상에서 점차 벗어나 탈북민 고유의 단체를 만드는 등 북한 출신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해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신혜란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 (탈북민들은) 거기가 영국인데도 한국인들한테 동화되려고 노력을 했고 북한 정체성이라는 것은 잘 나타나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떠오르는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또 세력은 크지 않지만 북한의 민주화를 지향하는 탈북민들이 ‘국제 탈북민 연대’를 형성하고 민주화 운동 인사 초청, 정당 혹은 망명 정부 설립 논의 등의 활동을 이어가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영국, 미국 등 제3국에 정착한 한인과 탈북민의 공존 사례에서 남북 간 교류가 강화된 한반도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며 한국 사회가 탈북민의 일방적 동화를 요구하기 보다는 지속 가능한 사회 통합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